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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쪽으로 튀어' 원작 소설과 무엇이 다르나

[리뷰] 영화 <남쪽으로 튀어> 원작 소설과 비교해 보니

등록|2013.01.29 15:21 수정|2013.02.01 13:22

▲ ⓒ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엔 영화의 결말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소설 '공중그네'로 우리에게 친숙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를 원작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과 <추격자> <도둑들>의 김윤석이 만나 한국판 <남쪽으로 튀어>를 완성했다.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의 최대 매력은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아닐까.

지로의 성장에서 해갑의 일탈로

소설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은 우에하라 지로로 영화 속 나라(백승환 역)다. <남쪽으로 튀어>를 단순한 성장소설로 보는 것은 오판이지만 소설은 지로를 중심으로 각 가족구성원의 일화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한 지로의 성장기가 주를 이뤘다. 영화로 옮겨지면서 나라의 비중은 대폭 축소되었고 영화는 나라의 '성장'에서 해갑(김윤석 역)이 바라보는 '세상'으로 탈바꿈했다.

해갑의 직업은 소설 속 프리라이터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바뀌었다. 해갑이 찍은 작품이 영화 속 소재로 등장하면서 그가 비판하려는 대상을 더 명확히 보이게 했다. 해갑의 직업이 해갑이라는 인물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였던 셈이다.

민주(한예리 역)는 소설 속에선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으나 영화에선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디자인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학벌문제로 좌절을 겪는 현 88만원 세대의 비애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봉희(오연수 역)의 과거 또한 해갑과 함께 투쟁했던 장면이 잠깐씩 비치는 식으로 등장해 소설 속 인물의 과거보다 최소화됐다.

해갑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동시에 그가 제기했던 국민연금, 학교 교육 등의 문제도 비중이 커졌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는 곧 용산참사와 강정마을 문제를 연상시켰다. 이로써 일본 소설을 통해 21세기 한국을 바라보는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 영화 <남쪽으로 튀어>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치 싫다던 최해갑, 그에게 정치란?

해갑은 자신의 후배 만덕(김성균 역)을 꾀어내 자기 배를 채우려는 정치적 무리를 쫓아내는 등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이들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주인공은 정치적 의도를 멀리하는 데 반해 영화는 너무나 많은 정치적 의도가 얽혀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설사 임순례 감독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영화에 임했다 하더라도 임순례 감독과 소설 <남쪽으로 튀어>의 우에하라 이치로(영화 속 최해갑)라는 인물은 일정 부분 합의점이 있다. 또 영화 속 정치색을 띤다고 언급되는 장면들 대다수가 소설 속에도 등장한다. 그것을 부각시킨 것은 감독의 선택이긴 하나 <남쪽으로 튀어> 자체가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임순례 감독에 대한 선입견으로 지나치게 그녀의 정치적인 함의를 찾아내려 한다면 <남쪽으로 튀어>의 통쾌함을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의 차별성은 결국 따뜻함

영화의 결말은 소설의 결말과 유사하다. 들섬을 지키려던 해갑은 봉희와 함께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자신의 조부 역시 찾아 떠났던 남쪽 섬을 향해 떠난다.

해갑을 도청, 미행하는 등 민간인 사찰을 하던 이들(주진모, 정문성 역)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에 끊임없이 의구심을 가졌다. 번뇌를 거듭하던 그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잘못을 알린다.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던 민주는 남쪽 섬으로 떠나는 아빠에게 옷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하며 아빠와의 관계에 진전을 보였다. 들섬을 떠났었던 만덕 역시 다시 돌아오고 카메라는 들섬의 평화로운 모습과 아울러 만덕과 나라의 한가로운 한때를 비춘다.

<베를린> <신세계> 등 연이은 대작들 사이에서 <남쪽으로 튀어>의 흥행은 조금 위태로워 보인다. 하지만 앞선 영화들과의 차별점은 바로 따뜻함이다. 쳇바퀴 굴러가던 일상을 살던 이들에게 <남쪽으로 튀어>는 숨통을 틔워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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