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박근혜 당선인의 검증 안 된 공약, 국토해양부 마저도...

수 차례 약속한 울산 오일허브 공약, 현실성 문제 불거져

등록|2013.01.24 18:11 수정|2013.01.24 18:11

▲ 2012년 12월 12일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18대 대선 새누리당 울산유세에서 박근혜 후보가 오일허브 공약을 내놓자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박석철


18대 대통령 선거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11시 40분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광장. 3000여 명의 지지자들인 모인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울산에 반드시 오일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오일허브사업이란 울산항에 2000만 배럴 규모의 석유저장 시설을 구축해 저장한 후 이를 여러 나라에 판매하는 석유거래소를 운영해 경제적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앞서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을 앞두고 수 차례 울산을 방문하면서 역시 이같이 오일허브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울산에는 이미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가 있고, 수 년 사이 새누리당 지자체장의 무분별한 원전 유치 추진으로 인근 경주 월성원전, 부산 기장원전과 맞물려 울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주변이 원전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석유화학단지에서는 지난해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때였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오일허브 공약을 두고 적잖은 안전성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관련기사: 박근혜 후보 '오일허브' 공약에 안전성 우려 나와)

그리고 최근 국토해양부가 항만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보수층이 쌍수를 들고 환영한 오일허브를 두고 지역언론의 우려스런 보도가(기사보기) 나오고 있는 것.

울산 오일허브 공약, 새누리당 의원이 써먹은 이중공약

이같은 박근혜 당선인의 오일허브 공약은 사실 대선 8개월 전에 치르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써먹은 공약이다. 당시 새누리당 울산 남구갑 이채익 후보와 남구을 김기현 후보는 모두 오일허브 공약을 내세웠고, 모두 당선됐다. 이 때문에 총선, 대선 이중공약 논란에다 이제는 검증 안 된 공약이라는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 당시 울산 오일허브 공약은 안전성 우려에 대한 여론 수렴이 없었다는 점과, 실제로 시민들이 바라는 생활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됐지만 그 목소리는 뭍혔다. 보수지역 특유의 '박근혜 바람'은 공약에 대한 검증을 불허했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울산지역 15개 시민·사회·노동·정당단체로 구성된 시민참여좋은예산네트워크가 시민들에게 '내년도 필요한 예산'을 물은 결과, 보편적 복지분야인 대학등록금 지원(30%)과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29.1%)가 1, 2위에 올랐다.

또한 '시민이 선택하는 공약만들기 2012 울산유권자 행동' 소속 지역 9개 단체가 대선을 20일 앞둔 지난해 11월 말 시내중심가에서 대선공약에 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노후 원전(고리1호기, 월성1호기)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을 철회할 것'과 '국공립종합대학교 신설'에 많은 지지를 보냈다.

이같은 시민들의 바람은 울산이 부자도시로 불리지만 막상 인구 115만 명에 4년제 종합대학이 한 곳밖에 없어 교육비가 가중돼 삶이 팍팍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한 울산이 산업수도로 불리지만 석유화학단지와 원전에 둘러싸여 있어 막상 울산시민들은 안전에 위험을 느끼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보수우위의 지역분위기가 가져온 '박근혜 바람'은 이런 시민들의 의견도 시민단체들의 볼멘 목소리로 치부돼 부각되지 못했다.

울산에서 지난 10년간 추진된 주요 역점사업은 모두 노무현 정부 때 성사된 것이다. 울산이 경부선을 비껴나 있어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KTX 울산역' 유치나, 대학구조조정 분위기로 불가능하게 보였던 울산국립대(울산과학기술대) 설립, 현재 입주가 한창인 울산중구혁신도시 등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부자도시와 산업수도 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도사린 각종 문제점들이 대선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랐던 상당수 시민들의 희망은 다시 5년 뒤를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