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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범접할 수 없는 차, 다 이유가 있죠

재미있는 차량 스티커... 그래도 운전자 예의가 먼저

등록|2013.02.14 09:48 수정|2013.02.14 09:48

▲ '답답하시죠? 저는 환장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차. ⓒ 이경모


운전을 하면서 가끔 앞차 뒷유리에 붙어있는 글을 보곤 한다. 대개는 초보운전자들이 붙여 놓은 '초보운전' '왕초보' 글귀가 많지만 더러 재미있는 글귀도 있다.

'밥 해 놓고 나왔습니다.' '저는 병아리입니다.' '당황하면 후진해요.' '답답하시죠? 저는 환장합니다.'

또 아기를 태우고 가는 차에는 '차 안에 아기가 타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붙여놓는다. 때로는 영어로 'Baby in the Car'라고 붙여놓은 차도 있다.

▲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조심해'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차. ⓒ 이경모


그렇지만 글을 읽고 나서 씁쓸할 때도 있다.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조심해.' 순전히 명령조의 반말이다.

지난 13일 아침.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해 있는 차 뒷유리에 큼직한 노란색 글씨로 '어르신 운전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르신은 남의 아버지를 높여서 이르는 말이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이다.

'어르신'의 차, 운전자는 진짜 어르신이었을까

▲ 아파트 출입구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차량. ⓒ 이경모


운전자는 진짜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일까. 아니면 당신이 어르신이라고 생각하신 걸까. 누군가 붙여줬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젊은 사람이 장난삼아 붙인 것일까. 슬금슬금 기어 나온 나의 궁금증은 앞 유리창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를 저장하게 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당장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아침 일찍은 실례가 될 것 같아, 오전 11시께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구시오?"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온 목소리,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어르신의 그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106동 30*호에 사는 이경모라는 사람입니다."
"네.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전화로 몇 가지를 여쭤봤다.

어르신 연세는 올해 79세. 유리창에 부착은 동사무소에서 관내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운전하는 차에 해줬단다.

"어르신 운전 중이라는 글씨를 붙이시고 다니시니까 좋은 점이 있으신가요?"
"네. 예전에는 내 차가 좀 천천히 가면 뒤에서 클랙슨을 누르며 빵빵거렸는데 지금은 그런 경우가 없습니다. 제가 운전을 50년 가까이 했어요. 베스트 드라이버인데 나이가 먹으니 빨리 갈 수가 없어요. 허허허."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비단 운전뿐이겠는가.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천천히 가게 한다.

"어르신 요즘 운전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운전을 너무 거칠게 합니다. 과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위험한 운전을 하죠.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적습니다. 좌우 깜빡이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도 많아요."

운전자들 중에는 운전석에 앉으면 예의범절이 시쳇말로 물구나무선 경우가 많다. 난폭운전에 입 모양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쌍스러운 욕까지 함부로 한다. 가끔 도로에 차를 세우고 볼썽사납게 멱살을 잡고 싸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운전자들에게 그나마 '어르신 운전 중!!' 글귀는 어르신이 휘말릴 수 있는 시빗거리를 없앤 셈이다.

문득 전화를 끊으며 모든 차에 '어르신 운전 중'이라는 글귀를 붙인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덧붙이는 글 월간 첨단정보라인 3월호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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