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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이주민 30% 걸식 경험, 사실일까?

실제로는 140만 명 넘는데 표본은 달랑 124명...한계는 인정하지만 '아쉽다'

등록|2013.01.18 16:29 수정|2013.01.18 16:30
지난해 말 '국내체류 이주민 30% 지난 1년간 돈 없어 식사 못한 적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어서 유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그 기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여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의뢰해 29일 공개한 '국내 체류 이주민의 사회복지지원체계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을 기사화한 것이었다.

관련 용역보고서가 국가인권위에 제출되기 전에 실태조사 결과를 사전에 받아보고, 논평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기사 제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사실을 왜곡할 위험이 있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기사는 연구 보고서의 한계를 언급하지도 않았고, 일부 사실을 전부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도록 기사화한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주민 사회복지지원체계 실태조사'는 국내 체류 이주민의 삶의 질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민간에 연구용역을 위탁하여 실시한 것이다. 이 연구보고서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 여성, 난민, 이주아동, 난민아동들의 생활 실태와 함께 개선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체류 이주민 30% 걸식 경험, 사실일까?

국가인권위 보고서사회복지지원체계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 고기복

이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이주민 30% 굶는다'는 내용을 어디에서 발췌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300페이지가 넘는 관련 연구 보고서를 다시 찬찬히 읽어 보았다. 그런데 연구 용역 보고서를 아무리 뒤져도 이주민 30% 걸식 경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곳은 없었다. 다만 이 부분을 보고 기사를 작성했겠다 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 경제 부분에서였는데, "이주노동자의 29%가 지난 1년 간 돈이 없어 밥을 굶었던 경험이 있으며, 이 중 15.4%는 1번에서 3번, 4%는 6번, 10번 이상 있었다는 응답자는 3.2%를 차지했다. 외국인등록증이 없는 노동자(미등록이주노동자)는 지난 1년 간 돈이 없어 밥을 굶었던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31.8%를 차지해 외국인등록증이 없는 노동자는 걸식이라는 위기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나와 있었다.

이 부분이 선정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렇다. 일단 '이주민'이라는 단어의 문제이다. 관련 연구용역에서 '이주민'은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결혼이주여성, 난민, 이주아동, 난민아동을 포함하였다고 밝혔듯, 국내 체류 14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을 지칭한다. 그런데 해당 연구 조사는 고작 124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얻은 대답에 기초한 것이었다. 제목만 놓고 보면 '국내체류 이주민 30% 지난 1년간 돈 없어 식사 못한 적 있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국내체류 이주노동자 30%, 지난 1년간 돈 없어 식사 못한 적 있다'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제목이 갖고 있는 문제는 애교 수준이다.

참고로 통계청이 작년 실시했던 '2012년 외국인 고용조사'와 비교하면 국가인권위 연구조사가 얼마나 부실한지 쉽게 알 수 있다. 통계청 조사는 국내에 상주하는 만 15세 이상 외국인 중 표본으로 추출된 1만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고용조사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태국어 등 13개 언어로 작성된 조사표와 법무부, 서울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콜센터를 통해 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응답률을 높였다고 한다.

124명과 1만 명, 그 규모와 연구조사 방법 등에 있어서 비교가 돼도 너무 비교가 되지 않는가? 결코 대표성을 가질 수 없는 연구조사 표본 집단을 갖고 마치 전체 이주민 중 30%가 지난 1년 간 걸식 경험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 것은 연구보고서 전체의 신뢰성에 금이 가게 할 정도다.

124명 이주노동자가 전체 이주민 실태 대변?

이번 조사는 고작 124명에 대해서 국가도 몽골이 절반이 훨씬 넘는 58.9%, 필리핀 17.7%, 우즈베키스탄 16.1%, 중국 6.5%, 캄보디아 0.8%를 차지했다. 전체 국가라고 해 봐야 5개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 통계월보에 따르면. 실제 몽골은 전체 외국인 비율로 보면 1%(9,393명)도 안 되는 0.6% 정도이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주요 국가들 중에서도 몽골은 전체 인력의 4%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 밖에 고용허가제 입국 노동자에 한정하고, 조사에 포함된 모든 국가에서 입국한 이주노동자를 다 합해도 25%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말은 연구조사가 분명한 한계와 편향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표본 조사 대상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부분만 놓고 이야기할 때, 연구조사의 표본이 유의미하려면, 최소한 고용허가제 입국국가별로 조사가 이뤄졌어야 하고, 그 배정인원도 입국대비해서 비율이 정해졌어야 했다. 그리고 표본오차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문이 이뤄져야 했는데, 표본이 너무 적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살피지 못하고 보고서와 기사가 지나치게 일반화시켜 버렸다.

