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도 나이 들면 외롭다, 하물며 사람은...
늙은호박하나의 유전(流轉)
개들도 나이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고 취하는 행동 양식도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점점 스킨십을 그리워한다는 것입니다. 모티프원의 애완견 해모는 이제 7살,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50대에 막 접어들었습니다. 해모는 사람을 찾고, 사람들이 쓰다듬어주고 만져주는 것에 부쩍 더 반응을 합니다. 질병보다 무서운 게 외로움이라는데 개도 나이와 더불어 외로움을 타는가 봅니다.
개들도 이런데 사람인들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개들은 자신을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지요. 사회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지나치게 분화되면서 주변을 살필 틈 없이 자신의 의무에 매몰되거나 소외됨으로 나타는 현대병(現代病).
자칫 현대병을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으로 비롯된 성인병이나 환경이 열악해진 결과로 빈발하는 공해병, 전공인 한 가지 일에 국한하다보니 균형의 상실로 비롯되는 직업병에만 주목할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것은 물리적 통증이지만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정신적 이상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 사람을 더욱 그리워하는 해모를 통해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외로움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대병으로서 정신병의 많은 부분은 바로 '외로움'임을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외로워하는 해모를 보면서 서울에 며느리와 손자, 소녀들과 함께 계신 장모님과 어머님, 아버님을 생각합니다. 세 분의 부모님을 모셔오면서 각자 고향에 따로 계시는 편리함보다, 함께하는 불편함이 오히려 더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여러 식구들이 함께 얼굴 볼 수 있으니 적어도 외롭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한 지인이 경기도에 작은 밭뙈기 하나를 주말농장으로 가꾸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흙을 만지는 일이 사업의 스트레스를 이기는 한 방편이라 했습니다. 지난 가을, 그 해에 달린 것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늙은 호박 하나를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는 그 늙은 호박이 자연이 만든 가장 조화로운 작품으로 느껴졌고, 그 호박을 제게 주신 분의 정성도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 그것을 서재의 작품 사이에 세워두었습니다. 흙과 햇볕 그리고 그 밭주인의 땀방울이 담긴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근 4개월이 경과되어 상할 것이 염려되어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아내는 그것을 서울로 가져가 호박죽을 쑤었고, 제게도 통에 담아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한 계절을 눈으로 아름다움을 만끽했던 그 호박으로 다시 몇 끼니 째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호박죽뿐만 아니라 그 호박을 다듬는 두 어머님의 사진을 카톡으로 함께 보냈습니다.
"호박을 다듬는 두 노인(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입니다. 할 일을 드리니 두 분이 너무 좋아해요. 시간도 잘 가고…."
다음날은 늘 서울의 어른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저를 위해 아들 영대가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외할머니와 함께 호박씨를 까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출판인의 스트레스를 달래며 자란 늙은호박 하나가 제 서재의 작품으로 놓였다가 두 노인을 한나절 즐겁게 소일하게하고 그 씨로 외손자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 소외될 때 가장 외롭고, 그 고통은 사람에게 부대끼는 것이 치료다 싶습니다. 제가 어릴적 대가족으로 많은 식구가 한 지붕 아래 살 때 죽도록 외로워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내가 부대낄 수 있는 사람이 내곁에 있음이 '외로움'이라는 깊은 병을 물리치는 행복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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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정말 부인 잘 두었다
▲ 애완견 해모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거나 마을로 시선을 두는 대신 저의 책상을 향해 시선을 두는 버릇이 새로 생겼습니다. 이 간절한 시선에도 제가 반응을 하지 않으면 몇 번 컹컹대고 그래도 모른척하면 발로 유리를 긁습니다. 좀 함께 하자는 것입니다. ⓒ 이안수
개들도 이런데 사람인들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개들은 자신을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지요. 사회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지나치게 분화되면서 주변을 살필 틈 없이 자신의 의무에 매몰되거나 소외됨으로 나타는 현대병(現代病).
