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왔지만... 아직도 간이천막에서 지내는 그
[바로 이사람③] '섬은 내가 지킨다' 안도 지킴이 김성수씨
지난해 불어 닥친 정치적 한파는 많은 사람들에게 '멘붕'을 안겼다. 하지만 우리 곳곳에는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다. 이들의 삶은 우리를 놀랍게, 때로는 훈훈하게 만든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작은 위안을 얻고자 한다. 필자는 새해를 맞아 지역 곳곳에 살아가는 주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한다. - 기자말
부촌에서 가난에 접어든 섬섬섬
지난달 말 아침 일찍 여객선 터미널을 찾았다. [바로 이사람] 세 번째 섬사람 편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동안 배를 타니 여수시 남면동 안도가 보인다. 이 섬은 처음 기러기를 닮아서 기러기 안(雁)자를 썼으나 이후 사람이 살기 편하다 해서 편안 안(安)자를 쓰게된 안도(安島)다.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듯 예전에는 고기가 많이 나서 살기가 부유했던 동네다. 전기가 없던 무렵 섬사람들이 여객선 객실 전깃불을 보고 신기해 하던 때가 있었다. 전구에 들어온 불을 처음 본 어느 시골 아낙네가 한 승객이 불 좀 꺼달라는 말을 듣고 호롱불 마냥 '후후' 불며 전기를 끄더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섬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됐다.
전라도에서는 옛부터 '벌교에선 주먹자랑, 순천에선 인물자랑, 여수에선 돈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때 수산물이 풍부했던 시절 어민들은 '고대구리(코가 작은 그물로 불법 어로를 하는 방식)'로 바다를 싹쓸이 하던 때가 있었다. 어획량이 풍부해 한번 출어하면 어민들 손에 돈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 물고기까지 쓸어버리는 무분별한 포획은 고기 씨를 말렸다. 그러자 지자체와 정부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불법어업인 고대구리를 없앴다. 이후 정부에선 어민들에게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을 권장해 우럭, 광어, 농어 등 양식업이 성행했다. 양식업에 나선 어민들은 사료와 치어를 사려고 서로 맞보증을 섰다.
그러나 자연재해와 경험부족은 큰 실패를 불러왔다. 한 사람이 도산하면 마을 주민들의 줄 도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렇다 보니 섬을 떠나는 사람이 속출했다. 젊은 사람이 떠난 섬마을은 급속히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섬은 가난한 마을이 되고 말았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막막하다.
10여년 전 귀향, 안도지킴이 된 김성수씨
오늘 찾은 주인공은 바로 김성수(52)씨다. 그는 객지생활을 접고 10여 년 전 귀향해 섬을 지키는 안도지킴이로 소문났다. 그의 애칭은 '시인과 촌장'이다. 시를 쓰는 그는 2003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가 쓴 시는 가시찔레의 사랑, 나눔의 큰동산, 백동백의 사랑 등 80여 편이 넘는다.
차를 몰고 그가 사는 시골길을 찾아갔다. 차 한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시골길. 난간이 없다 보니 길 아래는 낭떠러지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좁은 길이지만 반대편에서 나오는 차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해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 다행히 차를 만나지 않아 안심이다.
이윽고 그가 사는 동고지 마을에 도착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남해안의 청정바다는 늘 포근하다. 이런 맛에 섬을 찾는가 보다. 작년 5월 여수는 바다를 주제로 93일간의 해양엑스포를 치렀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다. 바닷가에 밀려든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류를 타고 떠밀려온 쓰레기와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가 뒤섞여 해변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에 대해 김씨는 "여수시가 해안에 밀려든 쓰레기를 치우는데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며 "지자체가 작년 태풍 때 밀려온 쓰레기를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70%만 치우고 나머지는 이렇게 방치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냐? 지자체는 공공근로를 통해 조속히 쓰레기 수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덧 귀향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간이천막에서 비바람과 싸우며 산다. 왜 집을 짓지 않냐고 물으니 허가가 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임시로 지은 천막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해도 너무한다. 고향을 찾아 왔지만 다시 섬을 떠나라는 말인가?
