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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물가에는 탑신당이 많다

대보름날 마을사람들이 모여 제사 지내는 탑신당

등록|2013.02.05 13:37 수정|2013.02.05 14:44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자연이 철마다 옷을 갈아입어 사람들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하다. 오래 전부터 철을 보내거나 새로 맞이할 때는 세시풍속과 민속놀이로 생활에 여유를 누렸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같이 어울리고 즐기는 데 우리네 세시풍속이 최고다.

계사년을 맞아 풍요와 다산, 불사와 재생, 치유와 치료의 기운이 온 세상에 넘친다. 새해에 꼭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도 여러 가지다. 마음 먹으면 어떤 일이든 다 이뤄낼 수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성을 다하면 된다.

설날과 더불어 새해를 맞이하는 세시풍속이 정월대보름이다. 이때를 전후하여 풍년기원고사, 마을안녕기원제,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지역별로 개최된다.

민족고유의 명절을 즐겁게 하는 세시풍속...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우러진 사람들...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계승하며 애향심을 키우는 풍경이 흐뭇하다.

▲ 지수리 평촌 보호수 느티나무 옆 탑신당 ⓒ 변종만


▲ 위 : 연주리 안남면사무소 앞 탑신당, 아래 : 연주리 중간말노인정 앞 탑신당 ⓒ 변종만


▲ 청정리 탑신당 ⓒ 변종만


▲ 동대리 탑신당 ⓒ 변종만


▲ 방하목리 탑신당 ⓒ 변종만


여행을 하다보면 대보름날 마을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탑신당이 금강의 물가에 유난히 많다. 특히 안내면 방하목리와 동대리, 안남면 청정리·연주리·지수리, 동이면 청마리 등 옥천군의 마을 어귀에서 탑신당을 연달아 만난다. 그중 옥천청마리제신탑은 충북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옥천IC에서 안남면소재지를 경유하거나 금강IC에서 금강유원지를 지나 575번 지방도를 달리면 길가에서 청마농장을 만난다. 농장 앞 다리를 건너면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말티다. 금강IC에서 청마리 가는 길은 맑은 물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비포장도로가 이어져 제법 운치가 있는 드라이브코스다.

▲ 위 : 청마리 앞 금강, 아래 : 청마리 말티 탑신당 ⓒ 변종만


말티는 금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놓이기 전만해도 배를 타고 건너던 오지였다. 마을이 동쪽의 금강을 바라봐 산 그림자가 어둠도 일찍 몰고 온다. 하지만 1700년대부터 사람이 살았을 만큼 역사가 오래된 마을이다.

교통이 좋아지며 청정지역에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마을 초입의 폐교된 옛 청마초등학교 부지는 초라하다. 입구에 외로이 서있는 플라타너스, 폐허가 된 낡은 건물, 울퉁불퉁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팔짝 팔짝 뛰노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청마리제신탑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빛이 바랜 이승복과 정재수의 조각상, 학교유공공적비와 자매결연 표석이 서 있어 을씨년스러운 건물 귀퉁이 뒤편 길가에 있다. 탑은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막돌을 위로 갈수록 좁아지게 쌓았고 윗부분에 기다란 돌이 하나 솟아 있는 형태다. 안내문에 탑, 장승, 솟대, 산신당으로 이루어진 청마리제신탑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제신당은 마한시대부터 마을 경계 표시의 수문신(守門神)으로서 풍수상의 액막이 구실을 하였다.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신앙성표(信仰聖標)로서 믿어지고 있다. 제신당 또는 탑신제당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신앙유적은 원탑, 짐대(솟대), 장승, 산신당 등 4개의 문화형태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름 5m, 높이 5m 가량으로 잡석을 원추형으로 쌓아 올린 전형적인 돌탑 형태를 취하고 있다. 꼭대기에는 기다란 돌이 솟아 있다. 솟대는 탑신당 바로 옆에 있으며, 5m 가량의 높이에 오리 한 마리가 앉아 있는 전형적인 형태이다. 두 기의 장승은 모두 1.5m 가량의 크기이며 사람의 형상을 먹으로 그려 넣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원탑은 지름 5m, 높이 5m 정도의 크기로 잡석을 원추형으로 쌓아올렸고, 그 옆의 짐대는 높이가 약 5m로서 긴 장대 끝에 새 모양을 깎아 만들어 올려놓아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간(神竿)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장승은 통나무에 사람의 모습을 먹으로 그려놓은 마을을 지키는 수문장(守門將)이고, 산신당은 뒷산 소나무를 신목으로 모신 자연신 형태이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초에 날을 잡아 생기복덕(生氣福德)에 맞는 제주를 선출하여 산신제를 올린다. 탑신제, 짐대제, 장승제는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날에 탑과 짐대, 장승의 순으로 엄숙하게 제의를 올린다. 제가 끝나면 농악대가 탑과 짐대, 장승, 우물 등을 찾아다니며 굿을 한다. 짐대와 장승은 4년마다 윤달이 드는 해에 새로 세우는데, 이때 영신(迎神)과 송신(送神)의 굿으로 농악을 울린다.

우리 고유의 민속신앙은 종교가 아니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따지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냥 예전에 했던 방식대로 어울리며 즐기면 된다. 세시풍속이 사라지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옛 사람들이 자신보다 가족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했던 정신을 본받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와 '대청호소식 2013 1+2'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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