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이상 임시직 연구원은 왜 늘어날까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말하는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구소 비정규직 문제'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은 공공부문 평균 비율은 물론 전국 평균비율도 뛰어넘는 등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YESA(청년과학기술자 모임)는 2012년 공공연구노조의 도움으로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과의 인터뷰를 여러 차례 진행하였고, 새 정부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이들 연구원들과 연락을 취했다. 이 글에서는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의 현황과 원인을 현장의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 기자 말.
A 연구원은 과학기술계 출연연 소속의 비정규직 연구원이다. 석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A 연구원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안정적으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연연에 들어왔다. 그러나 안에서 직접 느낀 고용상황은 심각했다. A 연구원은 "출연연 프로젝트 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팀의 50%~70% 정도가 비정규직이에요. 게다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도 정규직이 될 확률은 거의 없어요"라며 현재 출연연에서 계속 연구를 하겠다는 계획을 접고 있었다.
A 연구원이 겪고 있는 상황은 비단 한 연구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2년 10월 전순옥, 정진후 의원은 27개 과학기술계 출연연 비정규직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출연연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총 10149명으로 고용 총원 20272명 대비 50.0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2년 집계한 전국 평균 비정규직 비율 47.8%를 뛰어넘고 있으며, 2011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 20.1%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출연연 고용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용과 임금 불안, 낮은 처우
출연연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간접고용 노동자와 직접고용 노동자로 나눌 수 있다. 연구 인력은 대부분 직접 고용되는데 이들이 출연연 비정규직의 73%를 차지한다. 이들 연구업무 종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연령으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고급 인력으로 불리지만, 소수를 제외하고는 연구 프로젝트에 고용된 '임시직 연구원' 층을 형성하고 있다.
위 전순옥, 정진후 의원의 자료와 2011년 권영길 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80%~30% 수준이며 평균 계약 기간은 1~2년에 머물렀다. 특히 학연생, 연수생은 4대 보험도 적용 받지 못하는 등 임금과 처우 등에서 정규직 연구원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차나 연차와 같은 휴가의 사용도 실질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었으며 출연연 복지제도의 형태인 복지카드 지급의 경우도 차별이 두드러졌다.
비정규직으로 출연연에 근무 중인 석사 연구원 B씨는 특히 복지카드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카드의 연간 결제금액은 예를 들어 5년 미만자들은 연간 50만 원, 5년 이상 10년 미만은 연간 100만 원의 식으로 계약기간에 따라 정해진다. B 연구원은 5년 이상 근무를 했기 때문에 자신이 두 번째 단계를 지급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복지카드 적용연수를 총 재직연수가 아니라 재계약년수로 따지더라고요.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 연구원은 다 최저 책정 금액을 받는 거죠."
논문 데이터를 빼앗기는 사례도 많아
C 연구원은 학사연구원으로 시작해서 현재 학연생(출연연구소 소속으로 연구팀의 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 연구원)으로 출연연에 근무 중이다.
C 연구원은 비정규직 연구원으로서 가장 힘든 순간 중의 하나로 논문 데이터와 얽힌 일을 꼽았다.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실험을 해서 논문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를 다 만들었는데 논문 저자에는 제외가 된 것이다. C 연구원은 "학연생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연구원들 대부분이 겪는 일이에요, 월급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일은 데이터를 내주는 것까지로 생각하는 거죠"라고 했다.
C 연구원은 정부의 연구 평가 기준과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상태가 결합되어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의 몇 번째 저자인지에 따라 정규 연구원들이 받는 평가 점수가 달라요. 그리고 저자가 너무 많으면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연구원들까지 들어가면 점수가 낮아지게 되요. 모두 실적만 강조하는 구조에서 나오게 되는 문제점이지요."
정부가 단기 논문 실적 위주로 석사 및 박사 급 연구원들을 평가하다보니 연구 공헌도 배분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은 가장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PBS 제도(프로젝트 중심 운영제도)가 지적된다. PBS 제도는 연구소 운영비와 소속 연구원의 인건비 지급 창구를 이전의 정부출연금 단일 창구에서 정부출연금과 프로젝트 수행비 창구로 이원화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개별 연구원의 임금은 출연금에서 100% 지급되던 것이 (2010년 기준으로) 출연금 50%, 프로젝트 연구비 50%로 나뉘어 지급되었다. 프로젝트는 다른 연구원들과의 경쟁을 통해 수주해야 한다.
