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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덕분에 몸값 오른 혁신학교

[주장] 혁신학교에 자녀 보내려는 부모 증가... 해법은 혁신학교 추가지정

등록|2013.02.12 11:03 수정|2013.02.12 11:55
[기사 보강 : 12일 오전 11시 53분]

2012년 5월, 서울 상도동 재개발지역 '상도134지역 주택조합' '상도현대엠코지역 주택조합'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개교 예정인 상현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주기 바란다"는 청원서를 시교육청에 냈다. 이어 7월, 상현초는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보통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공모하거나 교육감의 임의 지정해 선정되는데, 학부모들의 자발적 청원에 의해 서울 혁신학교가 지정된 것은 상현초가 처음이었다.

혁신학교로서 한 해를 보낸 상현초에 대한 인근 거주지역 학부모들의 관심과 기대는 올해 더욱 뜨거워졌다. 학부모들의 혁신학교에 대한 열망은 상현초에 학생이 집중적으로 몰림으로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상현초에 입학 예정인 학부모들은 상현초에 과밀학급이 우려된다며, 집단 민원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1월 30일에도 상현초 학부모 50여 명은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교육지원청에 항의 방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인 상현초를 4개 학급에서 3개 학급을 더해 총 7개 학급으로, 신입생의 학급당 인원수를 25명 이하로 배치하는 운영안을 내놨지만, 2013년 입학예정자의 학급당 인원수는 벌써 29명에 이른다. 오히려 인근 학교인 강남초·봉현초의 입학예정자 학급당 인원수가 각각 21.7명·25.9명으로 더 낮다. 동작교육청 학생수용팀 관계자는"당초 통학구역내 학생수를 예측한 값에 비해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린 것은 사실이고, 교육청에서도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엠코아파트 1차(센트럴파크) 1559세대 중 1282세대(82.2%)가 입주했지만, 추가 277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또한 엠코아파트 2차(애스톤파크) 882세대가 2013년 8월부터 입주할 예정이기에 학생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학부모들은 호소하고 있다.

상현초등학교 인근 학교 학생 수 현황2013년 입학예정자의 학급당 인원 수는 벌써 29명에 이른다. 오히려 인근 학교인 강남초·봉현초의 입학예정자 학급당 인원수가 각각 21.7명·25.9명으로 더 낮다(2013년 1월 30일 기준). ⓒ 서울특별시 동작교육지원청


2013년 1월 30일 기준으로 1학년 4개 학급의 학급당 인원수는 전체 학년의 평균 학급당 인원수인 22명을 훨씬 상회하는 30.5명이었다. 그러나 2013년 2월 12일 기준으로 1학년의 학급당 인원수는 35명이 넘었다. 이로 인해 교실을 더 늘릴 수 없는 소위 '미니학교임'에도 몰려드는 학생을 받기 위해 기존의 4개 학급에서 3개 학급을 늘려 7개 학급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2013년도의 학급당 인원수가 29명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보건교육실·행정실 등을 없애거나 줄여 교실을 늘리는 게 과연 교육적으로 올바른가도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상현초의 입학예정자수가 높은 이유를 두고 "혁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할청인 동작교육지원청은 위장 전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실거주 조사 협조를 의뢰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위장 전입으로 인한 과밀 학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인근지역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 자녀들도 상현초로 갈 수 있게 학군조정을 해달라는 민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작교육지원청 학구조정위에서는 통학구역 조정 검토 필요성이 대두돼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학구역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혁신학교를 둘러싸고 집값까지 들썩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엠코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9월 입주시보다 2월 현재 전셋값이 1억 원 정도 올랐다고 한다. 아울러 상현초를 보낼 수 있는 엠코아파트와 인근 다른 초등학교를 보내야 하는 A아파트의 경우, 전셋값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서울형 혁신학교 추가지정·확대가 해법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토록 간절히 원하는 혁신학교를 추가로 지정하면(봉현초나 강남초를 혁신학교 추가지정, 강남초는 상현초보다 6배나 넓은 부지) 쉽게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문용린 교육감은 일부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혁신학교의 몸값만 높이고 있는 셈이다.

혁신학교가 혁신학교답게 그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 또 혁신학교를 둘러싼 교육주체 사이의 갈등과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혁신학교 추가 지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한다.

경기도의 경우,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혁신학교를 자기 지역구에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서울도 이미 신은초·은빛초·천왕초 등 많은 혁신학교에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고, 특히 세명초의 경우 학급당 인원수가 45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만족해 하고 학부모님들은 행복해 하고 또한 기꺼이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자원하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혁신학교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문용린 교육감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교육'을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혁신학교 추가 지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형태 시민기자는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유사한 내용을 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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