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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여행? 비결은 바로 '고된 검색 노동'

[찜! e시민기자] 인도 배낭여행기 연재 중인 송진숙 시민기자

등록|2013.02.16 10:04 수정|2013.02.21 14:17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여행. 늘 머릿속에 꿈꾸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게 바로 이것이다. 지난 설 연휴, 편집국 소속 한 선배는 홀로 유유히 전남 해남군 대흥사에 다녀왔다. 그 선배가 페이스북을 통해 대흥사의 고즈넉함을 거의 실시간으로 널리 알리는 바람에 나는 정초부터 부러움만 연신 삼켰다. 그러던 중, 내 두 눈을 휘둥그레 사로잡은 연재기사 한 꼭지를 읽게 됐다.

연재 기사의 제목은 '모녀의 첫번째 배낭여행기'. 이 기사를 작성한 시민기자는 딸아이와 인도를 배낭여행하면서 겪은 일을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그려냈다. 연고도 없는 나라의 외딴 기차역에서 열차를 놓칠 뻔한 사연부터 인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까지, 출고되는 기사마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 기사 하나하나마다 사람 사는 내음이 물씬 풍기기 때문이랄까.

그래서 '찜'했다. 딸과의 배낭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는 송진숙(dulggot) 시민기자를. 지금까지 어떤 곳을 다녔는지, 지금까지의 여행과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는 없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또 여행 기사를 쓰고 있거나 쓸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는 없는지 물어봤다.

☞ 송진숙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한때 품었던 기자의 꿈, <오마이뉴스> 이뤘지요

▲ 인도 여행 당시, 송진숙 시민기자. ⓒ 송진숙


- 2001년 11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하셨네요. 어떤 계기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한때 제 꿈이 기자였습니다. 대학 4학년 때 신문사 입사시험을 치른 적도 있었지만, 제대로 준비를 안 한 상태라 붙을 리 만무했어요. 이후 전공을 살려 교단에 서게 됐습니다. 발령이 나면서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습니다. 결혼한 뒤에는 아이를 키우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오마이뉴스>를 보게 됐고, 처음 쓴 기사가 머리기사로 채택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네요. 이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했지요. 사는이야기나 교육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보냈습니다. 다른 매체와 달리 제가 쓴 글이 기사로 채택되는 게 신기했습니다. 한때나마 품어왔던 기자의 꿈이 이뤄진 것 같아 행복했어요."

- 주로 기사로 다루는 분야가 교육·사는이야기·여행이더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제가 잘 알 수 있는 분야여야 기사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런데 교육 분야 기사는 예민한 게 많아 쓰고 싶은 얘기를 다 쓸 수는 없었습니다. 사는이야기는 제 개인에 대한 얘기기 때문에 쉽게 풀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 가정에 관련된 얘기들은 가족들이 꺼리는 경우도 있고 기사가 나간 뒤 한소리 듣기도 했지만요. 물론 이해해준 가족들이 참 고맙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행 기사는 비교적 '태클 거는' 사람들이 적어서 쓰기 수월했죠. 물론 동행자들이 질색하며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해 밋밋해지는 일도 있긴 했지만요."

- 최근 송고하고 있는 여행기 '모녀의 첫번째 배낭여행기'가 흥미진진해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풀어주실 계획이신가요?
"딸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도 회복되고, 인도에 적응했는지 길거리 음식도 잘 먹더군요. 사람들 사귀기, 쇼핑 노하우 등도 늘어서 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한국에 돌아오는 게 아쉬워졌습니다. 한 번은 타지마할에서 돌아올 때 일본 젊은이가 인도 릭샤꾼에게 사기당하는 걸 보면서 '우리 모녀라면 저렇게 당하진 않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이렇게 점점 인도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담으려 합니다."

"여행의 성패, '사람'에 달렸어요"

