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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태, 대통령 취임식 전 풀어야 한다"

[인터뷰] 김재하 신임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구호가 정면돌파"

등록|2013.01.25 20:52 수정|2013.01.25 21:08

▲ 민주노총 부산본부 10기 임원으로 본부장에 김재하 전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왼쪽)이 선출됐다. 사무처장에는 장현술 현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이 함께 뽑혔다. ⓒ 정민규


김재하(51)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과 장현술(39) 현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이 3년 동안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이끌어나가게 됐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오후 4시 개표 집계를 마치고 두 사람의 당선을 공표했다.

첫 조합원 직선제로 열린 이번 임원 선거는 단독 출마로 조합원들의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에는 유효 선거인수 23674명 중 14629명 (61.79%)이 투표에 참여해 12593명(86.08%)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853표가 나왔고 무효표는 1183표로 기록됐다.

선거기간 동안 '정면돌파'란 슬로건을 내밀고 조합원을 찾아다녔던 김 신임 본부장과 장 사무처장은 미조직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민주노총 해상연맹 출범, 20대 조합원 사업 강화, 비정규직노동센터 설립 추진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또 소통의 강화와 조직 혁신도 전면에 내세웠다. 신임 지도부는 이를 통해 '하나되는 투쟁과 승리하는 투쟁'을 강조했다. 또 신임지도부는 다가올 2014년 지방선거를 지방정권교체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연맹)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임금단체협상 투쟁으로 지역 노동 전선의 복원을 강화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한진중공업·풍산마이크로텍...만만치 않은 지역 노동 현안 산적

2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신임 본부장은 당선을 기쁨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또 다른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진중공업 노동자와 정리해고에 맞서 450일째 회사와 싸우고 있는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들 등 노동 현안이 쌓여있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도 그에게는 시련인 동시에 도전이다. 그는 "당선인을 찍은 많은 표 중에 많은 부분이 정책을 제대로 보지 못해 찍은 표라고 본다"며 이번 정권이 "MB 정권 출범보다 기반이 취약하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노동자 중심의 진보 정치 대통합을 전제로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람들을 잘 모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5년 뒤도 똑같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점 추진 사항으로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투쟁을 꼽았다. 다양한 노동자들의 뜻을 반영하는 아래로부터 투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외에도 지난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과 논란이 되고 있는 복수노조 등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다음은 김재하 신임 민주노총 부산본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처음으로 실시한 조합원 직선제에서 김재하 전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을 새로운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으로 선출했다. ⓒ 정민규


- 당선 소감은?
"특별한 소감 보다는 출마 결심하고 선거운동 하는 전 과정에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당선됐다고 특별한 것보다는 이 과정에서 부산 말로 '마음을 단디(야무지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직선제로 선거를 치루면서 많이 배웠다. 다니면서 조합원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합원이 뭘 바라고 있는지를 알게 된 과정이었다. 그것에 근거해서 임기 3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 당선돼서 기쁘다는 생각은 없고 노동활동 하는 사람으로서 주변의 요구를 받들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 한진중공업 사태는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제가 중간에 결합하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한다. 대통령 취임식 전에 최대한 풀 수 있도록 하겠다. 별다른 방법 없이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 한진중공업 동지들과 지역, 시민사회와 연대해서 투쟁 역량 모으는 게 최선이다.

- 이외에도 즐비한 노동현안에 민주노총의 주도적 역할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는 현안이 벌어지면 단결돼서 투쟁하는 방법 밖에 없다. 우선 풍산마이크로텍은 정리해고 이후 파업이 500일 가까이 된다. 이 사태의 정점엔 풍산이 있고, 그런 '먹튀' 자본으로 발생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풍산 자본에게 있다고 본다."

-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어떻게 바라보나?
"박근혜 당선인은 가진 자를 대변한다. 그것이 본질이다. 조만간 그 본질이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 보다 빠른 시일 내에 드러날 것이고 정권이 가진 자를 위하는 문제는 절대다수의 노동자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국민대통합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 문제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을 찍은 표 중에도 많은 부분이 정책을 제대로 보지 못해 찍은 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MB 정권 출범보다 기반이 취약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는 5년 전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낫다."

"구호가 '정면돌파', 정면돌파 안 하면 안 된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처음으로 실시한 조합원 직선제에서 김재하 전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을 새로운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으로 선출했다. ⓒ 정민규

- 중점 공약은 무엇인가?
"저희 구호가 '정면돌파'이다. 정편돌파 안 하면 안 된다는 뜻에서 정한 것이다. 현안 투쟁은 한진과 풍산이지만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대 지자체 투쟁의 고리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부산의 특징은 제조업이 적은 대신 공공서비스가 많다. 중앙정부와 관련된 것도 많지만 실제로는 시청·구청과 관련된 사항도 많다. 교육감 문제는 학교비정규직 문제와 직결된다. 화물연대도 특수고용과 합법성은 정권 차원의 문제지만 조례나 제도, 주차장 문제는 시와 관련된 문제다.

