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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대 의원, 총선 때 그 약속 기억하시죠?

"매년 1000명의 하청노동자 정규직으로"...꼭 지키시라

등록|2013.01.21 15:19 수정|2013.01.21 15:19

▲ 2012년 4.11 총선 당시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새누리당 안효대 후보 사무소 ⓒ 박석철


안효대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박근혜 당선인대통령 취임식 준비사항 브리핑에서 "한 달여 남은 대통령 취임식이 대한민국의 희망을 담고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어 낼 새정부의 출범을 국내외에 잘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어 낼 새 정부'라고 언급한 발언을 보면, 지난 4·11 총선에서 "매년 1000명의 하청노동자를 현대중공업 정규직으로 만들겠다"며 많은 지역 하청노동자에게 꿈을 심어주던 일이 연상된다. 그가 말한 대로 하청노동자의 꿈은 실현되고 있을까?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꿈은 이뤄지고 있나?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조선소가 자리잡으면서 이 지역의 고용과 경제의 근간을 이룬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진원지도 현대중공업이었고, 4만여명의 직접 종사자를 둔 만큼 정치적 작용도 크다. 현대중공업 실질적 사주인 정몽준 의원이 1988년 13대 총선 이후 17대까지 내린 5선을 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 바통을 이어 받아 18대 총선에서는 현대중공업 간부 출신이자 정몽준 의원 쪽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안효대 의원이 당선됐고, 그는 19대 총선에서 다시 재선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정치적 환경이 급변했다. 4만여명의 종사자 중 절반 이상을 하청노동자가 차지하면서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하청노동자들의 민심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 특히 최근 현대중공업 해고 하청노동자 고 이운남씨 자살에서 보듯, 하청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을 하면 그만큼 고통이 따라왔기에 진보진영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었다.

4·11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2012년 1월 UBC울산방송이 창사기념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울산 동구는 한나라당 후보 30.1%, 야권 단일후보 34.5%로 야권단일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

이어 진보진영의 유력한 두 여성 후보인 노옥희·이은주씨가 단일화 경선을 벌여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통합진보당 이은주 후보로 야권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이은주 후보는 19대 총선 야권후보가 된 즉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19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동구 민심을 자극했다.

이은주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조선 작업이 현대차처럼 컨베이어 작업은 아니지만, 배를 만드는 용접·절단 등 하는 일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고, 과거 정규직이 하던 일을 외주로 돌렸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임금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해 5000명 넘는 주민이 참여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이에 당시 안효대 후보 측은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선거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이 공약이 적힌 수많은 명함과 공보물이 쏟아졌고 많은 하청노동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당시 안효대 후보 측은 인터뷰에서도 "노동현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하청 3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규직과 하청 2분류인데도 진보진영은 무조건 하청도 비정규직이라고 몰아붙인다"며 "그럼에도 안효대 후보는 1년 이상 하청에 근무하면 현대중공업 연수원에서 교육받고 정규직이 될 수 있게 1년에 1000명씩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현재도 매년 400여 명의 하청노동자를 연수 후 직영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령층이 높아 매년 많은 정규직이이 퇴직하는데, 이 자리를 하청노동자 중에서도 일부 선별해 고용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안효대 후보의 이 공약은 먹혀들었다. 개표 결과 안효대 후보는 예상을 깨고 51.5%(4만1395표)를 얻어 통합진보당 이은주 후보 43.6%(3만5033표)보다 월등히 앞서 당선됐다. 상당수 하청노동자들과 주민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정몽준 현대중공업 사주의 오른팔 격인 안효대 의원을 더 믿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선경기가 추락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공약은 지켜지고 있을까? 안효대 의원 측 박재관 사무국장은 21일 "매년 1000명의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를 공약했지만 조선경기가 추락하고 물량이 없어 불가항력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면 공약은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현대중공업 정규직의 퇴직정년이 1년 더 늘어나면서 하청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자리가 부족하게 됐다"며 "다만 올해 500여명의 하청노동자를 정규직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공약 당시 4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교육 후 퇴직 정규직의 자리를 이어왔지만 올해는 이보다 100명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안효대 의원이 공약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매년 1000명 정규직화에 비하면 10%에 불과한 수치다.

이 때문에 새정부 공보위원으로서 그가 말한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어 낼 새정부'도 세계경기 침체 등의 조건이 생기면 '국민의 꿈이 미뤄지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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