그는 대물이 나오는 감성돔 포인트와 낚시 조황을 쫙 끼고 있다. 그래서 여러 해 동안 다져온 단골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아 낚시꾼이 몰려든다. 바로 집 앞이 바닷가다 보니 가끔 천연기념물 수달과도 친구가 된다. 작년에는 기자에게 '감성돔만 훔쳐먹는수달이야기'와 '정치망에 잡힌 듀공이야기'를 제보해 <오마이뉴스>에도 실렸다.
그의 아내 김순옥(50)씨는 섬 생활에 대해 "처음에는 정말 못 살 것 같았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시간이 흘러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니 이제 정이 들었다"면서 "지금은 바닷가 바람과 파도소리가 좋아 낚시꾼이 오는 것이 재미있다"라며 섬 생활의 얘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작년에 겪은 태풍의 기억은 악몽으로 남았다. 지난해 불어 닥친 볼라벤과 산바는 섬주민은 물론 김씨에게도 큰 피해를 안겼다. 특히 산바는 이들의 터전을 산산이 부셨다. 태풍때 불어 닥친 해일은 식당주방 건물을 통째로 쓸어갔다. 그가 생활하는 숙소도 반파되었다.
다행히 이들 부부는 태풍 당일 제사를 모시기 위해 큰 마을로 갔다가 화를 면했다. 이렇게 큰 해일이 불어 닥친 것은 사라호 태풍 이후 5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란다. 당시 태풍피해가 너무 커 섬마을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지만 이들 부부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지난 태풍피해는 자연재해인데 난 섬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무허가라는 이유로 1원짜리 하나 받지 못해 억울한 면이 많다"고 털어놨다.
낚시꾼이 버린 양심, 꾸짖는 김씨
그는 요즘 아내와 함께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낚시꾼이 머무른 낚시터를 청소한다. 이후 인터넷과 카카오톡을 통해 낚시꾼이 버린 양심을 꾸짖으며 여수시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여수 낚시선들이 낚시업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낚시꾼이 오염시킨 낚시터 청소작업은 뒷전입니다. 지자체는 조속히 '낚시 면허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다도해상국립공원의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낚시협회가 외지에서 온 낚시객 1인당 5000~7000원씩을 부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이비용으로 전체적인 낚시터를 관리 보존하면 섬주민과 낚시객이 충돌하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안도주민 김평식씨는 "성수씨는 안도의 진정한 지킴이다"라며 그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성수씨는 자기철학이 뚜렷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삽니다. 사실 소득 같은 것도 밖에 나가면 얼마든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열악한 조건에서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것 같아요, 그가 사는 동고지 마을은 돌담으로 둘러진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고 글쓴바위, 도진마당, 마을 앞뒤로 돌산 향일함과 백금포 해수욕장이 펼쳐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접근성이 너무 나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음은 시인과 촌장 김성수씨와 나눈 인터뷰다.
- 천연기념물 수달과 함께 지내더라.
"지난번에 내가 찍은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듀공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바 있다. 수달은 내가 생활하는 민박집 옆 방파제에서 자주 목격된다. 뉴스가 나간 후 최근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에서 촬영을 나왔는데 낚시꾼이 많아서 수달이 나타나지 않았다. 취재진이 수달이 자주 출몰하는 이야포 마을에서 촬영한 것으로 안다."
- 현재 낚시조항은 어떤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대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갯바위와 바지선 낚시터에서 5자(50cm)가 넘는 감성돔이 올라와 낚시꾼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조황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 요즘 주로 잡히는 어종은?
"감성돔, 볼락, 참돔, 벵어돔 등이 잡힌다."
낚시면허제 조례 제정해야 하는 이유
- 낚시터 오염을 지적했다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낚시꾼들이 낚시터에 버린 쓰레기 수거가 안 되고 있다. 다도해상국립공원의 근본적인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시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 낚시협회에 1인당 5000~7000원씩을 부과해 마을에서 전체적인 낚시터를 관리·보존해야 한다. 실제 추자도 같은 경우 낚싯배가 추자도까지만 실어다 주면 추자도 현지인 낚싯배가 포인트까지 안내하고 다음날 철수할때 쓰레기를 수거해와 함께 더불어 살고 있다."