또 소통이 잘 돼야 투쟁도 이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지침과 지시만으로는 투쟁이 잘되지 않는다. 단위 사업장과의 관계, 현장간부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책을 세우고 공유하는 것이 잘 돼야 힘이 모이고 힘도 받는다."

-복수노조 문제도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 현실에서는 복수노조는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킨다. 조합원으로부터 힘이 나오는데 복수노조가 된 상황에서는 교섭 창구 문제가 제일 크다. 큰 조직은 민주노조가 강하면 쉬운 문제지만 작은 사업장은 기업주가 악용하는 면이 발생한다. 법 제도가 개선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법 제도 개선 문제와 함께 노동계 내부에서는 어떻게든 내부 단결력을 높여야 한다. 현재는 자본과 권력이 갖고 놀기 좋은 구조다.

- 전임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에 대한 평가도 듣고싶다.
"잘했다. 윤 본부장의 임기는 한진으로 시작해서 한진으로 끝났다. 윤 본부장은 임기 마치고도 일정기간 한진 투쟁을 같이 할 것이다. 윤 본부장 들어서면서 지역본부가 지역 노동운동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투쟁의 중심이 됐다. 그전에 지역본부는 네트워크 중심으로 싸웠는데 윤 본부장 임기 동안 지역노동 중심을 지역본부가 하게 됐다. 과제는 윤 본부장의 한계라기보다는 다음 단계의 과제로 보면 될 듯 하다."

"박정희 시대의 종말 보고 딸인 박근혜 당선을 보게됐다"

- 86년부터 지금껏 노동 운동을 해오는 동안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
"처음에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노동현장에서 일하게 됐다. 79학번으로 학교를 다니며 유신의 끝을 지켜봤다. 하다보니 박정희 시대의 종말을 보고 딸인 박근혜의 당선을 보게 됐다. 80년대에는 민주노조는 둘째 치고 그냥 노조를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90년도에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 결성됐다. 눈 내리는 겨울의 대학캠퍼스에서 출범식을 했다. 그때가 가장 기억이 난다. 또 철도노조를 민주노조로 탈바꿈시켰던 일이 기억이 난다. 철도가 공기업이다 보니 노동자들이 일정부분 사고도 보수적일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민주노조로의 전환이 안 될 것이라 했지만 이루어 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 이명박 정부 5년간의 노동정책을 평가하자면?
"반 노동자 정권이었고 노동자들의 분노가 심했다. 이명박 정권은 반노동자, 친재벌, 친미, 친일의 속성과 사회전반의 모순이 축적된 것이 맞물리던 시기였다. 예전에는 10명이 할 일도 지금은 1명이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레 나머지 9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가 터져나왔다. 이명박 정권도 이런 사회적 상황과 함께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 가속화 될 것이라 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박근혜 당선인을 찍은 사람들이 속았다고 느낄 것이고 더 큰 분노로 표현 될 것이라 본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처음으로 실시한 조합원 직선제에서 김재하 전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을 새로운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으로 선출했다. ⓒ 정민규


-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새 정부 들어서 노동 문제가 어려워질 것이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철도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철도노조 안에도 정파도 많고 외부의 탄압도 많다. 철도노조는 투쟁을 하면 구속이고 조합원 대부분이 감봉을 받는다. 2009년에 1만2000명이 감봉을 받고 150명이 잘렸다. 그런데도 지난해 KTX 민명화 투쟁 때를 보면 내가 놀랄 정도로 모두가 투쟁에 나섰다. 근본은 지도부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단협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는 한계에 봉착한다. 기본적으로 자본의 지불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여려움은 계속된다. 결국 정권의 성격과 떼놓고 볼 수 없다. 특히 공기업의 모든 문제는 정권의 성격 내지는 정책과 직결되는데 임단협과 근로조건 만을 이야기 한다고 이 문제들이 해결되겠는가?

학교비정규직도 매일 교육감만을 대상으로 투쟁해도 예산이 없다면 힘들어지고, 금속노조도 대기업이 단가 낮추라 요구하면서 민주노조가 들어서면 물량 안 준다고 압박하는데 기업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노동자 중심으로 단합이 되어야 한다. 이 사회에서는 다수는 결국 노동자다. 노동자 중심의 진보 정치 대통합도 이루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람들을 잘 모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도 똑같아 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본부장 김재하(1961년 생)

1986년 사상공단 남일금속 취업
1988년 부양노련(전노협 전신) 교선국장
1990년 철도청 부산기관차승무사무소 입사
2002년 전국철도노조 중앙 정책기획실장
2003년 민영화저지 공동투쟁본부 상황실장
철도, 발전, 가스 공동파업으로 구속 해고
2004년 궤도연대 집행위원장(지하철 5사 파업지도부)
2009년 전국철도노조 부산본부 교육위원장
2011년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현)

사무처장 장현술(1973년 생)

1999년 신진금형입사
2000년 동승교통입사
2003년 민주노총 부산본부 대의원, 회계감사
2006년 민주택시연맹 부산본부 사무국장
2007년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2008년 광우병쇠고기반출저지투쟁 벌금 200만원
2010년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현)
2011년 한진중공업 살리기 부산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환승추가운임폐지 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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