자칫 현대병을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으로 비롯된 성인병이나 환경이 열악해진 결과로 빈발하는 공해병, 전공인 한 가지 일에 국한하다보니 균형의 상실로 비롯되는 직업병에만 주목할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것은 물리적 통증이지만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정신적 이상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 사람을 더욱 그리워하는 해모를 통해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외로움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대병으로서 정신병의 많은 부분은 바로 '외로움'임을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 창밖의 제게 시선을 주고 계신 이 말레이시아 할머님의 시선에 그리움이 묻어있습니다. ⓒ 이안수
외로워하는 해모를 보면서 서울에 며느리와 손자, 소녀들과 함께 계신 장모님과 어머님, 아버님을 생각합니다. 세 분의 부모님을 모셔오면서 각자 고향에 따로 계시는 편리함보다, 함께하는 불편함이 오히려 더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여러 식구들이 함께 얼굴 볼 수 있으니 적어도 외롭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한 지인이 경기도에 작은 밭뙈기 하나를 주말농장으로 가꾸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흙을 만지는 일이 사업의 스트레스를 이기는 한 방편이라 했습니다. 지난 가을, 그 해에 달린 것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늙은 호박 하나를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는 그 늙은 호박이 자연이 만든 가장 조화로운 작품으로 느껴졌고, 그 호박을 제게 주신 분의 정성도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 그것을 서재의 작품 사이에 세워두었습니다. 흙과 햇볕 그리고 그 밭주인의 땀방울이 담긴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 한 출판인이 제게 선물해준 늙은호박. 나는 여러 작품들의 가운데에 이 호박을 두고 4개월간 자연이 만든 작품으로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 이안수
근 4개월이 경과되어 상할 것이 염려되어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아내는 그것을 서울로 가져가 호박죽을 쑤었고, 제게도 통에 담아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한 계절을 눈으로 아름다움을 만끽했던 그 호박으로 다시 몇 끼니 째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 제가 늘 눈 맞추던 그 늙은호박은 상하기전에 마침내 지난주에 호박죽이 되었습니다. ⓒ 이안수
아내는 호박죽뿐만 아니라 그 호박을 다듬는 두 어머님의 사진을 카톡으로 함께 보냈습니다.
"호박을 다듬는 두 노인(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입니다. 할 일을 드리니 두 분이 너무 좋아해요. 시간도 잘 가고…."
▲ 그 늙은호박을 다듬는 두 노인. 이런 소일거리는 노인들에게 보람을 아끼는 일이기도 합니다. ⓒ 강민지
다음날은 늘 서울의 어른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저를 위해 아들 영대가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외할머니와 함께 호박씨를 까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출판인의 스트레스를 달래며 자란 늙은호박 하나가 제 서재의 작품으로 놓였다가 두 노인을 한나절 즐겁게 소일하게하고 그 씨로 외손자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 늙은호박에서 나온 호박씨를 외손녀와 함께 까고 있는 장모님 ⓒ 이영대
사람은 사람에 의해 소외될 때 가장 외롭고, 그 고통은 사람에게 부대끼는 것이 치료다 싶습니다. 제가 어릴적 대가족으로 많은 식구가 한 지붕 아래 살 때 죽도록 외로워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내가 부대낄 수 있는 사람이 내곁에 있음이 '외로움'이라는 깊은 병을 물리치는 행복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말레이시아의 수상가옥에 살고 있는 한 가족. 가운데 의자에 앉은 이 늠름한 50대의 가장은 단 30여년 만에 가족을 20여명 이상으로 불렸습니다. 그리고 바닷물위의 수상가옥 한 채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일을 나간 가족이 10여명, 그러므로 제 사진에 담기지 않은 또 다른 가족이 10여명 더 있습니다. 이들은 제가 어릴 적 할아버님과 작은아버지가족, 그리고 농사를 돕는 모든 일꾼들이 함께 살던 어릴적의 우리집 대가족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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