-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며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낚시꾼의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 마을은 '마을1종 공동어업권'으로 지정되어 있다.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은 마을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어업권내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와 바다에 뿌린 밑밥(집어제)으로 인해 해산물이 성장발육 저하와 갯녹음(백화현상)으로 매년 생산량이 감소해 마을 공동소득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바로 밑밥에 섞인 썩지 않는 방부제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나름 많은 홍보를 하고 있다. 지차체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왜 쓰레기 청소를 하게 되었나?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는 슬로건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은 청정지역이다. 내 집 앞이다. 하지만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바닷가 갯바위 구석구석에 널려 있다. 낚시꾼이 머물다간 곳은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갈 수 없기에 그대로 방치되어 환경을 훼손하고 미관상 좋지 않더라. 그래서 아내와 함께 배를 이용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 낚시꾼과 충돌은 없었나?
"많이 싸웠다. 내가 볼 때 일부 낚시꾼이 분명 버린 것이 맞는데 낚시꾼은 당신이 뭔데 간섭 하냐는 식으로 시비를 걸 때도 많더라. 이럴 땐 화가 난다. 지자체가 몇 년간 정치적인 이유로 미뤄왔던 '낚시면허제'를 하루 빨리 시행해 쓰레기 면허비용으로 마을 사람들이 공공근로를 통해 섬마을을 가꾸어야 한다."
- 객지생활을 하다 다시 섬으로 들어왔다.
"2000년경 고향으로 완전 귀향했다. 어려서 섬을 안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건 어머니께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장남이다 보니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고향에 내려왔지만 처음에는 살길이 막막했다.
초창기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민박을 시작했다. 또 살기 위해 당시 중앙정부를 찾아 다니며 '농어촌민박지원사업'을 요구했다. 그 결과 민박 개보수 사업비용으로 1천만 원의 무상지원이 이루어졌다. 난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많은 도서민들이 혜택을 받았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사업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섬을 찾는 관광객에게 부족한 숙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엑스포 성공위해 배타고 나와 자원봉사..."가슴 뿌듯하다"
- 섬 생활이 척박하다 섬에서 주로 뭘로 먹고 사나?
"겨울철에는 낚시객을 상대로 식당과 민박을 운영한다. 또 여름은 피서객들을 상대로 휴양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 이곳 섬에 볼거리로 뭐가 있나?
"제주 올레길과 맞먹는 금오도 비렁길 전구간이 작년에 완공되었다. 이곳은 1년에 40~50만 명이 찾고 있다. 또 청정해역을 찾는 낚시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
-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객지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삭막한 서울생활에서 고향과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썼다. 2003년 문예응모 시분야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 약 80여 편의 시를 썼다. 지금도 자연을 벗 삼아 1년에 몇 편을 쓰고 있지만 막상 삶이라는 현실에 부딪쳐 살다 보니 그마저도 어렵다. 시집을 내야 하나 아직 초판을 못 냈다(웃음)."
- 엑스포기간 섬에서 배를 타고 나와 자원봉사를 했다
"여수짱 카페의 카페지기 및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내가 활동하는 '여수짱'은 여수를 사랑하는 사람들 5400여 명의 회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난다. 회장 취임식 때 내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에 여수엑스포 자원봉사단체를 신청했다. 이후 선정되었다. 우리회원 40여명은 93일간 조를 나눠 자원봉사를 도왔다. 엑스포 성공개최에 일조한 일이 가슴 뿌듯하다."
- 여수시에 바라는 점은?
"우리 섬은 매년 낚시객과 비렁길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로 및 선착장 기반시설이 낙후되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내가 사는 마을은 승용차 1대가 들어가기도 빠듯하다. 마을을 찾아온 관광객이 길이 좁아 위험을 감수하고 곡예운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해양에 밀려든 쓰레기도 장난이 아니다.