▲ 송진숙 시민기자. ⓒ 송진숙 제공


- 지난 기사들을 살펴보니, 인도 말고도 여러 군데를 다녀오셨더군요. 기간 어떤 곳을 여행하셨나요.
"크게 패키지여행과 배낭여행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패키지여행으로는 ▲ 터키 ▲ 상해·소주·항주 ▲ 실크로드 ▲ 다롄·지안·백두산 ▲ 산둥반도 ▲ 윈난성 등을 다녀왔어요. 패키지여행은 일정과 동선이 미리 계획돼 있기 때문에 감흥이 적었죠. 배낭여행으로는 ▲ 윈난성(18박 19일) ▲ 요르단·레바논·시리아(21박 22일) ▲ 북인도(19박 20일)를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 중에서는 인도 배낭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딸과 함께여서 그랬는지 호흡도 잘 맞고, 더 능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힘들 때도 있었죠. 기사에도 다뤘지만 바라나시에서 딸이 구토·설사 때문에 3일을 꼼짝없이 누워있었을 때는 정말 중간에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딸만 돌려보내고 나만 여행을 계속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이번 인도여행을 통해서 '여행은 팀플레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문제가 생기면 다각도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혼자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보다는 둘이면 다양하게 시킬 수 있잖아요. 게다가 그 팀플레이를 딸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서로를 잘 알지만, 이번 여행을 계기로 서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게 됐어요."

▲ 송진숙 시민기자는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게 최고의 여행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갠지스강가. 송진숙 시민기자는 딸과 함께 인도를 여행했고, 이를 연재 기사로 쓰고 있다. ⓒ 송진숙


- 낯선 곳을 여행하다 보면, 주변 환경 때문에 고생하죠. 여행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알려주실 만한 여행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사람들과 얘기하기를 좋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색을 위해 홀로 길을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끔은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기도 하고 같은 풍경이나 같이 경험한 일을 나누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같은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선 취향이나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글쎄요. '노하우'라고까지 하긴 그렇지만 ▲ 모르면 무조건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기 ▲ 숙소 결정이나 쇼핑할 때는 반드시 두세 곳 정도 둘러보고 결정하기 ▲ 분명한 일이라도 한 번 더 확인하기 정도 되겠네요. 또, 타인과 대화를 틀 때 적당한 매개체를 이용하기도 있네요. 실제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자일리톨껌으로 핀란드 사람과 말문을 트기도 했어요. 이런 것들을 종합해봤을 때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게 최고의 여행 노하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되겠지만요."

- <오마이뉴스>에 올라오는 여행기사를 보면 '여긴 이랬고, 저긴 저랬다'는 식의 기사가 많아요. 여행 기사를 쓸 때 어떻게 하면 맛깔나게 쓸 수 있나요?
"관심 있는 일을 많이 시도해보고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음식 먹기를 시도해본다든지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가격을 알아보고 흥정해본다든지... 여행기는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야 하잖아요. 저도 예전에 '여긴 이랬고, 저긴 저랬다'는 식의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나 부끄럽습니다.

그때는 스스로 여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일행을 따라다니기만 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달라졌죠.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직접하게 되니 그만큼 시행착오·에피소드도 늘어나기 마련이죠. 그런 일들을 글로 풀어내니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은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딸의 갈등? 초점을 다른 데 맞추면 잘 풀립니다"

▲ 송진숙 시민기자 ⓒ 송진숙 제공

- 여행, 다 좋은데 경제적 부담이 뒤따르죠. 기자님은 여행 경비를 어떻게 마련하시나요? 돈이 꽤 많이 들 것 같은데...
"여행 때 특별히 돈을 많이 쓴 경우는 없었습니다. 늘 저렴하게 갔다 온 편입니다. 인도여행 역시 돈이 많이 들지 않았어요. 이게 다 딸아이의 '검색 노동' 덕분이죠. 고된 클릭의 결과물이었던 겁니다.

이번 인도여행 때는 150만 원에 항공권 값·교통비·숙박비·관람료·식사비·선물값까지 모두 해결했어요. 이제 한 달에 10~20만 원 정도는 여행 몫으로 떼놓으려고 합니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딸아이에게도 한 달에 10만 원 정도는 저축해놓으라고 했어요."

- 따님과 궁합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관계를 잘 유지하는 비법이라도 있나요?
"앞서 말했지만, 저는 딸아이와 함께 '팀플레이'를 했어요. 여행 도중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늘 '문제의 해결'에만 초점을 맞췄죠. 엄마와 딸 사이에 갈등이 있는 건 으레 당연한 일이지만, 지향점이 같으니 화를 내지 않고 서로 현명한 쪽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이렇게 하다보니 서로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되는 것이고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편집부나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모녀의 첫번째 배낭여행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저를 '찜'해주셨더군요. 제 기사를 통해 다른 분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이게 소비자와 생산자가 구분되지 않는 양방향성 매체 <오마이뉴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장점을 잘 이용해 저도 다른 시민기자들의 기사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지요. 이런 '소통'이 더 잘 이뤄질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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