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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김용준 총리, 한 건 '밀봉'밖에 없는데

박근혜에 3연속 발탁... "인수위-정부 연속성 확보" 해석

등록|2013.01.24 21:04 수정|2013.01.24 21:04

▲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발표되는 순간, 인수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선이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당선인이 자신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장에 먼저 나와 있었다. 김 후보자는 단상 뒤의 의자에 앉아 A4 크기의 서류를 꺼내 읽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게 '총리 후보자 수락 소감'일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총리 하마평'에 대한 각종 언론보도에도 김 위원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당연히 '새로운 인물'이 새 정부의 사령탑으로 등장하리라 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인수위원장까지 맡았기 때문에 '3연속 발탁'은 아닐 거란 '막연하고도 당연한 배제'도 있었다.

아무도 이런 결과를 예상 못한 것은 김 후보자가 그동안 그다지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 탓도 크다. 대선 당시에도 김 후보자는 선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뒤엔 대선 때보다는 두드러졌지만 그 활동내용이란 게 '보안을 철저하게 지키라'고 강조해 '밀봉 인수위'라는 평가는 듣게 한 것 외에는 꼽을 만한 게 없다.

"인수위와 새 정부의 연속성 확보, 공약 챙기기 용이"

박근혜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지명의 이유로 든 건 "늘 약자 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는 것과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무너져내린 사회 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과 대법관을 지낸 40여 년 법관 경력의 법조인인 점이 '법 질서 확립'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장애 2급인 김 후보자에 총리를 맡기는 게 새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갖는 태도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도 생각한 것으로 추측된다. 김 후보자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법조계와 장애인단체에서 환영 논평이 나왔다.

박근혜 당선인 주변에선 이번 인선을 '인수위 업무와 새 정부 업무의 연속성 확보'로 설명한다. 박 당선인이 중요시하는 공약실천의 차원에서 인수위의 수장이 새 정부의 사령탑으로 가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새로 내각이 짜여지면 장관들이 인수위 업무 결과에 별로 신경을 안 써 인수위에서 했던 일들이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수위원장이 총리를 맡으면 그동안 인수위가 해온 것과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을 체크하는 업무가 연속성 있게 잘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측근은 김 후보자가 '일하는 총리' 유형에 속하게 되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총리는 자신이 일하는 총리가 될 때도 있지만, 지금의 역할은 새 정부의 기조를 세우고 방침을 주면서 장관들이 일을 잘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해온 책임장관제를 실현하는 데에 김 후보자가 적임이라는 설명이다.

'밀봉 인수위'의 연속성 살려 '밀봉 정부' 만드나?

김 후보자가 인수위원장으로서 내내 강조해온 것이 '철통 보안'이다. 그는 인수위원들뿐 아니라 업무보고를 하러 온 공무원들에게도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기자들과 있을 때에는 "언론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도 해왔다. 자신이 기자회견에 나서서도 되도록이면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로 어떤 기조의 정부를 만들어나갈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업무의 연속성'으로 예측해본다면,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밀봉 인수위'를 만들어왔듯, 김용준 국무총리가 이끌  새 정부도 '밀봉 정부'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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