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3>의 여운을 달래줄 '미스터리' 소설
[서평] 박하익 작가의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
얼마 전 종영한 KBS <학교 2013>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극의 흐름이 지나치게 '문제아(권위적 관점에서의 문제아)' 위주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추며 호평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너무 진부했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비단 <학교2013> 뿐만이 아니다. 기존 <학교> 시리즈가 그러했고,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답습한 문제다. 성장드라마가 아닌 이상 교복 입은 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서면, 필연적으로 남자 주인공은 폭력서클에 몸담고 있거나 여자 주인공은 왕따의 피해자로 등장한다.
액션신과 감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학교 교육의 진짜 문제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사실 폭력과 왕따는 교실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지극히 선정적인 카테고리에 속할 뿐, 전부는 아니다.
"너 장래희망이 뭐야?"
"4년제 대학 교수요."
"네 꿈이야? 부모한테 이식받은 거야?"
-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중
수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열심히 등교하여 공부하지만, 정작 공부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본 학생은 얼마나 될까?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이름난 대학을 가기 위해 잠을 줄이고, 부모가 이식한 꿈을 마치 장래희망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은 기실 '사육'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종료되었습니다>에 이어 박하익 작가가 들고 온 두 번째 장편소설은 <학교 2013>의 여운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이하 선암여고 탐정단)>이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이 소설은 선암여고 탐정단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일종의 추리소설이다.
외고 입시에서 떨어져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안채율은 어느 날 등교 길에 '무는 남자'라 불리는 신종 변태에게 손목을 물리고, 이 일이 계기가 돼 선암여고 탐정단에 가입하게 된다. 탐정단 아이들은 '무는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부터 시작하여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왕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심지어 총격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탐정단 아이들의 캐릭터는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쉬고, 전편 <종료되었습니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하익 작가의 유머도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다. 굳이 폭력서클의 아이들이나 권위주의적 관점의 '문제아'를 등장시키지 않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반길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갖는 장점은 가벼운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메시지가 매우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교육현실에 대해 '돌직구'를 던지는 무거운 수설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작게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안채율의 성장소설이며, 또 다르게는 탐정단을 이끄는 대장과 채율의 오빠 사이에 펼쳐지는 로맨스 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범인이 밝혀졌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적지만 그럼에도 촘촘한 사건 전개 과정만 놓고 보면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얼개도 잘 갖춘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 소설을 읽는 듯 한 발랄함과 유쾌함이 지배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과정이나 매 사건이 남겨주는 메시지는 진중하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방과 후의 미스터리는 선암여고 탐정단이 풀었다지만, '치킨게임'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대체 누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출범하는 정부마다 공교육을 바로잡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공약을 내세우는데도, 왜 교육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것일까. 정말 '미스터리'다. 아무래도 선암여고 탐정단에게 의뢰를 해야겠다.
"공교육 정상화 공약을 거품으로 만들고 도망간 진범을 찾고, '반값 등록금'이라는 다섯 글자에 담긴 진짜 의미를 해석하라!"
비단 <학교2013> 뿐만이 아니다. 기존 <학교> 시리즈가 그러했고, 수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답습한 문제다. 성장드라마가 아닌 이상 교복 입은 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서면, 필연적으로 남자 주인공은 폭력서클에 몸담고 있거나 여자 주인공은 왕따의 피해자로 등장한다.
액션신과 감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학교 교육의 진짜 문제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사실 폭력과 왕따는 교실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지극히 선정적인 카테고리에 속할 뿐, 전부는 아니다.
"너 장래희망이 뭐야?"
▲ 박하익 작가의 신작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 ⓒ 황금가지
"네 꿈이야? 부모한테 이식받은 거야?"
-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중
수많은 학생들이 오늘도 열심히 등교하여 공부하지만, 정작 공부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본 학생은 얼마나 될까?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이름난 대학을 가기 위해 잠을 줄이고, 부모가 이식한 꿈을 마치 장래희망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은 기실 '사육'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종료되었습니다>에 이어 박하익 작가가 들고 온 두 번째 장편소설은 <학교 2013>의 여운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이하 선암여고 탐정단)>이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이 소설은 선암여고 탐정단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일종의 추리소설이다.
외고 입시에서 떨어져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안채율은 어느 날 등교 길에 '무는 남자'라 불리는 신종 변태에게 손목을 물리고, 이 일이 계기가 돼 선암여고 탐정단에 가입하게 된다. 탐정단 아이들은 '무는 남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부터 시작하여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왕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심지어 총격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탐정단 아이들의 캐릭터는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쉬고, 전편 <종료되었습니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하익 작가의 유머도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다. 굳이 폭력서클의 아이들이나 권위주의적 관점의 '문제아'를 등장시키지 않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반길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갖는 장점은 가벼운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메시지가 매우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교육현실에 대해 '돌직구'를 던지는 무거운 수설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작게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안채율의 성장소설이며, 또 다르게는 탐정단을 이끄는 대장과 채율의 오빠 사이에 펼쳐지는 로맨스 소설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범인이 밝혀졌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적지만 그럼에도 촘촘한 사건 전개 과정만 놓고 보면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얼개도 잘 갖춘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 소설을 읽는 듯 한 발랄함과 유쾌함이 지배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과정이나 매 사건이 남겨주는 메시지는 진중하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방과 후의 미스터리는 선암여고 탐정단이 풀었다지만, '치킨게임'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대체 누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출범하는 정부마다 공교육을 바로잡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공약을 내세우는데도, 왜 교육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져 가는 것일까. 정말 '미스터리'다. 아무래도 선암여고 탐정단에게 의뢰를 해야겠다.
"공교육 정상화 공약을 거품으로 만들고 도망간 진범을 찾고, '반값 등록금'이라는 다섯 글자에 담긴 진짜 의미를 해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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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