1996년 PBS 제도 도입 이후 출연연 연구는 수주 프로젝트 별로 필요 인력을 임시로 고용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환경으로 개편되었는데 이들이 현재의 비정규직 연구원이다. 현재 실질적인 출연연 연구가 프로젝트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출연연 연구 인력 중 프로젝트 연구팀의 소수 책임자급만 정규직 연구원이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란 계산이 나온다. 비정규직 연구원의 임금은 출연금이 아닌 프로젝트 연구비에서만 지급되는데 많은 프로젝트가 1~3년 계약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비정규직 연구원의 임금 및 고용 불안 또한 극대화되었다.
정부의 출연연 정원 통제 정책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현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을 더욱 가속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시행하여 출연연의 정규직 연구원의 정원을 전면 동결 및 감축으로 통제하였다.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2년의 4년 동안 정규 인력은 일만 여명에서 200여명 정도 늘어나 겨우 2% 정도만 증가했다. 반면 R&D 예산 규모는 2008년 31조에서 2012년 38조로 꾸준히 늘어나 4년간 약 23.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일은 늘어났지만 추가 연구 인력이 정원 동결로 인해 거의 비정규직으로만 채워진 것이다.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지난 1월 초 정부가 박근혜 당선인 공약에 맞춰 공공기관 비정규직 4만 6천여 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환 대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상시적이거나 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노동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에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회의적이다.
출연연 비정규직 계약기간은 대부분 2년에 미치지 못해 적용에 제외되기 때문이다. 시행 내용 또한 현 비정규직 보호법 틀 내에 머물고 있는데 현행법은 프로젝트와 같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기관인 출연연의 경우에는 2년 기한에 상관없이 비정규직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모습을 알려주는 바로미터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수한 과학기술계 연구 인력의 유입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역량의 축적마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연연이 우리나라 공공부문에서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나 PBS 제도와 같이 결과적으로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를 심화시키는 법이나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보완책이 필요하다.
A 연구원은 과학기술계 출연연 소속의 비정규직 연구원이다. 석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A 연구원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안정적으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연연에 들어왔다. 그러나 안에서 직접 느낀 고용상황은 심각했다. A 연구원은 "출연연 프로젝트 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팀의 50%~70% 정도가 비정규직이에요. 게다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도 정규직이 될 확률은 거의 없어요"라며 현재 출연연에서 계속 연구를 하겠다는 계획을 접고 있었다.
A 연구원이 겪고 있는 상황은 비단 한 연구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2년 10월 전순옥, 정진후 의원은 27개 과학기술계 출연연 비정규직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출연연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총 10149명으로 고용 총원 20272명 대비 50.0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2년 집계한 전국 평균 비정규직 비율 47.8%를 뛰어넘고 있으며, 2011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 20.1%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출연연 고용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고용과 임금 불안, 낮은 처우
▲ ⓒ 김성욱
위 전순옥, 정진후 의원의 자료와 2011년 권영길 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80%~30% 수준이며 평균 계약 기간은 1~2년에 머물렀다. 특히 학연생, 연수생은 4대 보험도 적용 받지 못하는 등 임금과 처우 등에서 정규직 연구원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차나 연차와 같은 휴가의 사용도 실질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었으며 출연연 복지제도의 형태인 복지카드 지급의 경우도 차별이 두드러졌다.
비정규직으로 출연연에 근무 중인 석사 연구원 B씨는 특히 복지카드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카드의 연간 결제금액은 예를 들어 5년 미만자들은 연간 50만 원, 5년 이상 10년 미만은 연간 100만 원의 식으로 계약기간에 따라 정해진다. B 연구원은 5년 이상 근무를 했기 때문에 자신이 두 번째 단계를 지급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복지카드 적용연수를 총 재직연수가 아니라 재계약년수로 따지더라고요.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 연구원은 다 최저 책정 금액을 받는 거죠."
