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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으로만 양떼를 제압하다

경이로운 자연을 간직한 뉴질랜드를 찾아서 2

등록|2013.01.22 13:56 수정|2013.01.22 13:56

마오리족 마을마오리족 마을에도 아침짓는 연기처럼 간헐천에서 수증기를 뿜고 있다 ⓒ 임재만


로또루아에서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유황냄새가 방안에 진동한다. 얼른 창문을 열어보았다. 어제 보다 더 높이 그리고 힘차게 간헐천에서 물이 솟구친다. 마치 하늘의 구름을 만드는 것처럼 물줄기가 구름 속으로 뿜어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숲속의 마우리족 마을에서는 시골 마을에서 아침 짓는 연기처럼 수증기가 쉼 없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다. 언뜻 보면 한국의 농촌 풍경으로 착각하기 쉽다.

호텔에서 아메리칸 스타일로 간단히 조식을 하고 호텔 근처에 있는 로또루아 시청으로 나섰다. 시청 앞 넓은 잔디광장에서는 수십 명의 노인들이 나와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르신들이 즐겨하시는 게이트와 비슷한 놀이다. 시청광장은 다채로운 색의 장미꽃이 피어 있고 잘 정리된 넓은 잔디광장이 사람들의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많이 볼 수가 없다. 나무 그늘에 앉아 휴일을 즐기는 한 가족이 있을 뿐이다 

로또루아 시내를 벗어나 목장투어에 나섰다. 목장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다. 무언가의 이벤트가 있을 분위기다. 잠시 후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쓴 아저씨와 검둥이 개 한 마리 그리고 순한 양 4마리가 나타났다. 목동의 신호에 따라 개가 뛰어다니며 양들을 몰기 시작한다.

개는 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 눈빛으로 양들을 제압하며 그들을 목동이 원하는 방향로 효과적으로 몰아넣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사불란하게 양들을 몰아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사람들의 박수가 터져 나오고 목동아저씨는 모자를 벗어 멋지게 인사를 한다. 양몰이 개는 드넓은 초원에서 많은 양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 같다. 그래서 뉴질랜드에는 이러한 개들의 공을 기념하기 위해 개동상이 세워져 있다 한다.

양치기개 와 양떼양치기 개가 양떼를 눈빛으로 제압하여 우리로 몰고 있다 ⓒ 임재만


사슴암수사슴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임재만


농장에서 트랙터가 끄는 투어마차를 타고 목장 언덕으로 올라갔다. 성질이 사납다는 알파카와 사슴들이 기다리고 있다. 먹이를 한 줌씩 쥐고 들어가자 훈련된 듯 그 놈들이 다가온다. 손에 있는 먹이를 주자 금세 친구가 되어 사진포즈를 잘도 취해준다. 알파카는 먹이를 갖고 장난을 치면 성질이 더러워 침을 뱉으니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일러준다. 알파카에 잔뜩 경계심을 갖고 있었으나 생각과 달리 그들도 먹이를 주자 친근하게 다가와 어린 양이 되고 만다. 이곳 농장에서는 키위가 재배되고 있었는데 아직 수확 시기가 되지 않아 먹을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키위 와인을 한 잔씩 먹었는데 맛이 아주 뛰어나 하루 종일 내내 그 향이 입가에 맴돌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점심때가 되어 로또루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뷔페음식점을 찾았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시내 높은 곳에 위치한 음식점이다. 이곳에서는 양고기 사슴고기 소고기등 뉴질랜드의 다양한 음식과 과일을 맛 볼 수 있으며 로또루아 시내와 호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푸른 호수 주변에 로또루아 시내가 넓게 펼쳐져 있고 멀리 산등성이 위로 낮게 걸린 흰 구름이 그림 같다. 음식점 주변에는 자유낙하놀이기구가 있어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오고 바퀴달린 썰매를 타고 언덕길을 신나게 내려오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로또루아 전경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뷔페음식점에서 내려다 본 로또루아 전경 ⓒ 임재만


로또루아의 화창한 날씨는 그늘을 찾게 할 만큼 덮다. 그늘이 드리운 풀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띈다. 차들도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27℃ 정도 되는데 자외선이 강하다보니 화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구름이 많이 끼는 날은  20℃ 전후가 되어 여행하기에 아주 그만이다.