관광객의 안전과 해양 쓰레기 수거를 위해 조속히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가 확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수가 해양을 주제로 엑스포를 성공 개최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면 현지인이 국립공원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공공근로 인원을 늘려 해안쓰레기와 낚시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한 낚시꾼이 김성수씨가 운영하는 낚시터에서 5자(50cm)가 넘는 감성돔을 낚아올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부촌에서 가난에 접어든 섬섬섬
지난달 말 아침 일찍 여객선 터미널을 찾았다. [바로 이사람] 세 번째 섬사람 편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동안 배를 타니 여수시 남면동 안도가 보인다. 이 섬은 처음 기러기를 닮아서 기러기 안(雁)자를 썼으나 이후 사람이 살기 편하다 해서 편안 안(安)자를 쓰게된 안도(安島)다.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듯 예전에는 고기가 많이 나서 살기가 부유했던 동네다. 전기가 없던 무렵 섬사람들이 여객선 객실 전깃불을 보고 신기해 하던 때가 있었다. 전구에 들어온 불을 처음 본 어느 시골 아낙네가 한 승객이 불 좀 꺼달라는 말을 듣고 호롱불 마냥 '후후' 불며 전기를 끄더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섬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됐다.
전라도에서는 옛부터 '벌교에선 주먹자랑, 순천에선 인물자랑, 여수에선 돈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때 수산물이 풍부했던 시절 어민들은 '고대구리(코가 작은 그물로 불법 어로를 하는 방식)'로 바다를 싹쓸이 하던 때가 있었다. 어획량이 풍부해 한번 출어하면 어민들 손에 돈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 물고기까지 쓸어버리는 무분별한 포획은 고기 씨를 말렸다. 그러자 지자체와 정부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불법어업인 고대구리를 없앴다. 이후 정부에선 어민들에게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을 권장해 우럭, 광어, 농어 등 양식업이 성행했다. 양식업에 나선 어민들은 사료와 치어를 사려고 서로 맞보증을 섰다.
그러나 자연재해와 경험부족은 큰 실패를 불러왔다. 한 사람이 도산하면 마을 주민들의 줄 도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렇다 보니 섬을 떠나는 사람이 속출했다. 젊은 사람이 떠난 섬마을은 급속히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섬은 가난한 마을이 되고 말았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막막하다.
10여년 전 귀향, 안도지킴이 된 김성수씨
오늘 찾은 주인공은 바로 김성수(52)씨다. 그는 객지생활을 접고 10여 년 전 귀향해 섬을 지키는 안도지킴이로 소문났다. 그의 애칭은 '시인과 촌장'이다. 시를 쓰는 그는 2003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가 쓴 시는 가시찔레의 사랑, 나눔의 큰동산, 백동백의 사랑 등 80여 편이 넘는다.
▲ 시인과 촌장 김성수씨가 운영하는 간이천막 민박집에 그가 쓴 시가 걸려있다. ⓒ 심명남
차를 몰고 그가 사는 시골길을 찾아갔다. 차 한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시골길. 난간이 없다 보니 길 아래는 낭떠러지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좁은 길이지만 반대편에서 나오는 차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해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 다행히 차를 만나지 않아 안심이다.
이윽고 그가 사는 동고지 마을에 도착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남해안의 청정바다는 늘 포근하다. 이런 맛에 섬을 찾는가 보다. 작년 5월 여수는 바다를 주제로 93일간의 해양엑스포를 치렀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다. 바닷가에 밀려든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류를 타고 떠밀려온 쓰레기와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가 뒤섞여 해변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에 대해 김씨는 "여수시가 해안에 밀려든 쓰레기를 치우는데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며 "지자체가 작년 태풍 때 밀려온 쓰레기를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70%만 치우고 나머지는 이렇게 방치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냐? 지자체는 공공근로를 통해 조속히 쓰레기 수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해양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른 여수시는 작년 태풍 때 밀려온 쓰레기를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70%만 치우고 나머지는 방치했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안도 해변가. ⓒ 심명남
어느덧 귀향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간이천막에서 비바람과 싸우며 산다. 왜 집을 짓지 않냐고 물으니 허가가 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임시로 지은 천막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해도 너무한다. 고향을 찾아 왔지만 다시 섬을 떠나라는 말인가?
그는 대물이 나오는 감성돔 포인트와 낚시 조황을 쫙 끼고 있다. 그래서 여러 해 동안 다져온 단골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아 낚시꾼이 몰려든다. 바로 집 앞이 바닷가다 보니 가끔 천연기념물 수달과도 친구가 된다. 작년에는 기자에게 '감성돔만 훔쳐먹는수달이야기'와 '정치망에 잡힌 듀공이야기'를 제보해 <오마이뉴스>에도 실렸다.
