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웅산 수치 만나 "민주주의 헌신에 경의"
"국민을 가족 삼아 사는 인생 잘 알아" 발언도... 한-버마 협력 의견 교환
▲ 아웅산 수치 만난 박근혜 당선인박근혜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의원을 접견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버마(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의원을 만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8일 방한한 아웅산 수치 의원은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서울 통의동 박근혜 당선인 집무실을 찾았다.
앞서 지난 21일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박 당선인과 수치 의원의 만남을 두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여성 정치인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와 상징성을 가진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여성 지도자인 점과 아버지가 암살당했다는 사실을 들어 공통점이 많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당선인과 수치 의원이 살아온 삶은 달랐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세운 군부독재정권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반면, 아웅산 수치 의원은 군부독재정권에 맞서다 20여 년을 탄압받은 후 2010년 11월 자유를 되찾았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일본군 장교를 지냈지만, 수치 의원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은 버마 독립 영웅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수치 의원에게 "한국을 방문하신 것을 환영한다"며 "한국 첫 방문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한창 겨울이라 날씨가 춥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수치 의원은 "차와 문 사이에만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작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수치 의원이 속한) 민주국민연맹이 큰 승리를 거두고, 또 수치 여사님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신 것을 축하한다"며 "버마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치 의원은 "미래 진전에 대해 상서로운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근혜 "민주주의 헌신에 경의... 국민을 가족 삼아 사는 인생 잘 알아"
▲ 아웅산 수치 만난 박근혜 당선인박근혜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버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의원을 접견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또한 박 당선인은 "정말 오랜 세월 동안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큰 희생을 감내하시면서 헌신한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저는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고 국민을 가족 삼아서 사는 인생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 버마는 물론이고, 더 자유롭고 행복한 아시아와 세계를 만들기 위해 같이 힘을 합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수치 의원은 "저희도 희망컨대 버마 민주화가 진전함에 따라 버마 국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사는 국민들과 주민들을 위해서도 노력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며 "저희가 평화와 번영이라고 얘기할 때, 이것은 버마 국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은 "버마의 민선 정부 출범 후에 미국을 비롯해 서방 여러 나라들과 다각적으로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의미 있게 보아왔다, 한국도 버마 상황의 개선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해왔다"며 "제가 여사님 생신 때 편지를 영국 대사관에서 개설한 사이트에 올렸는데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치 의원은 "당시에 저는 인터넷을 접근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말씀은 들었다"고 답했다.
박 당선인은 또한 "한국이 올해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며 "앞으로 유엔 차원에서도 지역이나 세계 이슈 등에 대해서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한국과 버마가 협력하고 같이 또 세계를 위해 힘써나가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박 당선인과 수치 의원은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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