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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된 남일당... "이럴 거면 왜 철거 강행했나"

[현장]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20일까지 추모행사

등록|2013.01.14 13:39 수정|2013.01.14 13:55

▲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치고 담벼락에 헌화를 하고 있다. ⓒ 조재현


"여기 보십시오. 건물이 세워지기는커녕 폐허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럴 거면 왜 철거를 급하게 강행했습니까. 왜 안전대책도 없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까."

서울 용산 재개발 4구역 남일당 터. 전재숙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씨는 고 이상림씨의 부인이자 용산철거민 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구속된 이충현씨의 어머니다.

2009년 1월 20일, 이곳에서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철거민과 경찰이 망루에서 대치하다 화재가 발생해 6명이 목숨을 잃는 '용산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망루로 쓰인 남일당 건물은 현재 철거됐다. 공터는 주차장으로 변해 40여 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오는 20일 '용산참사' 4주기를 맞아, 전재숙씨를 비롯한 유가족은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14일 오전 사건 현장에 다시 모였다. 유가족과 전국철거민연합 등 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아래 추모위) 소속 30여 명도 참석했다. '용산참사'를 주제로 제작된 영화 <두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도 함께했다.

다시 모인 유가족들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진상조사·법제정 촉구

▲ 용산참사 유가족인 김영덕씨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재현


추모위는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 철거민 사면, 국가폭력 해결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용산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도 요구했다.

전씨는 "4주기에는 아들과 철거민들이 석방돼 이곳에 함께 올 줄 알았는데, 꿈에 지나지 않았다"며 "가족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고 외친 그들이 왜 감옥생활을 해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장영희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이 시간에도 공사 강행에 아무런 대책 없이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철거민들이 있다"며 "더 이상 개발 지구에서 피눈물 흘리는 철거민이 나오지 않도록 개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는 '용산참사' 등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의지 표명을 촉구했다.

조희주 범추위 공동대표는 "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우리가 보낸 질의서에 '구속자 사면과 진상규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는데, 인수위 이후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당선된 이후 생각이 바뀐 것인가, 박 당선인의 약속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영진 민주노점상연합 의장은 용산역 앞 재개발 3구역 현장을 가리키며 "강제철거 당해 포장마차촌이 돼버린 저곳이 우리사회 재개발의 현 모습"이라며 "서울 곳곳마다 뉴타운 개발을 위한 강제철거로 개발지역이 폐허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대통합'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14일~20일 추모행사 열려... 개발지역 순회·추모콘서트·범국민추모대회 예정

▲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주간 행사 일정 ⓒ 용산참사4주기범국민추모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석자들은 주차장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 앞에 흰 국화를 놓으며 목숨을 잃은 철거민들을 추모했다.

추모위는 이날부터 20일까지를 '용산참사 범국민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추모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1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추모미사를 시작으로 15일에는 개발지역을 순회를 이어간다. 16일 이후로는 추모콘서트, 강제퇴거 증언대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19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범국민추모대회를 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들어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앞에서 지난 8일부터 진행해온 릴레이 일인시위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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