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볏짚으로 만든 장식물에 이런 의미가...

일본의 정월 풍습, 문 장식

등록|2013.01.21 18:52 수정|2013.01.22 10:56

▲   시가현 오츠시 마노오노 마을에서 본 문 꾸미개입니다. 이 꾸미개는 이 집 주인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 정월 꾸미개는 찰벼로 만들어야 볏짚이 길고 부드러워서 만들기가 좋다고 합니다. 볏짚과 유자나 감귤 그리고 1월에 구할 수 있는 유자 잎을 꽂아놓기도 합니다. ⓒ 박현국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일본사람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문 장식입니다. 집집마다 자기 집의 규모나 취향에 따라 꾸미개를 만들어 걸어 놓습니다. 이렇게 문에 장식을 달아야 새해를 잘 맞이할 수 있고 복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문은 내부 공간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구분 짓는 특별한 구역입니다. 문을 통해서 사람들은 방 안에서 바깥 세계로 나아갈 수 있고, 외부 세계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여러 가지 문 꾸미개입니다. 대부분 꾸미개가 비슷합니다. 정월이 지나면 사기초나 돈도야키라고 하는 축제 때에 꾸미개를 한꺼번에 모아서 불에 태웁니다. ⓒ 박현국


우리나라 사람들도 예로부터 문 위에 부적을 붙이기도 하고, 입춘대길이라는 글자를 써서 입춘날 대문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문에 부적을 붙인 것은 삼국유사 헌강왕조에 실린 처용설화를 들 수 있습니다.

처용설화에서 처용의 아내와 역신이 같이 잠을 자는 것으로 본 처용이 노래를 부르면서 뒷걸음질 쳤습니다. 이것을 본 역신이 놀라 다시는 그 집에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해서 사람들은 병을 물리치기 위해서 문 위에 처용 얼굴 그림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볏짚으로 꼰 새끼로 간단하게 만들어 놓은 꾸미개입니다. ⓒ 박현국


우리나라 처용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이 성경에도 나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이스라엘 사람의 표시로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놓은 집은 맏아이가 죽는 것을 피한다고 했습니다.

문 위에 바른 처용 부적이나 문설주에 바른 양 피는 집 안이나 방 안에 있는 사람이 구별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바깥에 알리는 표시였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이 문 위에 걸어놓는 꾸미개는 무슨 뜻을 지닌 것일까요?

▲   정월 초하루 날에는 자동차 앞에도 꾸미개를 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 박현국


일본 사람들이 문에 걸어두는 꾸미개는 거의 대부분 볏짚으로 만든 것입니다. 볏짚은 벼농사를 지은 뒤 나온 것입니다. 벼농사가 풍년이 들면 볏짚도 잘 자라고, 알곡도 튼실하고 많이 붙습니다.

볏짚으로 만든 문 꾸미개는 농경사회에서 벼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볏짚으로 문 꾸미개를 만든 사람들의 기원대로 올해도 풍년이 들었으면 합니다.

▲   고베에서 본 문 꾸미개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