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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만의 '톤'을 찾아라

[서평] 조선희의 솔직·과감 사진 강좌 <네 멋대로 찍어라>

등록|2013.01.16 10:14 수정|2013.01.16 10:14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나 어느 정도 사진기술과 기법에 익숙해진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좋은 사진 찍는 법'은 공통의 화두이자 고민이다. 사진을 찍어본 누구나 경험해 보았겠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문 것처럼 말이다.

이 책 <네 멋대로 찍어라>(조선희 글·사진 / 민음인 펴냄)은 사진 정보나 기술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카메라라는 소중한 장난감으로 재미나게,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쓴 책이다. 특히 그동안 주로 남성 사진가들의 책만 봤었는데 여성 사진가의 책이라 반갑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보다 감성적이고 세심하고 다채로운 이야기와 사진들이 기대돼서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그녀가 성공하기까지 수없이 연습해 왔던 방법과 사진실례, 자신만의 사진 철학을 솔직하고도 과감하게 드러낸다. 누르면 찍히는 똑딱이 카메라든 최고급 SLR 유저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진의 기본은 같다. 특별히 비싼 장비 없이 작은 카메라 하나로 따라할 수 있는 저자만의 사진 연습법들이 담겨있다.

책의 전체를 아우르며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한마디로 '나만의 톤'이 깃든 사진을 찍어라 이다. 무엇을 찍었던 그 사람이 찍은 사진에 나타나는 일관된 느낌이나 분위기, 사진가들은 그걸 톤(tone)이라 부른다. 사진도 예술의 한 분야이니 독창성이나 창의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자신만의 사진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돕는 좋은 사진집이요 사진 강좌 책이다.

어떤 카메라가 좋을까? 

▲ 조선희의 사진 이야기 <네 멋대로 찍어라> ⓒ 민음인



글이든 사진이든 일단 시작할 땐 '잘 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잘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사진 찍기 자체를 방해한다. 꼭 예술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으며 뭔가 대단한 의도가 내포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도 버려라. 그런 생각은 쓸데없이 비싸고 기능이 복잡한 카메라를 사게 만들고, 결국 카메라의 무게에 눌려 사진 찍기 자체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문 가운데)

주변 사람들 중엔 큰 맘 먹고 고가의 DSLR 카메라를 장만했지만 잘 찍지 않고 방치하거나, 사진을 찍어도 그냥 자동카메라처럼 찍는 이들이 흔하다. 저자는 만약 지금껏 육중한 카메라에 짓눌려 있었다면 그 카메라도 잠시 치워 두자고, 우리에겐 아주 간단한 똑딱이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똑딱이란 셔터만 누르면 찍히는 카메라를 지칭하는 말로 우리가 흔히 쓰는 작은 디카나 자동카메라도 포함된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게 버거우면 카메라도 짐이 된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내 손에 착 들러붙는, 내 몸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카메라를 구하라며 저자의 지인 사진가들이 애용하는 똑딱이 카메라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사실 프로페셔널 사진가들도 일할 때가 아니면 대부분 똑딱이 카메라를 지니고 다닌단다. 저자가 손에 잘 맞는다며 애용하는 카메라도 25만 원짜리 야시카 카메라다. 하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덴 똑딱이 카메라가 훨씬 유리하다.

다양한 회사에 여러 모델의 똑딱이 카메라가 나오지만, 전문 사진가들이 애용하는 카메라의 공통점은 휴대성 이외에 부착된 렌즈가 칼 자이스 같은 렌즈 전문 회사의 렌즈라는 것. 저자는 똑딱이 자동카메라라도 렌즈만은 꼭 확인하라고 알려준다. 렌즈가 좋아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 비오는 도시를 찍을땐 반짝이는 땅바닥에 주목하라. ⓒ 민음인


조선희 식 사진 연습법

좀 더 강도 높은 연습 방법을 소개하자면  먼저 버스를 탄다. 카메라를 가지고 창가에 앉는다. 창 밖 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본능적으로 프레임을 정한다.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언가를 뺄 것인가 넣을 것인가? 이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이 연습을 몇 번 거치고 나면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다른 사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본문 가운데)

위 내용처럼 책 속에 소개되는 저자만의 사진 연습법들이 새롭고 흥미롭다. 본인 스스로 이론을 많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없는 연습과 많은 실수, 그리고 우연성을 통해 몸으로 체득한 사진의 비결을 꾸밈없고 거침없는 어투로 들려준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지적한 내용들도 새겨듣게 된다. 당장 실천하고 싶은 조선희 식 사진 연습법들의 사례를 몇 가지 들자면,

사진은 뺄셈! 초급자라면 '잘라내기 연습'부터 하라.
한 가지 주제를 1년 동안 찍었다면 당신은 이미 예술가다.
새벽녘과 해질녘, 최소한의 빛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 보라.
흑백 사진 연습으로 흑백의 눈으로 컬러 세계를 보는 눈을 기른다.
똑딱이를 들고 거리를 찍으며 출근하라.

책 말미에서는 특히 감성 어린 포트레이트로 높이 평가받는 그녀의 인물 사진 노하우가 공개된다. 백남준, 서정주 등 문화예술인의 포트레이트와 하정우, 장동건 등 20인의 얼굴과 손동작을 뛰어난 스타일로 담은 연작 사진들 등 쉽게 볼 수 없던 작품들도 함께 담았다. 한편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최고의 것을 끌어내는 화보 촬영의 현장까지 프로 사진가의 세계를 살며시 공개한다.

"진정한 의미의 발견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익숙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발굴해내는 작업이다"라는 책 속 어느 사진가의 말이 내내 마음속에 남는다. 문득 좋은 사진이란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것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게도 하나 있는 똑딱이 디카와 함께 일상을 찍어봐야겠다. '나만의 톤'으로···
덧붙이는 글 <네 멋대로 찍어라>, 조선희 글 사진, 민음인 펴냄, 2009년 11월 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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