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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 저지른 건 박원순 시장 덕분입니다"

호주 자전거 횡단 나선 시립대 학생 '저지르는 녀석들'

등록|2013.01.29 15:26 수정|2013.01.29 16:13

▲ 설레는 도전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한 저지르는 녀석들. 이기윤(오른편), 류태경군 ⓒ 저지르는 녀석들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모' 한글자를 빼면서 그야말로 무한한 도전을 하고 있다. 봅슬레이, 조정경기를 비롯해 작지만 도전해볼 엄두가 쉽게 나지 않을 일들에 도전하면서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평균 이하라도 할 수 있다'는 꿈까지 심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2013년이 시작된 이때, 지구 최남단의 나라 호주에서 여름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무모해보일 수 있는' 무한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저지르는 녀석들(Do It Guys)'이 그들이다. 서울시립대 4학년 이기윤, 그리고 3학년 류태경.

"자전거로 대륙 횡단을 한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요."

멜버른에서 캔버라를 거쳐 시드니에 이르기까지 근 2000 km 거리를 자전거로 갈 것이라는 정보를 받고 만난 터라 사이클 동호회 학생들일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소개하며 '자전거는 동네에서 타봤고 연습 삼아 3km 정도 타본 게 고작'이라는 말에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그들은 약간 멋쩍게 웃으면서 설명을 덧붙인다.

"자전거 대륙 횡단은 이미 많은 분들이 했잖아요. 그 엄청난 기록에 도전을 하려는 건 아니죠. 저희는 발로 뛰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한번 소개해 보는 데 그 목표가 있어요."

류태경군은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호주에 대한 정보가 사실 극히 한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여행지 안내, 워킹 홀리데이비자 소지자를 위한 정보… 그 정도예요. 그나마 정말 '정보'라기 보다는 여행을 했거나 워킹 홀리데이를 왔던 친구들이 자신이 본 극히 단편적인 것들을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올리는 것이다 보니 신뢰성도 좀 떨어지더라구요. 한 가지 일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니 도대체 어느 말이 맞는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이기윤군의 설명에 이어 "특히 요즘 한국인 유학생 폭행 피해 사례가 보도되면서 단지 그 뉴스 하나로 호주에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말리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라고 류태경군이 덧붙인다.

"'반값등록금' 덕분에 이런 도전에 투자할 수 있었어요"

▲ 멜번 주재 대한민국 영사관을 찾아 기념 촬영 ⓒ 저지르는 녀석들


1월 23일 호주 멜버른에 도착한 이들은 그래서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큰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 그리고 수도인 캔버라를 끼고 자전거로 가면서 오지 마을의 주민들도 만난다. 실제로 몸으로 부딪치며 정보를 얻고 그대로 전달을 함으로써 제대로 된 호주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나름대로 체력 보강도 하고 준비도 철저히 했지만 그 먼 길을 30몇 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자전거로 가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생기겠지요. 하지만 그래서 도전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마음이 설레입니다."

이들은 이번 도전을 가능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로 '반값 등록금'을 꼽았다.

"박원순 서울 시장님이 반값 등록금 때문에 나름 속도 많이 끓이신 걸로 압니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표현보다 잘못된 부분만 더 큰 소리로 나오니까 그런가봐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등록금이 반으로 줄어드는 덕분에 선뜻 이런 도전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스스로 벌어서 학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이 두 젊은이들은 반값 등록금이 누군가에게는 아르바이트를 줄이며 공부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만들고 자신들처럼 더 값진 것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부모님의 근심도 덜어드리는 일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할 수 없는 걸 해보는 것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들은 강의, 도서관 등 비교적 정적인 분위기의 학교에서 생활하며 더 멋진 옷을 걸치고 싶다는 욕망보다 하지 않은 일을 해보는 것이 훨씬 보람있는 일이라 믿는다고 말한다.

서울시립대 국제 교류회가 창설되며 초대 회장을 지낸 류태경군은 연합교류 단체의 일에 봉사자로 참여했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그리고 이기윤군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존뮤어트레일 '걷는 자의 꿈' 행사에 참여했을 때 생존 기술 등을 익힌 것을 활용하며 '저지르는 녀석들'로 의기투합이 되었다.

▲ 호주의 날 시가 행진에서는 대형 태극기를 들고 한인 그룹 선두에서 함께 하는 추억을 가졌다. ⓒ 저지르는 녀석들


이들의 도전 의미를 십분 이해한 서울시립대 총동창회를 비롯 여러 기업에서 크고 작은 후원을 했다. 후원업체들의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자전거에 오르며 이들은 이 도전의 길에 두 명이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응원의 마음과 동행한다는 든든한 기분이 든다.

또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도착한 멜버른에서 멜버른주재 한국 영사관(분관장 정성섭), 빅토리아 주 한인회(회장 나인출)의 진심 어린 환영을 받았단다. 이들이 한인회관에 숙소를 마련해 주는 등 또 하나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며 선뜻 응원을 보태주고 있다면서 점점 더 '잘 해야 한다'는 의무까지 생긴다고 말한다.

떠날 준비에 앞서 마침 1월 26일 호주의 날(Australian Day)을 맞아 열린 멜버른 시내 축하 행진에서 한인 그룹 가장 앞줄에서 태극기를 드는 등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도 한 '저지르는 녀석들'은 28일 새벽, 비상식량을 비롯한 '생존을 위한 장비'를 싣고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을 계속 받으며 달려 온 길…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나면 다시 달려갈 것입니다. 가면서 많이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될 정확한 '호주의 이야기'들을 올려 다음의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도록 해볼 겁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하나씩 글을 올리기 시작한 '저지르는 녀석들'. 얼마나 알차게 일을 '저지를지' 사랑 어린 응원의 마음으로 답글을 올려준다. "안전 제일… 거기에 젊은이다운, 저지르는 녀석들다운 여행을 지속하세요…" 캔버라를 거쳐 시드니까지 3주 안팎을 예상하며 태양 아래를, 바람 사이를 때로는 빗속을 달리는 젊은 그들의 도전이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약간의 수정을 거쳐 <멜번저널> 568호 (2013년 2월 1일 발행)에 중복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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