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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전주 버스문제, '단체협약' 여전히 미지수

민주노총, "사업주의 교섭해태, 심해도 너무 심해"

등록|2013.01.17 10:23 수정|2013.01.17 10:24
2010년 12월 8일, 전주 시내버스 5개사와 시외버스회사 전북고속 소속 민주노총 버스노동자들은 '민주노조 인정, 단체협약 체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버스 현장 내 비인간적인 처우와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업주의 태도에 파업이라는 강수를 뒀다. 그 후, 현재까지 민주노총 소속 버스노동자들은 거리와 현장을 넘나들며 위태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 201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버스노동자들은 전주 시내에서 버스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3보 1배를 벌였다. ⓒ 문주현


지난 2년 동안 버스 노·사는 갈등만 벌여왔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4월, 1차 파업을 마무리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기본합의서' 체결 등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은 '단체협약'이었다. 기본합의서에 따라 노·사는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번번히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은 결렬되었다.

민주노총 버스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그저 자리만 앉아있을 뿐, 민주노조를 인정한다는 가장 중요한 의미인 단체협약 체결은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 단계에서 결렬은 곧 파업으로 이어졌다. 2011년 3월, 2차 파업도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그리고 2011년 11월 3차 파업에 대해 민주노총은 "단체교섭에서 사업주들이 불성실하게 임한 것이 첫 번째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 계속되는 전북버스문제. 해법은 다른 게 아니고 단체협약 체결이다. 민주노총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 관계자는 "근무일수, 징계, 조합원 자격 등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단체협약의 핵심이다"면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버스노동자들은 불안 속에서 운행을 할 수밖에 없기에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버스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북버스파업이 2년이 지나고 지난 12월에 이르러서야 전주지역 대중교통의 관리감독 주체인 전주시는 민주노총에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하겠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해오며 전주 시내버스 5개사 민주노총 노조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뜻을 알렸다.

▲ 작년 11월 말, 버스노동자들은 3차 파업을 벌이며 전주시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했다. ⓒ 문주현


이와 함께 지난 2010년 시내버스 노조와 함께 파업에 돌입했던 전북고속도 12월 초 김완주 지사의 배석 아래 노사가 만나 '노조 인정'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당시 사측은 노조비 일괄 공제와 노조사무실 제공을 약속했다.

민주당도 지난 12월 초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당시 고공농성 중이던 전주시 덕진구 야구장 조명탑을 찾아 '12월 대선 이후 버스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2월은 70년 이래 가장 추운 12월로 기록되었지만, 적어도 전북지역 민주노총 소속 버스노동자들에게는 12월은 앞으로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2013년이 다가오고 전북지역 민주노총 소속 버스노동자들의 사정은 어떨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은 잘되고 있을까? 

▲ 지난 12월 2일 새벽, 전주 시외, 시내버스 노동자 2명이 버스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전주시 덕진구 야구장 조명탑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5일 문규현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는 버스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100배를 현장에서 올렸다. ⓒ 문주현


전주 시내버스 5개사 노조, "단체협약 체결 미뤄지면서 분노 커져"

기대와 달리 2013년 1월 초, 전주 시내·시외버스 노·사는 여전히 단체협약 체결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장이 각 사업장 별 단체교섭 자리에 참석하기까지 했지만 어느 곳 하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전북고속과 호남고속. 호남고속은 민주노총 호남고속분회가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공윤식 호남고속분회장은 "1월 2일부터 평일마다 계속 교섭 요청 공문을 넣고 있다"면서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없고, 오전 10시에 교섭 장소에서 기다리지만 사측은 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섭 장소가 사무실을 지나가는데, 우리가 들어와도 사측 교섭관계자들은 무시한다"며 현재 상황을 전했다.

▲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가 교섭 요청을 하고 사무실에서 사측을 기다리고 있는 사진 ⓒ 문주현


호남고속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복수노조인데, 한국노총과 오는 6월 30일까지 단체협약을 맺은 상태이다"면서 "이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민주노총과 맺으면 한국노총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며 민주노총과 교섭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호남고속은 지난 4월, 전주시내버스 5개 노·사 합동교섭에서도 이와 같은 이유로 교섭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호남고속의 교섭 중단에 대해 신성여객 등 일부 시내버스 사측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여 장기간 파업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호남고속은 당시 "한국노총이 4월 1일 단체협약(임금협정)을 갱신하기 위한 단체교섭을 재요구하였다"면서 "노조법 규정에 의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교섭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요구하는 2012년도 단체교섭은 임금교섭으로 우리와 맺어야 하는 2011년도 단체교섭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면서 "호남고속 사측이 교섭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말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다.

실제로 이 일이 있고, 보름 후인 4월 중순 민주노총은 시내버스 5개사를 '단체교섭 거부·해태'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그리고 노동부는 최근 이 고발건에 대해 '단체교섭 거부·해태로 보여진다'는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 교섭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측이 안한 부분도 있고, 단협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과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은 부분들을 참작하여 기소의견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남고속 노·사가 창구단일화 관련한 해석차에 대해 "서로 입장이 다르고 논란이 분분하다"면서 구체적인 노동부 입장을 전하기 곤란하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지난 4월 제기한 고발에 대한 기소의견에 호남고속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며 사실상 호남고속의 교섭해태가 상당함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 지난 15일, 버스노동자들이 호남고속 사무실 앞에서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문주현


신성·제일여객은 최근 두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성여객분회는 사측의 단체교섭 해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지난 10일 대체인력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투쟁이 있고나서 사측은 성실교섭을 약속했고 11일 노동부 전주지청장까지 참관하는 교섭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단체협약 체결은 요원하다. 제일여객도 상황은 비슷하다.

곽은호 제일여객분회장은 "핵심조항만 남겨두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이번 주 안에 진전이 없으면 전주시와 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테이블을 마련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조합원들의 분노가 다시 커지고 있다"면서 "사업주들이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하지 않는다면 2013년도 버스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일여객은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주들의 반발이 예상돼 구체적인 진전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북인터넷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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