그의 아내 김순옥(50)씨는 섬 생활에 대해 "처음에는 정말 못 살 것 같았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시간이 흘러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니 이제 정이 들었다"면서 "지금은 바닷가 바람과 파도소리가 좋아 낚시꾼이 오는 것이 재미있다"라며 섬 생활의 얘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작년에 겪은 태풍의 기억은 악몽으로 남았다. 지난해 불어 닥친 볼라벤과 산바는 섬주민은 물론 김씨에게도 큰 피해를 안겼다. 특히 산바는 이들의 터전을 산산이 부셨다. 태풍때 불어 닥친 해일은 식당주방 건물을 통째로 쓸어갔다. 그가 생활하는 숙소도 반파되었다.
다행히 이들 부부는 태풍 당일 제사를 모시기 위해 큰 마을로 갔다가 화를 면했다. 이렇게 큰 해일이 불어 닥친 것은 사라호 태풍 이후 5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란다. 당시 태풍피해가 너무 커 섬마을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지만 이들 부부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지난 태풍피해는 자연재해인데 난 섬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무허가라는 이유로 1원짜리 하나 받지 못해 억울한 면이 많다"고 털어놨다.
낚시꾼이 버린 양심, 꾸짖는 김씨
▲ 시인과 촌장 김성수씨와 그의 아내는 배를 타고 낚시꾼이 머무른 갯바위 낚시터에 쓰레기를 수거하며 살고있다 ⓒ 심명남
그는 요즘 아내와 함께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내와 함께 배를 타고 낚시꾼이 머무른 낚시터를 청소한다. 이후 인터넷과 카카오톡을 통해 낚시꾼이 버린 양심을 꾸짖으며 여수시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여수 낚시선들이 낚시업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낚시꾼이 오염시킨 낚시터 청소작업은 뒷전입니다. 지자체는 조속히 '낚시 면허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다도해상국립공원의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낚시협회가 외지에서 온 낚시객 1인당 5000~7000원씩을 부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이비용으로 전체적인 낚시터를 관리 보존하면 섬주민과 낚시객이 충돌하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안도주민 김평식씨는 "성수씨는 안도의 진정한 지킴이다"라며 그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성수씨는 자기철학이 뚜렷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삽니다. 사실 소득 같은 것도 밖에 나가면 얼마든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열악한 조건에서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것 같아요, 그가 사는 동고지 마을은 돌담으로 둘러진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고 글쓴바위, 도진마당, 마을 앞뒤로 돌산 향일함과 백금포 해수욕장이 펼쳐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접근성이 너무 나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음은 시인과 촌장 김성수씨와 나눈 인터뷰다.
▲ 시인과 촌장 김성수씨는 여수시의회가 '낚시허가제' 조례를 제정해 낚시꾼들로 부터 해양오염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 심명남
- 천연기념물 수달과 함께 지내더라.
"지난번에 내가 찍은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듀공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바 있다. 수달은 내가 생활하는 민박집 옆 방파제에서 자주 목격된다. 뉴스가 나간 후 최근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에서 촬영을 나왔는데 낚시꾼이 많아서 수달이 나타나지 않았다. 취재진이 수달이 자주 출몰하는 이야포 마을에서 촬영한 것으로 안다."
- 현재 낚시조항은 어떤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대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갯바위와 바지선 낚시터에서 5자(50cm)가 넘는 감성돔이 올라와 낚시꾼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조황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 요즘 주로 잡히는 어종은?
"감성돔, 볼락, 참돔, 벵어돔 등이 잡힌다."
낚시면허제 조례 제정해야 하는 이유
- 낚시터 오염을 지적했다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낚시꾼들이 낚시터에 버린 쓰레기 수거가 안 되고 있다. 다도해상국립공원의 근본적인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시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 낚시협회에 1인당 5000~7000원씩을 부과해 마을에서 전체적인 낚시터를 관리·보존해야 한다. 실제 추자도 같은 경우 낚싯배가 추자도까지만 실어다 주면 추자도 현지인 낚싯배가 포인트까지 안내하고 다음날 철수할때 쓰레기를 수거해와 함께 더불어 살고 있다."
