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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비호' 제동 건 황우여 "공금으로 콩나물 사서야"

'인준 강행' 이한구 원내대표 겨냥한 듯... 새누리당 내부 반대기류 확산

등록|2013.01.23 13:31 수정|2013.01.23 13:42

▲ 2012년 9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자료 사진) ⓒ 유성호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데 쓰면 안 되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3일 오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 재직 당시 재판활동 보조비용인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당대표가 직접 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 후보자를 강하게 비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직접 이 후보자를 직접 비판하고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 인사청문위원들은) 루머폭탄 작전을 펴서 허위정보를 살포하고 굉장히 무책임한 선전·선동을 하고 이런 식으로 가면서 해명이 되고 나면 책임도 안 진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정치공세'로 치부했다.

그는 "품위 없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민주당 의원 중에 몇 분이 보이니, 멀쩡하게 잘하시는 새누리당 의원들까지도 싸잡아 욕먹는 상황이 되풀이된다"며 "민주당 청문위원들이 이성을 찾아 냉정하고 공정하게 청문회를 진행해 주길 부탁한다"고도 말했다.

이같이 이 원내대표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강행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황 대표가 직접 제동을 건 셈이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상당수 당내 인사들도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의원 역시 이날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특정업무 경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원내대표도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중진의원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저는 말씀을 좀 줄이겠다"며 이 후보자 인준 여부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국회가 조속히 정상화돼서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산적한 안건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다시 한 번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 내부에서도 '부적격' 의견 나와... 의원총회에서 결론낼 듯

오는 24일 예정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국민의 기대와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법관을 꼭 우리가 헌재소장으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까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 동의에 쉽게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인사청문특위가 새누리당 7명, 민주당 5명, 진보정의당 1명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할 때, 김 의원이 부적격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어려워진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더라도 국회 본회의의 무기명 표결에서 인준이 부결될 수도 있다. 황 대표와 같이,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한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어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후보자는 이날 특정업무경비를 본인 명의의 MMF(Market Money Fund) 계좌만이 아니라 부인 명의의 MMF 계좌에도 넣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상황이다. 3억2000만 원에 달하는 '공금'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및 가족의 투자에 쓴 셈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주요당직자, 상임위원장단 등이 이날 오후 박근혜 당선인과 오찬 회동을 하며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한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해 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준 강행을 고수해 온 원내지도부의 입장 변화도 주목된다.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원내지도부와 협의한 결과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만큼 당초 예정대로 우리는 동의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에는 아직까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한구 혼자 감싼다고 해결될 일 아니다... 이동흡 자진사퇴해야"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도중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야당은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동흡 후보자를 인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를 비호하고 나선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해 날선 비판도 가하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해명되기는 커녕 무자격, 무능력, 무책임의 3무 후보라는 점만 밝혀졌다"며 "새누리당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인사 더 이상 두둔해서는 안 된다, 반칙과 특권으로 위장된 생계형 권력주의자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첫 번째 인사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설훈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이 원내대표가 말하길, 지금 청문회는 인격 살인이 벌어지고 도살장 비슷한 인상이라고 했는데 청문회가 도살장 비슷하다면 그러면 이동흡 후보자는 소·돼지인가"라며 "도살장 비슷하다는 말 자체가 품위 없는 말의 표본이다, 본인이 그러면서 청문회가 잘못 진행되는 것처럼 극언하는 건 여당 원내대표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초단기 금융투자상품으로 하루만 넣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MMF 계좌를 개설하고 거액의 특정업무경비를 입금해 사실상 '이자놀이'를 한 이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는 이유를 납득할 국민은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의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자질은 이한구 원내대표 한 사람이 감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비록 많이 늦었지만, 이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자진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이 원내대표는 품위 없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청문위원들과 국민들을 모독한데 대해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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