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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윤택을 향한 '악플'…당신들 제정신입니까?

[주장]우주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는 악플러의 자아 확장주의에 경종이 필요하다

등록|2013.02.12 11:32 수정|2013.02.12 11:50

▲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 사망했다. ⓒ 이정민


암이라는 질병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암환자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잊은 채 폴짝폴짝 뛰어다니거나 쾌활한 표정으로 웃고 다닌다면, 누군가는 이 환자의 진실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은 요즘 악플러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위암 투병 중에도 항상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웃고만 다닌 고 임윤택을 향해 악플러는 악플이라는 침을 뱉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필자가 기고했던 기사(악플러 향한 임윤택과 강원래의 하소연은 어디까지?) 가운데 하나가 고 임윤택의 투병을 비아냥거리는 네티즌을 향한 일침 아니던가. '정말 암 환자라면, 그토록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수순에서 벗어나 그의 암 투병이 '암드립'이라고, 심지어는 암을 핑계 삼아 울랄라세션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악플에 대한 일침이었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이러한 고 임윤택의 암 투병을 드립이라고 치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악플을 가공, 재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고 임윤택의 결혼 발표가 나왔을 때엔 진정 임윤택이 암 환자라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도리가 아니냐는 악플이 쏟아졌다.

▲ 네이버 지식IN에 한 누리꾼이 익명으로 올린 답변. 충격이다. 이 정도면 임윤택씨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 네이버


고 임윤택이 결혼 후 만일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남아있는 부인과 2세는 어떻게 되겠느냐는 우려를 넘어서서, 듣기에도 민망한 온갖 자극적인 악플이 쏟아졌다. 고 임윤택 개인을 향한 악플이 부인과 2세로까지 미치고 확산된 결과물이다. 악플 공격을 당하는 대상이 암 환자 당사자 한 명에만 그친 게 아니라 연좌제가 되고 만 셈이다. 심지어는 이 순간에도 일부 게시판에는 고인이 된 고 임윤택과 그의 부인을 향한 어이없는 악플이 지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악플이 만들어지는 논리는 간단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상대방이 벗어난 행동을 할 때 상대의 의외성을 사려하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을 때 상대를 비난한다. '다름'을 '틀림'으로 착각하는 세태가 뭉치고 뭉쳐져 괴물이 됐다.

'임윤택이 진짜 위암 말기 환자라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움직이며 노래할 수 없다', '항암치료의 극심한 통증 때문에라도 웃음보다는 찡그리고 슬픈 얼굴이 되어야 정상이지 웃는 말기 암 환자가 어디 있느냐'는 논리다. 암 환자의 통증을 자신의 기준으로 정죄하고 판단한 결과물이 악플로 고 임윤택을 정죄하고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고 임윤택이라고 억울하지 않았겠는가. 작년 유월에 라선영 교수를 통해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전문의 소견서를 공개해도 임윤택을 향한 일부 악플러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임윤택이 위암 4기로 투병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가 믿는 바가 절대적인 사실이고 진리라는 악플러의 '확증 편향'적 심리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현대판 마녀 사냥, 타진요가 아닌 '임진요'가 발흥한 결과물이다. 참고로, 어느 운동선수를 향한 악플러를 경찰이 잡아들여 조사해보니 14명의 악플러가 중학생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있지 않던가.

악플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몇몇 연예인은 있어도, 악플 앞에 자기 죽음으로 악플러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힌 연예인은 고 임윤택이 처음일 듯 싶다. 죽음을 통해서야 자신이 진짜 암 환자임을 밝힐 수 있던 임윤택 단장의 죽음에 삼가 애도를 표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는 악플러의 자아 확장주의에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그룹 울랄라세션의 맏형인 '임 단장' 임윤택이 위암 투병 끝에 향년 32세로 11일 오후 8시 30분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 특실이며 장례는 기독교식 4일장으로 진행된 뒤 14일 오전 발인에 이어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 청아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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