-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며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낚시꾼의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 마을은 '마을1종 공동어업권'으로 지정되어 있다.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은 마을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어업권내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와 바다에 뿌린 밑밥(집어제)으로 인해 해산물이 성장발육 저하와 갯녹음(백화현상)으로 매년 생산량이 감소해 마을 공동소득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바로 밑밥에 섞인 썩지 않는 방부제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나름 많은 홍보를 하고 있다. 지차체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왜 쓰레기 청소를 하게 되었나?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는 슬로건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은 청정지역이다. 내 집 앞이다. 하지만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바닷가 갯바위 구석구석에 널려 있다. 낚시꾼이 머물다간 곳은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갈 수 없기에 그대로 방치되어 환경을 훼손하고 미관상 좋지 않더라. 그래서 아내와 함께 배를 이용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 낚시꾼과 충돌은 없었나?
"많이 싸웠다. 내가 볼 때 일부 낚시꾼이 분명 버린 것이 맞는데 낚시꾼은 당신이 뭔데 간섭 하냐는 식으로 시비를 걸 때도 많더라. 이럴 땐 화가 난다. 지자체가 몇 년간 정치적인 이유로 미뤄왔던 '낚시면허제'를 하루 빨리 시행해 쓰레기 면허비용으로 마을 사람들이 공공근로를 통해 섬마을을 가꾸어야 한다."
- 객지생활을 하다 다시 섬으로 들어왔다.
"2000년경 고향으로 완전 귀향했다. 어려서 섬을 안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건 어머니께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장남이다 보니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고향에 내려왔지만 처음에는 살길이 막막했다.
초창기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민박을 시작했다. 또 살기 위해 당시 중앙정부를 찾아 다니며 '농어촌민박지원사업'을 요구했다. 그 결과 민박 개보수 사업비용으로 1천만 원의 무상지원이 이루어졌다. 난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많은 도서민들이 혜택을 받았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사업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섬을 찾는 관광객에게 부족한 숙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엑스포 성공위해 배타고 나와 자원봉사..."가슴 뿌듯하다"
- 섬 생활이 척박하다 섬에서 주로 뭘로 먹고 사나?
"겨울철에는 낚시객을 상대로 식당과 민박을 운영한다. 또 여름은 피서객들을 상대로 휴양식당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 이곳 섬에 볼거리로 뭐가 있나?
"제주 올레길과 맞먹는 금오도 비렁길 전구간이 작년에 완공되었다. 이곳은 1년에 40~50만 명이 찾고 있다. 또 청정해역을 찾는 낚시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
-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객지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삭막한 서울생활에서 고향과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썼다. 2003년 문예응모 시분야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 약 80여 편의 시를 썼다. 지금도 자연을 벗 삼아 1년에 몇 편을 쓰고 있지만 막상 삶이라는 현실에 부딪쳐 살다 보니 그마저도 어렵다. 시집을 내야 하나 아직 초판을 못 냈다(웃음)."
▲ 시인과 촌장이 살고 있는 안도 동고지 마을은 도로가 좁아 차 한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어 곡예운전을 해야한다(2012년 9월 사진) ⓒ 심명남
- 엑스포기간 섬에서 배를 타고 나와 자원봉사를 했다
"여수짱 카페의 카페지기 및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내가 활동하는 '여수짱'은 여수를 사랑하는 사람들 5400여 명의 회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난다. 회장 취임식 때 내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에 여수엑스포 자원봉사단체를 신청했다. 이후 선정되었다. 우리회원 40여명은 93일간 조를 나눠 자원봉사를 도왔다. 엑스포 성공개최에 일조한 일이 가슴 뿌듯하다."
- 여수시에 바라는 점은?
"우리 섬은 매년 낚시객과 비렁길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로 및 선착장 기반시설이 낙후되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내가 사는 마을은 승용차 1대가 들어가기도 빠듯하다. 마을을 찾아온 관광객이 길이 좁아 위험을 감수하고 곡예운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해양에 밀려든 쓰레기도 장난이 아니다.
관광객의 안전과 해양 쓰레기 수거를 위해 조속히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가 확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수가 해양을 주제로 엑스포를 성공 개최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면 현지인이 국립공원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공공근로 인원을 늘려 해안쓰레기와 낚시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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