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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즐기는 삶을 위해 떠난 여행

제주 올레길

등록|2013.01.18 14:25 수정|2013.01.18 14:25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인다. 안산사랑병원에서 대장암 말기라 했지. 자식이 신경쓰지 않으면 누가 신경을 쓰겠는가. 아산병원 예약하고 3번의 조퇴를 한 후에 어머님을 입원시켜 검사를 받아 보도록 했다. 현재 상태는 3기정도 예상이라 한다. 정확한 것은 수술해 보고 몇기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일단은 검사 결과는 80세의 노모라해도 심장상태가 수술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고하니 일단은 수술을 해야한다. 직장 상부의 암 덩어리가 너무커서 먹은 것이 배설이 안되니... 얼마 살 수 없다고 하니 수술을 안 할 수가 없다.

수술 일이 검사 일과 너무 차이가 나고 수술 일까지 금식해야 하고, 어머님 컨디션 문제로 최대한 수술을 앞당겨야 한다. 비록 교수가  바뀌더라도 8일 정도 앞당겨 수술을 성공리에 하고 조직 검사 결과 림프절 전이가 안 된 상태로 대장암 2기라 한다. 다행이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있고 가족의 화목을 도모할 수 있는 이벤트로 제주여행을 떠난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수술 후 3~4일 내로 가스가 나와야 한다는데 어머님은 가스가 아직 나오지 않아 걱정이 좀 된다. 워낙 수술 부위가 넓고 금식 기간이 20일 정도 되어서인지, 5일이 지나도 가스가 아직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내 영역 밖이다. 일단 떠나자.

제주도 가는 비행기 안. 창공을 날아본 지 얼마 만인가. 10년은 된 것 같구나. 마지막 비행기를 탓 던 때가 어머님과 마누라와 셋이서 결혼 3년 만에 방콕, 파타야 여행을 할 때였지.

그때 처음 비행기를 타던 어머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하늘을 나는 기분은 말그대로 붕 뜨는 기분이다. 추락할 수도 있다는 약간의 공포도 밀려온다. 설마 내가 그렇게 재수 없는 놈은 아니지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본다. 라마다호텔에 여장을 푼다. 인터넷으로 보던 제주 라마다호텔을 실제로 보니 정원의 조경이 별로 없어서인지 약간 삭막하다. 그래도 객실에 들어오니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가 시원함을 피로를 풀어준다.

일단 짐을 풀고 배고품을 해결하러 밖으로 나왔다. 요즘 겨울에 제철이라는 방어회를 먹으러 떠난다. 신혼여행 때 왔던 제주 여행은 주로 내륙을 돌아다녀서인지 못 보았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니 제주는 돌담으로 그것도 현무암의 돌로 밭이 층층이 구분되어 있다. 밭주인들 밭을 만든다고 근육이 많이 생겼겠군. 일단 횟집에 들어가 본다. 제철이라는 방어는 없고 광어회가 나오는 군 . 밑반찬이 많이 나와 그런대로 시장기를 채우는 데는 좋다.

제주 첫 관광지 만장굴이다.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궁금키도 해서 가 본다. 강원도에 있는 굴을 갈 때는 산 속에 있었는데, 이 만장굴은 초입부터 왠 평평한 드넓은 공원에 왔는가  생각하며 굴 입구를 찾으니 왠걸 , 바닦에 굴이 있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니 버스도 다닐만한 큼직한 굴이 펼쳐진다.

세계최장의 동굴이지만, 개방되어 있는 구간은 1km정도다. 강원도의 굴같이 아름다움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웅장함으로 자신을 뽐내는 동굴이다. 한라산이 폭발하여 흘러내린 용암이 땅속으로 들어가 지층을 녹여 생긴 굴이다.

날이 어두워 더 구경하고 싶으나 그만 숙소로 간다. 호텔 옆에 이마트가 있어 저녁식사거리를 사서 들어왔는 데 여기는 제주도라 그런지 육지에서는 2리터에 1500원정도 하는 삼다수 생수가  500원밖에 안 한다. 그런데 호텔에서는 똑같은 삼다수 생수 0.5리터 한 병이 2500원하고, 해장국이 2만5천 원 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호텔에 있느냐 이마트에 있느냐에 따라 5배 아니 10배의 가격차를 내는구나. 상업은 공간 차를 이용한 이윤 획득이라더니.

아침에 일어나 객실에 앉아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기분은 내 마음의 출렁임을 어찌도 잘 표현하는지 넋 놓고 바라본다. 바다에서 처음 육지로 올라 온 생물이 이끼라더니 생명의 시원이어서 바다를 보면 평화를 느끼고 바다를 그리워하는가.

이제 올레길로 떠나자. 제주도 올레길은 1코스부터 20코스까지 있다던데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7코스로 가본다. 올레길 7코스 시작점 외돌개에 도착을 멋지게 해야 하는데,  렌트카 주차를 제대로 못해 나중에 5만 원의 벌금을 무는 기스를 내고 주차한다. 찜찜한 기분을 달래며 올레길에 들어서니 그 찜찜함은 단박에 날라가 버리는구나.

외돌개. 외롭게 바다에 서있는 돌이라고 붙여진 이름인가. 해안절벽과 바위섬, 이국적인 야자수 풍경이 아우라를 내품어 환상 속으로 몰고 간다. 샬라샬라 옆에서 들리는 관광객의 말투, 리하우마 옆에있는 붕어빵 아줌마가 하는 말. 보이는 게 들리는 게 다 중국어이니 붕어빵 아줌마도 중국인인 줄 알았다는거. 무엇보다 계속된 한파로 의정부의 설경만 구경하다 여기에 오니 '봄이구나' 착각하게 하는 들꽃과 파릇파릇한 잡초가 마음을 따뜻하고 황홀하게 만든다.

올레길가 감귤올레길을 걸으면서 본 감귤 ⓒ 한윤희


걷는다. 걷고 걷는다. 흙길도 걷고 바윗길도 걷는다. 가다보면 콘크리트 길도 나온다. 옆담장에 주렁주렁달린 제주명물 감귤, 한라봉. 여기저기 뒤덥고 있는 야자수 풍경.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는거 자랑스럽고 근무하면서 동료중에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며 제주도로 전출하려 매년 시도하지만 못가고 안타까워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누가 말했는가.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고. 헛소리로다.헛소리로다. 사람은 제주도로 보내고 말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수 있는 곳이 제주도다.

걸으면서 목적지를 생각지 않으면서 순간순간을 음미하니 이게 여유이며 살아있음이다. 정신없다라는 말은 곧 죽었다는 뜻이다. 중년의 삶을 살아오면서 과정 그자체를 얼마나 즐겼는가. 느꼈는가. 과정이 곧 목적인 삶을 얼마나 살았는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한라산을 향해 간다. 어리목에서 어제의 올레길만 생각하고 한라산을 오르려니 이런 낭패가 있나. 여기는 설원이다. 아이젠을 챙겨오지 못해 포기하고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러 관광을 하기로 한다. 다빈치 뮤지엄, 여미지 식물원, 승마체험, 제주민속사박물관 많이도 보았다. 다시 제주시에 있는  동문시장에서 여행전부터 기대했던 겨울철 제주 별미 방어회를 먹고 여행 일정을 마무리 한다.

관광명소를 들러보는 관광(다빈치 뮤즈엄,민속촌)이 있고, 좀 길게 체험하는 관광(올레길코스)이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는데 좀 길게 체험하는 관광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제주도 여행 중 만난 풍경 ⓒ 한윤희


덧붙이는 글 겨울 여행의 좋은 코스 올레길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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