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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불출석 재벌 2세들 형사법정 선다

정용진·정유경·신동빈·정지선 4명... 변호사들 "일벌백계"

등록|2013.02.05 16:48 수정|2013.02.05 18:41
국회 국정감사 및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이 벌금형에 약식기소한 재벌 2~3세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해 형사법정에 서게 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게 됐다.

이에 변호사들은 검찰의 '재벌 봐주기' 약식기소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하면서, 재벌의 국회 불출석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5일 재벌들의 국회 불출석에 대해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줘 왔다며 불출석할 경우 '강제구인'하는 방안과 징역형 및 벌금형의 처벌 수위를 한층 높이는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완형 판사는 4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을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또한 이날 형사18단독 이동식 판사도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정식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공소장과 증거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피고인들과 유무죄를 다투고 있어 직접 법정에서 들어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들은 작년 10월과 11월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및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혐의로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조상철)는 지난달 14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해 벌금 700만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벌금 500만 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4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형사법정에 나가지도 않고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당시 검찰의 '재벌 봐주기'라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실제로 변호사 출신인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바쁘신 재벌들에게 몇 백만 원의 벌금으로 면죄부를 쥐어준 것"이라며 "검찰의 안한 것만 못한 이번 처벌 결정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었다.

어쨌든 이번 단독판사들의 정식재판 회부에 따라 이들 재벌 2~3세 4명은 형사법정에 출석해 공판절차를 통해 유무죄를 판단 받아야 한다. 약식기소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벌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정식재판에 회부되면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재화 "검찰의 '재벌 봐주기' 약식기소에 제동", 백혜련 "일벌백계 필요"

국정감사 및 청문회 불출석을 이유로 벌금형에 약식기소된 재벌들을 재판부가 직접 정식재판에 회부해 법정에 세우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법조인들은 환영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5일 트위터에 "국회의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등에 대해 재판부가 정식재판 회부했다"며 "검찰의 '재벌 봐주기' 약식기소에 제동을 건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의 정식재판 회부조치를 환영한다"면서 "재벌들의 국회 불출석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변호사는 트위터에 "'국감 불출석' 정용진·신동빈·정지선·정유경 정식재판 회부"라며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서 "법원의 정식재판 회부 환영합니다. 재벌들에게 벌금형이란, 처벌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국회 불출석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영선 법사위원장, 국회 증인 불출석하면 '강제구인' 개정안 발의

이런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채택한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강제구인'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국회 위원회의 출석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또는 증인이 동행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한 경우 출석을 요구한 위원회는 관할법원에 증인의 구인을 요구하고, 법관이 발부한 구인장을 검사의 지휘로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불출석 등의 죄를 범할 경우 현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징역형 및 벌금형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현행 국회 증언감정법은 증인 출석거부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형사처벌과 동행명령제도를 둬 강도 높게 출석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주요 증인의 불출석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재벌가 2세 경영인들을 증인으로 출석토록 요구했지만 모두 불출석했다. 과거에도 국회 의결을 거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재벌회장들은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상습적으로 국감에 불출석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회장들은 고발되더라도 검찰은 통상 기소유예나 불기소처분, 약식기소 등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줘왔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국회 정무위원회는 재벌가 2세 경영인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수백만 원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것에 그쳤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채택한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회의 견제기능을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알 권리 등이 결국 침해를 당하게 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증인의 출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국회가 법원에 강제구인이 가능한 구인장을 신청하고, 법관의 심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개정안 발의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현행법은 국회에서 안건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관련해, 보고 또는 서류제출의 요구를 받은 자가 허위로 보고 또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제출요구 받은 서류를 파기하거나 은닉한 때에는 처벌할 근거가 없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가 실효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에 개정안은 허위의 보고 또는 허위의 서류를 제출한 자, 제출요구 받은 서류를 파기하거나 은닉한 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징역형 및 벌금형의 상향을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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