뉴질랜드는 구름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구름이 많다. 특히 산등성이에 길게 걸쳐 있는 구름의 모습은 뉴질랜드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넓은 초원에  키다리 아저씨 미루나무가 기분 좋게 서 있고 그 위를 흰 구름이 훨훨 나는 풍경은 누구나 동경하는 목가적인 풍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유행가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북섬 최대의 호수 타우포 호수로 간다. 지나는 길에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와이카토강에 있는 후카폭포를 찾았다. 수량이 엄청날 뿐 아니라 빙하가 녹은 물이라 그런지 물색이 그림 같다. 비취색의 고운 물빛과 폭포 아래로 쏟아지며 자아내는 장쾌한 물빛이 마음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저 물 한 바가지 떠다가 가슴에 들이 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계곡이 깊어 손을 담글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다. 그저 아름다운 물색을 눈과 마음으로만 담아가는 수밖에.

후카폭포아름다운 빛깔의 빙하수가 장쾌하게 쏟아지고 있다 ⓒ 임재만


뉴질랜드는 빙하가 덮여 있는 산이 많이 있다. 그래서 호수는 거울처럼 맑을 뿐 아니라 물색이 옥처럼 아름답다. 원래 후카는 마오리어로 '물거품'이란 뜻이다. 와이카토 강을 따라 흐르던 강물이 갑자기 좁아진 강폭 아래로 몰려 내려감으로써 폭포의 높이가 얼마 되지 않아도 물살이 상당히 세며 호쾌하게 흘러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상적인 생활에 찌들린 사람들은 후카 폭포를 바라보면서 답답했던 가슴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로또루아에서 2시간 정도 달려 무지개 빛 송어들의 낙원 타우포호수에 도착했다. 이 호수는 뉴질랜드 최대의 호수로 온천지대 로또루아와 함께 북섬 최대 관광지다. 카누와 래프팅등 다양한 수상스포츠와 송어낚시의 메카라 할 수 있다. 통가리 국립공원에 있는 3천 미터가 넘는 루아페후(2799m)산의 빙하를 수원으로 하기 때문에 옥빛처럼 물이 맑고 아름답다. 특히 타우포의 번지 점프는 세계에서도 유명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번지점프타우포호수 주변의 번지점프장에서 멋지게 점프를 하고 있다 ⓒ 임재만


"타우포는 마오리족과 백인과의 전쟁동안 군사적 전진 기지로 백인에 의해서 최초로 점령된 지역이다. 당시 백인 측의 지휘자였던 로버트 대령은 1869년에 임시 요새를 구축하여 마오리족 전장인 티쿠티를 패배시킬 때까지 이 지역에 주둔하였으며 1870년대에 정부 측은 마오리족으로부터 이 지역의 땅을 사들이게 된다. 1945년에 타우포의 인구는 750명에 불과했으나 점차 성장하여 현재는 1만9천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로 성장하였고 관광 성수기에는 유동인구까지 합쳐 4만 5천명이 머무는 휴양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화산섬인 관계로 수력과 화력 외에 지열에서도 전기를 얻고 있다. 전체 전력의 20%를 지열로 얻고 있다. 그 중 와이케라이 지열 발전소는 타우포 호수 주변에 있으며 전체 전력의 5%를 차지 한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도 있지만 이처럼 많은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어 사람들에게 큰 축복의 땅이 아닌가 한다.

"뉴질랜드는 1300년경 폴리네시안인 마오리족이 대규모로 이주하여 살기 시작하였으며 원주민 마오리족 언어로 '길고 흰 구름의 나라(Aotearoa)'란 뜻이다. 유럽인의 최초 발견은 1642년 12월 13일 네덜란드인 아벨 태즈만(Able Tasman)이 새로운 무역의 거점을 찾아다니다, 남섬의 Hoitika 지역에 도착하여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환경을 보고 그의 모국 네덜란드의 해양지방 젤란드 주의 이름을 따서 '새로운 젤란드(Nieuw Zealand)'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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