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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같은 인생에게 햇살 같은 용기를 주는 이야기들

[리뷰]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

등록|2013.02.14 09:26 수정|2013.02.14 09:27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정호승 산문집 ⓒ 비체

내 섦음과 고통이 가장 큰 줄 알았다가  더 큰 고통을 견뎌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신간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는 유명한 석학의 말이나 글을 인용한 책이 아닌 편안한 산문집이다. 어머니의 진심이 담긴 염려 한마디, 자연이 주는 무언의 교훈, 투박한 아버지의 손길이나 말 한마디가 진정한 위로와 용기가 됨을 전해주고 있다.

존베 자체로 위로와 용기의 원천이 되는 우주와  닮은꼴인 어머니 품은 누구에게나 마지막 기댈 안식처요 위로의 샘일 것이다. 어머니를 닮은 자연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부대끼며 한없이 소심해졌을 때 끝없는 수평선과 맞닿아 있는 바닷가에 서거나 동네 산마루라도 올라보라.

인간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저절로 깨우쳐지며 그런 인간들이 모여 아등바등 도토리 키재기를 하듯  때론 낙담하고, 때론 자만한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낙담한 사람이 다시 용기를 내는데 그리 대단하거나 거창한 조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저 누군가 신뢰를  듬뿍 담아 지켜봐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시 용기를 내고 자기 안의 무한한 잠재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가  유명한 사람들의 잠언이나  온갖 미사여구로 가득 채워져 있다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저 쓸쓸한 저녁 무렵 친한 벗이 불쑥 찾아와 차 한 잔 앞에 두고 자신에게 일어난 이런저런 일상을 스스럼없이 털어 놓는 것처럼 편안하고 평이하다.

사춘기로 방황하는 자녀 때문에, 혹은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의 병환 소식에 가까운 친구에게 우울한 심사를 털어 놓았을 때 따뜻한 미소와 어깨 토닥임과 함께 '힘내, 나도 다 겪었어'라고 말해주는 것, 바로 그 자체가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북돋우는 일이 된다.

마음 편하게  만나 속내를 털어 놓고 살기 어려운 현대인들이 누군가를 만나 하소연하고 작은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무시로 이 책을 펼쳐 든다면,  어느덧 근심이 사라지고 새롭게 시작할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정호승이라는 감성 풍부한 시인이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런저런 위로의 글과 고백을 눈으로 만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다시 용솟음치는 삶의 용기를 얻어 햇살처럼 빛나는 날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햇살에게/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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