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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살아야 기업이 산다"

[인터뷰] 정헌배 중앙대 교수... '생산서 소비까지' 환경마인드 강조

등록|2013.01.19 17:20 수정|2013.01.19 17:21

▲ 정헌배 중앙대 교수 ⓒ 김태환


환경보호를 염두에 두지 않은 상품은 수출도 할 수 없는 '환경 장벽의 시대'를 맞았다. 세계 각국의 환경보호조치와 각종 환경협약들이 관세보다 막강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글로벌 녹색경제체제 속에서 지속가능기업이 되기 위한 비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의 미래가 환경경영과 환경기술개발에 좌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맞춰 '환경이 살아야 기업이 산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환경경영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정헌배(57)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가 바로 그다. 경영학과 교수이자 대한민국 '술박사 1호'로 알려진 정 교수가 환경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초대 환경경영학회장까지 역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품고자 정 교수를 만나 국내 기업의 녹색경영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1호 술박사, 미국서 환경과 인연 맺다

정 교수는 1992년 술을 더 연구할 생각으로 마케팅으로 유명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 객원교수자격으로 가 있었다.

그는 "당시 미국은 리오 환경정상회담과 맞물려 나라 전체가 온통 환경얘기 뿐이었다"며 "한국에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였지만 상황을 둘러보니 '환경'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환경을 방관했다간 기업경쟁력까지 사라져버릴 거라는 우려가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원래 계획했던 술 연구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때마침 미국 무역개발재단(USTDA)에서 환경기금을 한국에도 주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정 교수는 "한국에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에 곧장 운영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귀국하자마자 기업체 임원들을 찾아다니며 "환경 선진국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정 교수는 LG·삼성 등 대기업 관계자를 데리고 친환경 국가를 견학하는 한편 미국에 있을 때 모은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해 <환경경영전략> <환경마케팅>이라는 책도 써냈다.

몇 년을 뛰어다니자 학계는 물론 기업·정부에서도 그의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 결과2002년에는 산업자원부 도움을 받아 한국환경경영학회를 만들고 초기 회장을 맡게 됐다.

환경경영학회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환경문제와 기업 경쟁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학회는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로 구성됐다. 정 교수는 "환경문제의 해결을 기술로만 한정지어선 곤란하다"며 "환경경영·환경경제·환경사회 등 영역구분 없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환경보호=규제'로 간주... 환경지출은 '비용' 아닌 '투자'

정 교수는 "기업은 생존과 미래 발전을 위해 경쟁력 있는 녹색경영을 실천하는 지속가능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환경관리 측면에서 법적 규제기준은 날로 강화될 것이며 그에 따른 차별성 확보를 위해 녹색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경보호를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으로 보고 있다"며 "피해의식을 버리고 환경지출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앞으로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3R(Reuse·Recycle·Reduce) 수준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며 "제품의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ment) 기법이 더욱 정교화되고 계량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최근 투자금융회사들도 지속가능성 평가내용을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며 "향후 환경문제를 포함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주의(CSR)가 더욱 강하게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선진국의 환경규제조치는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적합성은 물론 생산방식이나 공정의 환경친화성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환경상품에 대한 정의도 상품제조과정 뿐만이 아니라 제품의 소비와 폐기과정까지를 포함하는 환경부하와 환경경영을 평가기준으로 포함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따라 기업은 생산·유통·폐기 등 전 과정에 걸친 환경경영기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은 환경경영이 좌우한다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는 "환경경영은 환경관리 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사업 진출로 이어져 그린 마케팅을 통한 시장 창출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문제 해결 위해 사회통합망인 '뉴거버넌스' 구축 시급

▲ 정 교수는 "기업은 생존과 미래 발전을 위해 경쟁력 있는 녹색경영을 실천하는 지속가능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 정헌배 교수 제공


환경문제는 생산자는 물론이고 소비자의 의식과 태도, 실질적인 행동까지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정헌배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약력]
-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 1979 영남대학교상경대학 경영학사
- 1984 프랑스 파리 9 대학교 경영학박사
- 1985-현재: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경력]
- 파리 9대학교 마케팅연구원(DMTP) 연구원
- 파리상공회의소 국제경영연구소 연구원
- 중앙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장, 창업대학원장, 산업경영대학원장
- 미국 Northwestern 대학교 객원교수
- 재정경제부 주세개편대책반 자문위원
- 국제연합 지역개발센터(UNCRD) 한국위원
-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자문교수
- 한국환경경영학회 회장
- 음주문화시민연대 이사장
-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자문교수
정 교수는 "자원소비나 환경오염은 개인이나 개별 조직단위의 활동에서 일어나지만 이에 대한 파급효과는 사회와 지구촌 차원으로 나타난다"며 "그 해법도 일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다단계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나 조직의 강력한 의지가 있더라도 환경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해법이 잘 나서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정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조직의 패러다임인 '거버넌스'가 환경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용어는 정부의 의미 변화, 공적인 업무의 수행방법의 변화를 지칭한다"며 "정부(government)는 공식적인 권위에 근거한 활동을 지칭하는 반면 거버넌스는 공유된 목적에 의해 일어나는 활동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뉴거버넌스'는 국민국가라는 한정된 범위가 아니라 정부조직과 기업, 시민사회 등 모두가 공공서비스와 관련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업무를 연계하고 상호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개념이다.

정 교수는 "다양한 환경변화 속에서 그동안 정부나 기업들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복합적이고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뉴거버넌스는 전통적인 어떤 환경해법보다 유용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김태환 기자(pigletkth@onkweather.com)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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