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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경찰서. 국민신문고 민원인 인권침해 논란

가족 있는 집까지 방문해... 민원인들, '당황스럽다' 반발

등록|2013.02.08 10:03 수정|2013.02.08 10:04
인천 연수경찰서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민원인들을 상대로 인권 침해를 비롯해 개인정보 및 신상 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인천 연수구 일대에 여성 노래방이 호스트바로 둔갑해 성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갔다. 이와 같은 보도를 접한 일부 주민들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평생학습도시 및 교육국제특구에서 이런 업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반발성 민원을 올렸다.

이와 관련, 연수경찰서는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민원인들을 상대로 일일이 전화 및 집까지 직접 방문, 실명 확인 작업을 벌였다. 연수경찰서 측은 민원인이 전화를 받지 않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고, 일부 민원인의 경우 정확한 전화번호가 기입되어 있지 않아 주민번호 도용(전화번호 및 이메일 포함) 등의 우려 및 수사 차원에서 집까지 방문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원인들의 입장과 생각은 다르다. 민원인들은 '국민신문고라는 것은 국민(주민)들이 특정 기관에 보내는 고견이나 말로하지 못하고 글로서 정당한 표현을 하는 것인데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경찰이 일일이 집까지 방문, 확인 작업을 벌였다는 자체에 불쾌감은 물론 인권침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원인들은 담당 경찰과 한 번 통화가 이뤄진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벨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민원인들은 가족 관계까지 이미 경찰서에서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인권 침해는 물론 개인 신상 털기에 경찰이 나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원인 J씨와 L씨는 "보도된 기사를 보고 말로 하지 못하고 글로 쓴 것에 불과한데 갑자기 가족들까지 거주하고 있는 집까지 찾아와 당황했다"며 "전화번호가 잘못 기재돼 있어 실명 확인 차원에서 집을 방문 했다고 하지만 국민신문고에 글 쓴 부분 관련 집까지 방문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반문했다. 

이어 "경찰이 집까지 찾아 와 실명을 확인 한다고 하지만 아내와 자녀들은 경찰이 집에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떤 생각을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 하느냐"며 "이는 경찰이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민원인들을 상대로 실명을 확인 한다는 명목 하에 엄연한 인권침해를 보인 것이고, 아울러 경찰의 시간 및 인력 낭비"라고 덧붙였다.

민원인 K씨는 "담당 경찰이 전화가 와서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것이 맞느냐' '왜 올렸느냐' 등의 각종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신문고에 글 한 번 올렸다고 취조 아닌 취조를 받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며 "주민번호를 비롯해 전화번호·이메일 모두 입력하고도 이런 의심을 받아야 하는 것이 국민신문고의 실상인지 알게 됐다, 그 어떤 고견이나 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 국민신문고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순수하게 글을 올린 민원인들을 상대로 이렇게 짜증나고 힘들게 하면 그 어떤 국민이 감히 글을 올리겠느냐"며 "경찰 본연의 임무라고 하겠지만 공무원인 경찰이라면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고, 글을 올린 국민들을 의심하기에 앞서 경찰에게 보내는 고견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는 경찰상 확립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꼬집었다.

민원인 A씨는 "국민신문고에 본인을 비롯해 언니 그리고 큰 딸이 제 전화번호를 기입한 뒤 글을 올렸는데 수십 차례 전화가 걸려 와 일을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기사를 보고 민원을 제기해 앞으로 더 잘해 달라는 의미로 글을 쓴 것인데 가족 상황까지 파악한 것도 부족하여 녹음을 남겨 수사 운운하는 경찰의 행태에 참을 수 없는 모멸감까지 들었다"며 "최근 인천경찰청장과의 대화 및 국민신문고에 개인정보(신상 털기) 노출 등 3건의 부분 관련해 짚어 달라고 요청한 만큼 그 답변을 보고 나서 강력한 대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천 연수경찰서 측은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특정 민원인의 전화번호가 두 군데 더 입력돼 있어 여러 차례 전화를 했었고, 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이메일 도용 우려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민원인 개인정보 노출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수경찰서 관계자들은 "최근 국민신문고에 올린 일부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집을 방문 했으나, 본인이 집에 없어 가족들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왔다"며 "여성노래방 3곳을 단속한 결과 1종 유흥업소로서 불법은 없었다, 단 성매매 및 미성년자를 고용할 경우에만 단속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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