논문 데이터를 빼앗기는 사례도 많아
C 연구원은 학사연구원으로 시작해서 현재 학연생(출연연구소 소속으로 연구팀의 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 연구원)으로 출연연에 근무 중이다.
C 연구원은 비정규직 연구원으로서 가장 힘든 순간 중의 하나로 논문 데이터와 얽힌 일을 꼽았다.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실험을 해서 논문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를 다 만들었는데 논문 저자에는 제외가 된 것이다. C 연구원은 "학연생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연구원들 대부분이 겪는 일이에요, 월급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일은 데이터를 내주는 것까지로 생각하는 거죠"라고 했다.
C 연구원은 정부의 연구 평가 기준과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상태가 결합되어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의 몇 번째 저자인지에 따라 정규 연구원들이 받는 평가 점수가 달라요. 그리고 저자가 너무 많으면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연구원들까지 들어가면 점수가 낮아지게 되요. 모두 실적만 강조하는 구조에서 나오게 되는 문제점이지요."
정부가 단기 논문 실적 위주로 석사 및 박사 급 연구원들을 평가하다보니 연구 공헌도 배분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은 가장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
▲ ⓒ 김성욱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PBS 제도(프로젝트 중심 운영제도)가 지적된다. PBS 제도는 연구소 운영비와 소속 연구원의 인건비 지급 창구를 이전의 정부출연금 단일 창구에서 정부출연금과 프로젝트 수행비 창구로 이원화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개별 연구원의 임금은 출연금에서 100% 지급되던 것이 (2010년 기준으로) 출연금 50%, 프로젝트 연구비 50%로 나뉘어 지급되었다. 프로젝트는 다른 연구원들과의 경쟁을 통해 수주해야 한다.
1996년 PBS 제도 도입 이후 출연연 연구는 수주 프로젝트 별로 필요 인력을 임시로 고용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환경으로 개편되었는데 이들이 현재의 비정규직 연구원이다. 현재 실질적인 출연연 연구가 프로젝트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출연연 연구 인력 중 프로젝트 연구팀의 소수 책임자급만 정규직 연구원이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란 계산이 나온다. 비정규직 연구원의 임금은 출연금이 아닌 프로젝트 연구비에서만 지급되는데 많은 프로젝트가 1~3년 계약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비정규직 연구원의 임금 및 고용 불안 또한 극대화되었다.
▲ ⓒ 김성욱
정부의 출연연 정원 통제 정책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현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을 더욱 가속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시행하여 출연연의 정규직 연구원의 정원을 전면 동결 및 감축으로 통제하였다.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2년의 4년 동안 정규 인력은 일만 여명에서 200여명 정도 늘어나 겨우 2% 정도만 증가했다. 반면 R&D 예산 규모는 2008년 31조에서 2012년 38조로 꾸준히 늘어나 4년간 약 23.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일은 늘어났지만 추가 연구 인력이 정원 동결로 인해 거의 비정규직으로만 채워진 것이다.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지난 1월 초 정부가 박근혜 당선인 공약에 맞춰 공공기관 비정규직 4만 6천여 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환 대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상시적이거나 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한 노동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에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회의적이다.
출연연 비정규직 계약기간은 대부분 2년에 미치지 못해 적용에 제외되기 때문이다. 시행 내용 또한 현 비정규직 보호법 틀 내에 머물고 있는데 현행법은 프로젝트와 같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기관인 출연연의 경우에는 2년 기한에 상관없이 비정규직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모습을 알려주는 바로미터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수한 과학기술계 연구 인력의 유입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역량의 축적마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연연이 우리나라 공공부문에서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나 PBS 제도와 같이 결과적으로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를 심화시키는 법이나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보완책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YESA(청년과학기술자 모임)은 20, 30대의 젊은 이공계 대학원생과 연구원 그리고 엔지니어들의 모임입니다. 앞으로 과학기술계에서 주역으로 활동할 젊은 과학기술자들로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이란 무엇이며 이를 위해 과학기술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Email: joinyesa@gmail.com / Blog: yes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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