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아들들이 왕위를 양보한 속사정 알고 보니
[서평] 조선왕실의 적장자 수난기 <비운의 조선 프린스>
북한에서의 3대 권력 세습,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세습되는 게 선뜻 이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더듬어 올라가면 3대쯤의 권력 세습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우리 역사다. 500년에 가까운 고려의 역사가 그랬고, 500년을 넘긴 조선 역사가 그랬다.
태조 이성계는 정종과 태종의 아버지이며 세종대왕의 할아버지니 문종에게는 증조할아버지, 단종에게는 고조할아버지가 된다. 왕조역사가 계속되면서 세습 또한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지만 하여튼 조선 역사 500년은 이씨 성을 가진 자만이 왕권을 세습할 수 있는 이씨의 나라였다.
권력만큼 비굴하고 비정한 게 없다. 개나 말을 자처하기도 하고 일가친척, 심지어 형제나 자식들을 죽여 가면서까지 유지하거나 차지하려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의 속성이 이러하니 왕권이 세습되던 500년 조선 역사가 순탄할리 만은 없다.
게다가 조선은 유교의 나라였다. 아직도 제사문화에서 이어지고 있는 승중(承重,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낼 때, 장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작은아버지들이 생존해 계시더라도 장손(長孫)이 제주가 되는 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유교에서는 적장자가 우선한다. 그러기에 조선의 왕권 또한 당연히 적장자 세습이 우선이었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권은 과연 적장자들에게만 세습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다.
당장 세종대왕부터가 적장자가 아니다. 태종 이방원의 셋째아들인 도(祹)가 세종대왕이고, 태종의 적장자(맏아들)는 세종에게 왕권을 양보했다고 알려진 미담(?)의 주인공인 양녕대군이다. 최소한 필자가 받은 교육에서는 맏형인 양녕대군이 자신보다 자질이 우수한 동생 충녕대군에게 왕의 자리를 양보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비굴하고 비정한 게 권력의 속성이거늘 양녕대군은 어찌 이토록 아름답고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었을까? 양녕대군은 정말 동생인 충년대군에게 왕위를 양보하긴 한걸까?
양녕대군이 세종대왕에게 왕위를 양보한 속사정
이준호 지음, (주)위즈덤하우스 출판의 <비운의 조선 프린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양녕대군이 동생인 충녕대군에게 양위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과 숨은 야사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왕권을 양위받기 위한 노력, 세자 지위를 지키려는 몸부림은 처절하고, 세자 자리를 박탈당한 후의 기행은 비참하리만큼 비뚤어진다.
큰아버지인 정종의 여인이었다는 기생 초궁장(楚宮粧)과의 스캔들, 매형 이백강의 첩 칠점생(七點生)과의 염문, 중추원부사 곽선의 첩 어리를 임신시키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그렇다. 그러함에도 정작 양녕대군을 폐세자시키는 결정적인 배경은 권력에 대한 도전을 의심하는 태종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데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이때 양녕대군이 강민과 한용봉을 잡아가려는 내시들을 말리려 나섰다. 부왕의 엄명이라는 강경한 그들에게 부아가 치민 양녕대군이 무의식 중에 "내가 네 이름을 안다"며 으름장을 놓고 말았다.
그리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말다툼이건만, 이 사실을 보고받은 태종이 "'내가 네 이름을 안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냐"며 노발대발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 <비운의 조선 프린스> 94쪽
양녕대군이 무의식 중에 내 뱉은 이 말 한마디, "내가 네 이름을 안다"는 말이 태종에게는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셋째아들인 충녕대군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통 크고 아름답게 왕위를 양보한 양녕대군의 우극충정이 아니라 권력의 속성에서 비롯된 적장자의 수난일뿐이다.
<비운의 조선 프린스>에서는 양녕대군뿐만이 아니라 적장자이면서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비운의 적장자들, 월산대군과 영창대군 그리고 소현세자의 수난사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역사시간에 배우고, 야사로만 전해 들었던 왕위세습에 감춰진 또 하나의 진실이자 배경, 왕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음습하고 피비린내 나는 암투와 권모술수가 이합집산을 이루며 전개되고 있으니 권력의 속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역사가 얼마나 제한적이었거나 미화, 왜곡되었는지를 알게 됨으로 역사적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열흘 후쯤부터 다시 보게 될 권력 속성의 실체
딱 열흘 남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이 MB에게서 박근혜 당선자에게로 넘어가는 날이 딱 열흘 후다. 어찌 되었건 칼자루와 같은 권력의 속성이 열흘 후면 박근혜 당선자에게로 넘어간다.
조선시대뿐 아니라 현대사에서도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던 당사자나 가족들의 말로는 순탄치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인 이강석은 자결을 했고, 박정희 대통령의 외아들인 박지만은 감방을 드나들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도 감방살이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도 감방살이를 했다. MB의 아들도 이미 검찰에 출두한 적이 있고, 그 측근들 역시 감방살이를 했거나 하고 있는 중이다.