대표성을 부여할 수 없는 표본, 연구 결과 신빙성 문제 초래

다른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이주노동자 부분만 놓고 이야기해도 신빙성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연구조사가 현실과 상당히 괴리된 부분이 있었는데, 보고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35.4%로 조사했는데, 실제 국내체류 미등록자는 해당 연구가 진행될 당시 출입국 통계에 의하면 12%에 불과했다. 지금 기준으로도 18%를 조금 넘는다. 연구 당시에는 세 배, 지금은 두 배 가까운 차이가 있는 결과다.

그 뿐만이 아니다. 48.3%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조사 보고하고 있는데,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의하면, 동반 가족 비자는 전체의 3% 남짓이다. 이는 주로 중국동포들과 결혼이주민들로 인한 숫자다. 관련 연구 조사에서 중국 동포들이 설문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놓고 보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동반 거주 비자 소지자는 이주노동자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이주노동자가 기본적으로 가족동반이 금지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에서 출생한 미등록이주아동을 다 합해도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전체 체류 외국인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이주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고하고 있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어도 지나치게 멀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실제에 비해 조사표본이 작아서 나온 오류라고 하겠다.

이런 한계점들을 짚고 넘어가다 보면 연구 조사 전반에 대한 신뢰에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의뢰를 받고 진행된 조사에 대해 너무 야박한 점수를 매기는 것 같아 이 정도에서 한계와 문제점은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전문가들이 수행한 연구, 왜 이런 문제?

앞서 언급한 내용들만 들으면, '이주민의 사회복지지원체계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된 연구용역이다 보니,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연구원들이 만들어 놓은 보고 기초 문건을 보고 논평을 했던 입장에서, 관련 연구자들의 변명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원들은 관련 용역을 수행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을 설문조사하고자, 많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특히 일정 부분 규모가 있는 단체를 중심으로 협조를 요청했는데, 의외로 협조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원단체들의 입장은 한결같이 '너무나 많은 연구기관들, 연구자들, 정부기관 등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 혹은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기관의 피로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고, 이주노동자를 수단화, 대상화하는 현상이 일어나다 보니, 그와 같은 연구 조사에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겨우 협조를 구한 한 몽골인 학교와 작은 규모의 이주노동자단체를 중심으로 조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인터뷰나 설문 표본 조사 대상자들이 이주노동자 대표성을 갖기에 미흡하다는 점을 연구자들은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한계에 대해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수정해 보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시간과 재정 형평상 시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 현실을 과장되게 이야기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결코 해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있는 사실 그대로 가감없이 전달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이 나름대로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의 사회복지지원체계를 개선해 보고자 좋은 마음을 갖고 열심히 연구한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분명한 한계를 갖게 된 데는 연구원들의 현장성 부족과 함께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을 지나치게 불쌍하게 보는, 도와줘야 할 존재로만 보려는 시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를 강조하려는 연구원들의 선한 의도가 오히려 연구의 신뢰성에 금이 가게 한 것은 아닌지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보고서 활용 가치는?

국가인권위인권상담센터 ⓒ 고기복


이 연구보고서는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해당 연구가 기본적으로 이주민 사회복지지원체계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고, 연구 조사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사회복지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지원단체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지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살피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설문에 응한 이주노동자의 55.1%가 밥을 먹지 못했을 때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직장동료로부터 10.3%, 교회나 단체가 3.4%에 달했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이주노동자가 20.5%라고 한 부분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조사에 의하면 최소한 걸식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열에 다섯이 굶어 죽어도 누군가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공공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조력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비록 조사대상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주노동자지원단체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쉼터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을 예로 들면,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다는 이주노동자쉼터가 한 곳 있긴 하지만, 그 이용대상을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진 자'에 한해 이용하도록 하고 있어서 그 이용률이 상당히 낮다. 그것도 오는 2월 말에는 폐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 사회를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연구가 갖는 의미는 이러한 점들을 살피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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