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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을 법원만 믿고 기다렸는데, 사법부와 전면전"

태안기름사고 사정 결과, 피해주민들 강력히 반발...비수산분야에 불만 토로

등록|2013.01.16 19:03 수정|2013.01.16 19:03
"5년 동안 그래도 대한민국 법원을 믿고 기다렸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 지금까지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이제 사법부와 전면전을 치른다는 마음으로 싸움을 준비하겠다."

16일 오전 11시경 대전지방법원 서산 지원 민원실에서 만난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문승일(46) 사무국장은 법원의 사정재판 결정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물론 일부 수산분야와 맨손어업 부분에서 국제기금의 사정보다 잘 나온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 사정 결과는 5년의 시간 동안 죽음으로 버터온 피해민들의 기대와는 너무 먼 결과다."

이날 서산지원이 공개한 사정 결과를 두고 피해주민들의 반응은 격앙된 분위기이다. 현장에서 만난 권기성 서산시 연합회 사무국장은 "국제기금이 제시한 사정액이 너무 작아 그나마 한국법원의 사정재판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확인한 사정금액은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금액"이라며 "법원과 검증단이 관광분야의 경우는 거의 국제기금 사정 결과를 그대로 준용해 검증하는 등 법원이 무슨 원칙으로 사정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피해주민들이 사정 결과에 반발하는 것은 법원이 결정한 피해금액이 국제기금의 사정액 보다는 많긴 하지만, 피해주민들이 피해액으로 청구한 4조2천여억 원의 10%도 채 안 되는 금액으로 사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얼마나 나왔을까?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태안기름유출피해주민들이 사정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 신문웅


지난 2007년 12월 7일에 발생한 태안기름유출사고 이후 전국에서 피해주민들이 법원에 신청한 제한채권 규모는 12만7483건, 금액은 4조2271억4848만8408원이었다. 이러한 제한 채권 금액에 대해 국제기금은 자체 사정을 통해 피해 주민들이 피해금액으로 829억여 원(청구금액 대비 2.37%)을 인정하여 피해주민들의 울분을 샀다.

이후 서산지원은 감정인 9명과 보조인력 등 50명을 투입해 14개월 동안 검증 작업을 벌였다. 결과 이날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금액은 4138억73만1359원, 방제비용과 해양복원사업에 사용된 비용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이 1844억6413만6498원 등 7341억 원을 총 피해 금액으로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국제기금의 책임한도인 3298억여 원을 초과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선주사나 국제기금으로부터 배당받을 부분이 없는 후순위 채권으로 확인되고 있다.

법원은 자료를 통해 피해주민들의 손해액으로 인정한 4138억원은 주민들이 피해금액으로 신청한 채권신고금액 3조4952억여 원의 11.84%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제기금이 피해로 인정한 829억여 원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피해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주민피해 인정금액 중 수산분야는 3676억3195만7306원이고 관광 등 비수산 분야는 461억6877만4053원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관광분야의 인정 금액이 낮은 것은 수산분야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나, 관광분야는 직접 피해를 인정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이유다. 이때문에 관광분야 신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12만7천여건의 채권 가운데 가장 낳은 9만249건에 해당되는 맨손어업 등 신고어업자들의 신고금액1조217억 원에 대하여 국제기금은 177억 원(채권 신고액 대비 1.46%)에 불가했으나, 재판부는 2376억 원(채권신고액 대비 19,51%)을 피해금액으로 인정했다. 전체 인정금액을 무려 13배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산 지원 관계자는 "오늘의 사정 결과에 대해 피해주민 사이에 수산분야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관광 등 비수산 분야 피해주민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국제 기금 역시 맨손어업 부분의 과도한 인정과 조업 제한 부분에 대한 쟁점과 선례를 줄이기 위해 이의 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밝혀오는 등 정식 재판으로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심각한 태안유류피해민연합회현저하게 낮은 사정 결과에 대해 태안유류연합회가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신문웅


이처럼 재판부의 인정 금액과 피해주민들의 신고 금액이 차이가 큰 것에 대해서는 피해주민들이 3년 이상의 장기간 손해 주장과 연간 어획량이나 매출액에 대해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과다한 금액을 청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기금 사정결과와 차이가 난 것에 대해서는 ▲국제기금이 이 사고로 수산물이 폐사한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재판부는 다량의 유류 유입으로 바지락 등의 폐사가 관찰된 사실에 비춰 이를 손해로 인정한 점 ▲사고 후 정부의 조업제한 조치 시행과 해제를 두고 국제기금과 재판부의 입장이 다른 점 ▲관광업 등 비수산 분야의 손해발생기간을 국제기금은 2008년 9월로, 재판부는 2008년 12월로 다르게 잡은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정 결과는 수산분야와 비수산분야의 현저한 인정 금액 차이로 인한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얼마의 세월을 기다려야 재판부가 인정한 금액이 피해주민들에게 전달이 될지 기약이 없어 이에 대해  정치권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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