이쯤 되니 열흘밖에 남지 않은 MB 정권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가 궁금하다. 역사에 기록되고 야사로 전해질 수도 있는 그 모든 것이 권력의 단맛을 즐긴 속성 탓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자작자수(自作自受)이며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것 정도는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가 깨우쳤으면 좋겠다.
태조 이성계는 정종과 태종의 아버지이며 세종대왕의 할아버지니 문종에게는 증조할아버지, 단종에게는 고조할아버지가 된다. 왕조역사가 계속되면서 세습 또한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지만 하여튼 조선 역사 500년은 이씨 성을 가진 자만이 왕권을 세습할 수 있는 이씨의 나라였다.
권력만큼 비굴하고 비정한 게 없다. 개나 말을 자처하기도 하고 일가친척, 심지어 형제나 자식들을 죽여 가면서까지 유지하거나 차지하려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의 속성이 이러하니 왕권이 세습되던 500년 조선 역사가 순탄할리 만은 없다.
게다가 조선은 유교의 나라였다. 아직도 제사문화에서 이어지고 있는 승중(承重,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낼 때, 장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작은아버지들이 생존해 계시더라도 장손(長孫)이 제주가 되는 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유교에서는 적장자가 우선한다. 그러기에 조선의 왕권 또한 당연히 적장자 세습이 우선이었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권은 과연 적장자들에게만 세습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다.
당장 세종대왕부터가 적장자가 아니다. 태종 이방원의 셋째아들인 도(祹)가 세종대왕이고, 태종의 적장자(맏아들)는 세종에게 왕권을 양보했다고 알려진 미담(?)의 주인공인 양녕대군이다. 최소한 필자가 받은 교육에서는 맏형인 양녕대군이 자신보다 자질이 우수한 동생 충녕대군에게 왕의 자리를 양보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비굴하고 비정한 게 권력의 속성이거늘 양녕대군은 어찌 이토록 아름답고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었을까? 양녕대군은 정말 동생인 충년대군에게 왕위를 양보하긴 한걸까?
양녕대군이 세종대왕에게 왕위를 양보한 속사정
▲ <비운의 조선 프린스> 표지 ⓒ (주)위즈덤하우스
큰아버지인 정종의 여인이었다는 기생 초궁장(楚宮粧)과의 스캔들, 매형 이백강의 첩 칠점생(七點生)과의 염문, 중추원부사 곽선의 첩 어리를 임신시키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그렇다. 그러함에도 정작 양녕대군을 폐세자시키는 결정적인 배경은 권력에 대한 도전을 의심하는 태종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데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이때 양녕대군이 강민과 한용봉을 잡아가려는 내시들을 말리려 나섰다. 부왕의 엄명이라는 강경한 그들에게 부아가 치민 양녕대군이 무의식 중에 "내가 네 이름을 안다"며 으름장을 놓고 말았다.
그리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말다툼이건만, 이 사실을 보고받은 태종이 "'내가 네 이름을 안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냐"며 노발대발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 <비운의 조선 프린스> 94쪽
양녕대군이 무의식 중에 내 뱉은 이 말 한마디, "내가 네 이름을 안다"는 말이 태종에게는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셋째아들인 충녕대군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통 크고 아름답게 왕위를 양보한 양녕대군의 우극충정이 아니라 권력의 속성에서 비롯된 적장자의 수난일뿐이다.
<비운의 조선 프린스>에서는 양녕대군뿐만이 아니라 적장자이면서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비운의 적장자들, 월산대군과 영창대군 그리고 소현세자의 수난사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역사시간에 배우고, 야사로만 전해 들었던 왕위세습에 감춰진 또 하나의 진실이자 배경, 왕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음습하고 피비린내 나는 암투와 권모술수가 이합집산을 이루며 전개되고 있으니 권력의 속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역사가 얼마나 제한적이었거나 미화, 왜곡되었는지를 알게 됨으로 역사적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열흘 후쯤부터 다시 보게 될 권력 속성의 실체
딱 열흘 남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이 MB에게서 박근혜 당선자에게로 넘어가는 날이 딱 열흘 후다. 어찌 되었건 칼자루와 같은 권력의 속성이 열흘 후면 박근혜 당선자에게로 넘어간다.
조선시대뿐 아니라 현대사에서도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던 당사자나 가족들의 말로는 순탄치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인 이강석은 자결을 했고, 박정희 대통령의 외아들인 박지만은 감방을 드나들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도 감방살이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도 감방살이를 했다. MB의 아들도 이미 검찰에 출두한 적이 있고, 그 측근들 역시 감방살이를 했거나 하고 있는 중이다.
이쯤 되니 열흘밖에 남지 않은 MB 정권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가 궁금하다. 역사에 기록되고 야사로 전해질 수도 있는 그 모든 것이 권력의 단맛을 즐긴 속성 탓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자작자수(自作自受)이며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것 정도는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스스로가 깨우쳤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비운의 조선 프린스>┃지은이 이준호┃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2013.1.23┃값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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