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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고여 있는 샘물같은 이야기들

[서평]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등록|2013.02.14 10:23 수정|2013.02.14 10:23

▲ 정호승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표지. ⓒ 비체

사막 어딘가에 고인 오아시스가 없다면 사막을 지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긴 여정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생의 끝 어딘가에 더 나은 내일에의 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삭막한 인생길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낼 수 있을까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입니다. 에세이의 특성상 내적 자아를 드러내지 않고 글을 풀어내기 힘들지요.

하지만 시인은 솔직하게 자기 안의 상처를 드러냅니다.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많은 이들이 산문집을 애독했다고 하니 많은 이둘이 힘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아버지처럼 든든한 분도 좋지만 친구나 형, 소박한 이웃에게 힘과 위로를 받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닐런지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우리 모두가 지닌 나약함인 미움,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자기 십자가를 버거워하는 모습, 실수하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 상처와 못마땅한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새로운 시작점을 찾아 갑니다.

그래요,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 같아 포기하려는 순간, '한 번만 더 해보렴. 넌 꼭 할 수 있을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힘이 돼 결국 해냈던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누구나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나 인생에 힘을 실어주는 멘토를 필요로 하는 것일 테고요.

아들 아이가 대학 입시에 실패했을 때 신영복 선생님이 아들아이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지요. "현아, 인생 길다. 일 년 재수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이 재수를 결심한 아들아이에게 커다란 힘이 됐을 것입니다.

시인의 말대로 오늘의 실패를 내일의 성공을 약속하는 보증수표로 알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고요. 성공과 실패는 같은 크기 같은 무게라는군요.  실패를 보증수표 삼아 내일의 성공을 꿈꾸는 분들께 힘내시라고  정호승 시인의 시 <축하합니다>를 선물로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들어 보세요
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들어 보세요
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 들어보세요
아, 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
바위에 씨 뿌리다가 지치신 분 손 드셨군요
첫눈을 기다리다가 서서 죽으신 분도  손 드셨군요
네. 네. 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실패를 축하합니다
천국이 없어 예수가 울고 있는 오늘밤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희망 없이 열심히 살아갈 희망이 생겼습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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