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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책에도 '강풀'이 나오겠지?"

강풀의 첫 동화책 <안녕, 친구야>

등록|2013.02.01 15:59 수정|2013.02.01 15:59

▲ 만화가 강풀의 첫 그림책 <안녕, 친구야> ⓒ 웅진주니어


"엄마, 이 책에도 '강풀'이 나오겠지?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선 편의점 점원으로 나왔잖아."

책을 펼치던 초등학생 둘째가 얼굴에 웃음을 잔뜩 머금고 제게 물었습니다.

"글쎄? 강풀작가가 그림책에서 또 나올까?"

잘 나가는 만화가 '강풀', 그가 쓴 첫 그림책이 솔직히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의 만화인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26년>을 좋아했던 제가 그의 첫 그림책에 대해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계기로 강풀이 그림책을 그리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그림책 <안녕, 친구야>를 폈습니다. 여태 보았던 그의 만화처럼 편하고 익숙합니다. 눈이 내리는 깜깜한 밤, 자기 방에서 혼자 잠을 자던 아이가 안방으로 가려다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어서 울고 있습니다. 안방 침대 위엔 나란히 자고 있는 엄마 아빠의 발이 나란히 보입니다. 큼지막한 발은 아빠의 발, 꼭 작가 강풀의 발 같습니다. 그때 창문 밖에 고양이가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만 울어."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누군가 말했습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네가 그렇게 울면 사람들이 우리가 우는 줄 알고 싫어한단 말이야."
담장 위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네가 울면 이 근처에 고양이가 올 수 없잖아."  - 본문 중에서

강풀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첫 그림책'

▲ 강풀의 그림책 <안녕, 친구야> 본문. ⓒ 웅진주니어


글을 읽어 보니 고양이 입장에서는 우는 아이 때문에 억울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집을 찾아 가는 고양이를 도와주겠다며 엄마 아빠 몰래 옷을 입고 고양이를 따라나섭니다. 생애 첫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지요. 고양이를 따라서 위험하게 담장 위를 걷고, 전봇대도 오르고 지붕 위를 넘어 다니기까지 합니다. 그 장면을 보던 우리 집 일곱 살 막내가 막 웃습니다.

"엄마, 이거 봐. 하늘을 날아 다녀. 웃기지? 사람은 이렇게 못하는데."

그리고 무서운 개를 만납니다. 아기 고양이와 아이는 "컹컹" 짖는 개가 무서워 한달음에 도망을 쳤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내 개한테 가서 아기 고양이의 엄마 아빠를 본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물론 개는 황당해 합니다. 아이는 개에게 고양이만 보면 왜 사납게 짖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개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개의 대답은 초라합니다.

개의 눈빛에선 이미 사나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쥐를 만나고 다른 고양이를 만납니다.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다른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에게 꼬리를 세우며 위협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천진한 질문에 그들도 경계감을 풀고 친절히 대답을 해 줍니다. 계속 길을 걷던 아이와 고양이는 갈림길에 다다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지쳐버린 아이와 고양이는 갈림길 은총상가 의자에 앉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너무 멀리 와 버린 아이가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혼자 집을 찾아 가겠다고 합니다.

고양이와 아이는 서로 마주 보았습니다. 고양이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와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어. 개와 쥐 심지어 다른 고양이랑 이야기 한 건 처음이야.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나도 혼자 집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 본문 중에서

씩씩해진 아기 고양이와 아이가 집을 찾아 가는 건 이제 시간문제겠지요. 아이와 아기 고양이는 다행히 집을 잘 찾아 갑니다. 아까 만났던 개, 고양이, 쥐가 아이에게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었거든요. 그림책은 장면 장면마다 세세한 웃음을 숨겨 놓았습니다. 큰 흐름과 작은 웃음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강풀의 욕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역시 강풀이구나!' 싶었습니다.

책 마지막에는 작가 소개가 그리고 옆 페이지엔 아빠 엄마와 자는 은총이 모습이 보입니다. 아빠는 강풀입니다. 둘째 아이 예상대로 그림책에도 강풀이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작가 소개 끝에 강풀이 왜 이 그림책을 그렸는지 그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대로 이 그림책은 강풀의 첫 아이 은총(태명)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첫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아빠 강풀이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그렸을지 상상해 보니 제 마음도 훈훈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엄마가 읽어주기엔 페이지가 약~간 많다는 것. 엄마로서 이 단점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가 없네요.

"막내야, 그냥 그림만 보면 안 되겠니? 엄마, 목 아픈데 또 읽어 줘야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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