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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고 문화재 되려고 하냐'며 금품 요구했다"

충남도무형문화재 심사위원 금품 요구 주장 제기... 당사자 "금품 요구한 적 없어" 반박

등록|2013.01.30 21:44 수정|2013.01.30 22:04

▲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충남도를 상대로 '도 지정문화재 등록거부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한 김애숙씨 ⓒ 심규상

충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심사과정에서 문화재위원이 심사대상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애숙씨(53, 천안시 동남구 원성동)는 지난해 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충남도를 상대로 '도 지정문화재 등록거부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했다. 충남도가 자신이 신청한 무형문화재 신청을 부결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김씨는 지난 2011년 '전통 민화' 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해 달라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충남도 문화재위원들은 지난해 5월 22일 김씨가 운영하는 화실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벌였다. 현지조사 및 심사는 전승 계보, 실기심사, 재료분야 등으로 나누어 실시됐다. 이날 현장조사에는 충남도 관계자 및 천안시 관계자도 동행했다. 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3명 중 2명이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후 지난해 8월 31일 충남도 문화재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김씨가 신청한 무형문화재 인정신청 건을 부결시켰다. 3명의 위원 중 2명이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문화재보유자로 인정되지 않은 것은 돈을 달라는 문화재위원의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탈락한 김씨 "지정되면 혜택 받으니 돈 써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충남도 문화재위원인 A씨가 최종회의 9일 전인 지난해 8월 22일 오후 8시 경 김씨에게 전화를 했다. A 위원은 "내일 오후 화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긴밀히 할 얘기가 있으니 제자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은 빼고 혼자만 있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김씨는 제자 중 한 명을 화실 사무실 안쪽 방에 미리 숨겨두고 상황을 지켜보게 했다.

다음날 23일 오후 2시경 A 위원이 예정대로 홀로 화실을 방문했다. A 위원은 김씨에게 '나는 인정하려고 하는데 나머지 두 사람이 지정하지 않으려고 해 머리가 아프다, 원래 돈이 1000~2000만 원이 들어간다, 문화재보유자로 인정되면 혜택이 많으니 돈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 김 씨는 돈을 요구하는 A위원에게 심사가 끝난 뒤 보내주겠다며 계좌번호를 남겨줄 것을 요구하자 A위원이 '농협'이라고 썼다가 여러 줄을 그어 지은 뒤 '없었던 일로 하자'며 화실을 나섰다고 주장했다. A위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 심규상

노골적인 금품요구에 당황한 김씨는 "지난봄에 화실에 불이 나 돈이 없다"며 "하지만 심사가 끝나면 인사치레는 꼭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 위원에게 계좌번호를 남겨줄 것을 요구했다.

A 위원은 김씨가 내민 종이에 '농협'이라고 썼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여러 줄을 그어 지운 뒤 '없었던 일로 하자'며 화실을 나섰다. (관련사진 자료 참조) 김씨는 A씨가 방문해 화실을 나서기까지 시간을 30분 정도로 기억했다.

당시 화실 안 쪽 방문 뒤에서 대화를 엿들었다는 'ㅇ'씨도 A 위원이 "'돈 한 푼 안 쓰고 문화재 보유자가 되려고 하느냐', '몇 천만 원은 써야한다'며 돈을 요구하는 얘기를 분명히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3명의 심사위원 중 A 위원은 심사직후인 지난해 5월 조사의견을 통해 '문화재 지정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B 위원과 C 위원은 각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부결 의견을 밝혔다. 이중 C 위원이 부결의견을 제출한 때는 김씨가 금품요구를 거부한 날로 3일 뒤인 8월 26일로 돼 있다.

김씨는 "결국 A 위원의 금품 요구를 거부하자 곧바로 떨어뜨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부당한 요구가 있었던 만큼 심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A위원 "보충조사하기 위해 혼자 방문... 금품 요구한 사실 없다"

이에 대해 A 위원은 "당시 화실을 방문한 것은 현장조사의견 발표자로서 발표준비 보충조사를 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위원이나 도 공무원 등과는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궁금한 점에 대해 보충질문을 한 것 외에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문화 분야에 오랫동안 일 해온 사람에 대한 모독으로 매우 불쾌하다"고 반박했다.    

조사위원들의 부결 이유도 논란이 되고 있다. B 의원은 지정불가 사유 중 하나로 '김씨의 스승들이 민화와 관련이 없어 계보가 불확실하고 민화작품 중에 일본식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C 의원은 지정 불가 이유로 '작품 역량과 민화에 대한 지식 부족'을 들었다.

▲ 일본식 호랑이? 조사의원 중 한 명은 문화재지정 부결이유로 '일본식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씨가 그린 호랑이 작품 ⓒ 심규상

이에 대해 김씨는 "스승 모두가 민화계에서 이름난 분들인데 관련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특히 일본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가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사위원이 "민화에 대한 식견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C 의원에 대해서도 "현지조사 때는 훌륭하다고 칭찬하다가 조사 의견서에는 '부족하다'고 하니 어느 쪽 의견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문화재보유자 지정여부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며 "하지만 부당하게 돈을 요구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끝까지 이를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  

충남도 "중앙행정심판위 계류 중"

충남도 관계자는 "김씨가 문화재위원이 심사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했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며 "그 결과를 보고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A 위원은 현재 충남도문화재위원이다. 

한편 충남도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심의를 통해 '의당 집터 다지기보존회'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내포영산대제' 3명과 '한산세모시 짜기' 1명을 각각 문화재이수자로 지정했다. 반면 김씨가 신청한 전통 민화를 비롯 대목장(부여)과 대장장(예산), 장승제(탄천) 등은 부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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