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기관장 임명 놓고 도의회와 '갈등'
민주개혁연대, 임명철회 요구 나서 ... 김정권 원장-강모택 대표이사 임명 관련
▲ 경남도의회 전경. ⓒ 윤성효
전국 처음으로 도입되어 관심을 모았던 '출자·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를 두고 경남도와 경남도의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경상남도 출자·출연기관장 임용 전 의견청취'라는 이름으로 지난 7일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열렸다. 기획행정위는 김정권 경남발전연구원장, 경제환경위는 강모택 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에 대해 각각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지난 1월 30일 홍 지사와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이 협약을 체결하면서 이루어졌다. 인사청문회는 12개 기관장을 대상으로, 해당 상임위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비공식' '비공개' '비안건' 회의를 하고,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인사검증 대상자는 범죄경력·병역신고사항·재산현황 등 관련 자료를 의회에 제출했다. 언론사 공개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기는 했지만 이날 의견청취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홍 지사는 의견청취 다음날인 8일 김 원장과 강 이사장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런데 의원들은 두 내정자 모두 적합하다고 보지 않았다. 검증 결과, 민주개혁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은 두 내정자 모두 '부적합'이라 했고, 새누리당 소속 의원 일부는 강 대표이사에 대해서만 '부적합' 의견을 냈다.
강 대표이사는 재산 처리 과정에서 다수 편법 혐의가 나타나고, 병역 면제 사유에서도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이사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경남도의원을 지냈고, 김 원장은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사무총장을 지냈다.
홍 지사가 두 사람 모두 임명하자 의회에서 반발이 나왔다. 김오영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홍 지사가 상임위 의견 청취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임명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법 구속력은 없지만 의회의 의견청취 결과는 '도민의 뜻'"이라며 "의회의견을 신중히 고려해 임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개혁연대는 특히 강 대표이사의 임명에 대해 "인사청문회 제도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의회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는 임명을 철회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홍 지사는 "임용한 사람이 일단 일하는 것을 지켜보고 정말 부적격하다면 가차 없이 임기와 무관하게 나가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야당 의원들이 2명 가운데 한 명은 적합, 다른 한 명은 부적합이라는 의견을 냈더라면 달리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부적합' 의견이 미리 공개된 것도 협약 사항 위반이라 했다.
민주개혁연대 "홍 지사, 정당하다면 공개토론하자"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는 홍준표 지사한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민주개혁연대는 13일 오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석영철 의원(통합진보당)은 "홍준표 지사가 강모택 대표이사에 대한 인사가 정당하다면 도의회와 공개토론하자"며 "20일까지 입장을 밝혀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임명철회 촉구 결의안'까지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연대회의 경남도당은 이날 "출연·출자 기관장 의견청취? 홍 지사의 인사검증 사기극"이란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홍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조차 부적격 의견을 제출한 강모택 대표이사를 '도지사의 의견은 도민의 뜻 아니냐'는 궤변만 늘어놓은 채 임명 철회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이는 '출연·출자기관장 의견 청취'가 홍 지사의 가신을 앉히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임을 스스로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도민과 도의회가 안중에 없어도 얼마나 없기에 이런 인사 검증 사기극을 펼치는지 의문이다. 이것이 홍 지사가 밝힌 당당한 도정이라면 당장 그만 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내정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는 부실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사검증은 뒤로 한 채 내정자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시간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며 "추가 자료 요구를 거부한 것은 집행부의 도를 넘은 행태로, 이번 인사검증 본래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비공개, 비안건, 비공식으로 진행돼 '청문회'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밀실' 인사검증의 실효성 또한 의문스럽다"며 "회의록조차 남기지 못하는 인사검증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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