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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잎을 헤집다 화들짝 놀랐습니다

[포토에세이] 봄비

등록|2013.02.01 17:01 수정|2013.02.01 17:01
버드나무 아래의 쌓인 낙엽사이로 녹색 잎이 보였습니다.
 

▲ 낙엽사이의 초록순 ⓒ 이안수


낙엽 아래가 궁금해서 몇 장 갈잎을 들어내다가 되 덮었습니다. 살금 살금 다가오고 있는 봄이 놀랄까. 그 옆에 눈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매서운 기운은 가셨지만 갓나온 새순에게는 서릿발을 이는 아픔일 테지요.

▲ 눈과 초록의 공존 ⓒ 이안수


그때가 열흘 전(1월 24일)이었습니다. 어젯밤, 한겨울에도 한데 잠을 자던 해모가 자기 집을 찾아 들었습니다.
 

▲ 봄비가 올 것을 알았는지... ⓒ 이안수


아침에 보니 온 대지가 흥건했습니다. 늦은 겨울비였습니다. 아니 이른 봄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봄비 ⓒ 이안수


눈을 소복이 담고 있었던 화분은 물을 담고 있고 목까지 눈에 에워싸였던 자기 오리도 온 몸을 드러냈습니다.

▲ 시간은 풍경을 바꾸고... ⓒ 이안수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에도 옹당이가 생겼습니다.

▲ 항아리 뚱껑에 봄비가 괴고... ⓒ 이안수


산수유 가지 끝에도 꽃망울 같은 물방울을 달고 있습니다.

▲ 산수유 가지 끝에는 보석이 맺히고... ⓒ 이안수


눈앞의 입춘날(2월 4일)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으로 미리 입춘첩을 준비해두었습니다.
 

▲ 입춘첩 ⓒ 이안수


아침에 이웃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젠 봄. 오늘은 봄비. 따뜻하게 허구 다니세요. 중간 중간 어깨찜질 아랫배 찜질"

▲ 봄기운 만큼이나 따뜻한 이웃의 인정 ⓒ 이안수


자상한 가을이 어머님의 '봄' 메시지에 저는 마음을 찜질하는 효험을 얻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늘 계절보다 한 발 앞서나 봅니다.

▲ 세월은 물방울 떨어지는 속도보다도 빠른듯 싶습니다. ⓒ 이안수


봄이 다칠까싶은 근심 속에서도 낡은 가랑잎을 헤집고 푸른 싹의 길이를 확인하고 싶은 그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우니…….

▲ 기억코 봄을 들여다보고 말았습니다. ⓒ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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