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깎으시던 어머니의 한마디 "다긴나?"
사과 껍질 하나에도 담아내는 배려의 정신
▲ 어머니사과를 깍으시다가 내게 물으셨다. ⓒ 전희식
이른 아침이었다. 사과를 깍으시던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다긴나?"
다긴나? 무슨 말일까. 잠시 기다렸다. 내 마음귀가 열리자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아뇨. 닭 없어요. 왜요?"
"닥 있으믄 두껍끼 깎고 엄쓰믄 얄께 깎을락꼬 카지."
(닭 있으면 두껍게 깎고 없으면 얇게 깎으려고 그러지)
아흔 둘. 노망들었다고 손가락질 받는 치매 할머니의 말일 수 있을까?
나도 그러지 못하는데. 사과 벗겨진 껍질은 누굴 줘야 할지 생각도 없이 깎는데. 두껍게 깎을 때 얇게 깎을 때를 가리지 않는데. 먹기 바빠서 허둥지둥 입에 넣는데. 사과 껍질 하나도 어머니는 '그냥'일 수가 없구나.
오늘 하루 눈을 뜨면서 했던 내 생각 하나 누구에게 가 닿을지. 오늘 내가 할 말 한마디가 누구 가슴에 안길지. 새삼 숙연하다.
혼자서 되뇌인다. "다긴나?"라고.
▲ 어머니얇게 사과를 깍으신다 ⓒ 전희식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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