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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한테 질투심을 느낀다고?

관심과 사랑으로 젖소 키우는 전남 곡성 최용주·정옥님씨

등록|2013.01.18 20:53 수정|2013.01.18 20:53

▲ 최용주·정옥님씨가 키우는 젖소. 주인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 ⓒ 이돈삼


"어렸을 때였어요. 집에서 소를 키웠는데요. 소를 팔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우리 식구들한테 목돈이 쥐어지는데. 소는 죽으러 가는 거잖아요. 소의 목숨과 돈을 맞바꾼 거죠. 그래서 저는 젖소를 선택했어요. 적어도 젖소는 제 역할을 하는 날까지 팔지 않잖아요. 죽으러 갈 일도 없고요."

전남 곡성군 겸면에서 젖소를 기르고 있는 최용주(46)씨의 말이다. 그 마음이 참 예쁘다. 선하다. 최씨의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부인 정옥님(42)씨에 따르면 그는 천성적으로 소를 좋아한다. 나아가 동물 자체를 좋아한다.

최씨는 소에 먹이를 주고 젖을 짜는 시간은 물론 틈나는 대로 축사에서 살다시피 한다. 거기서 소와 말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살핀다. 불편한 데는 없는지, 또 필요한 건 없는지. 오죽하면 부인 정씨가 소한테 질투심을 느낄 정도라고.

그의 '젖소사랑'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인정한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정성껏 보살핀다. 어릴 적 한우사랑이 젖소사랑으로, 나아가 동물사랑으로 발전한 셈이다.

▲ 최용주씨가 젖소와 교감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일상이 됐다. ⓒ 이돈삼


▲ 최용주씨가 젖소에 먹일 볏짚과 사료를 혼합기에 넣어 섞고 있다. ⓒ 이돈삼


최씨가 이런 마음으로 키우고 있는 젖소는 100여 두. 1988년부터 시작했다. 25년째 젖소를 키우며 착유(搾乳)를 하는 게 일상이 됐다. 젖소의 젖 짜기는 하루 두 번씩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신혼여행 이후 지금까지 부부가 여행 한 번 못해 본 것도 이런 연유다.

"물론 다른 사람을 사서 짤 수는 있죠. 그렇지만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요. 젖을 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스트레스는 조금이라도 덜 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 배우 류승룡이 젖소를 언급한 것도 이런 연유다. 류씨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등장한 젖소와 관련, "그 소가 내 손맛을 본 뒤로 누가 와서 젖을 짜도 안 나온다"며 마음 아파한 바 있다. 보기와 달리 젖소가 그만큼 예민한 동물이라는 얘기다.

▲ 안주인 정옥님씨가 치즈를 만들고 있다. ⓒ 이돈삼


최씨는 젖을 짤 때도 최적의 환경에서 본인이 직접 짜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젖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예의라는 것이다.

이렇게 짠 젖은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두당 착유량도 전국 평균의 2배 가까이나 된다. 한국종축개량협회로부터 연간 1만2000㎏ 이상 생산목장 인증을 받았을 정도다. 양과 질 모두 흡족한 결과를 얻고 있다.

"관광목장 수준은 아니죠. 그러나 축사 환경을 최대한 쾌적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소들엔 양질의 먹이로 많은 영양을 공급해 주고요. 그래야 젖 생산량이 높아지죠. 소득도 자연스럽게 따를 것이고요."

최씨의 말에서 진솔한 마음이 읽힌다.

▲ 정옥님씨가 치즈 체험장에서 치즈를 만들고 있다. ⓒ 이돈삼


▲ 정옥님씨가 치즈체험장에서 치즈를 만들고 있다. 체험장은 목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지난해부터선 유제품 가공도 시작했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위생적인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수제 요구르트와 쭉-쭉- 찢어서 먹는 스트링치즈를 만들고 있다. 이 일은 부인 정씨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젖소를 직접 키우면서 착유를 하고 유제품 생산까지 한 군데서 다 이뤄지는 셈이다. 별도의 유통과정이 없고 기간도 필요치 않아 그만큼 제품이 신선한 게 큰 장점. 유산균 함유량도 높아 맛이 진하다. 영양가도 다른 제품보다 높다.

어린이나 가족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도 그녀가 진행한다. 치즈를 만들고, 그 치즈와 요구르트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것도 별난 맛이다.

"맛있는 요구르트와 치즈 생산을 위해 연구 많이 했죠. 그 과정에서 버린 것도 많고. 울면서 밤을 지샌 것도 여러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죠. 그러나 무엇보다 위생적이고 영양 많은 제품,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씨의 말에 신뢰가 생긴다. 이 유제품의 유통망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직거래만 하고 있다.

▲ 안주인 정옥님씨가 만들어 내온 주전부리. 직접 만든 치즈를 올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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