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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검증이 강하다? 우린 세포까지 검증당했다"

18일 '긴급조치 무효화 법률 입법 토론회' 열려

등록|2013.02.18 18:43 수정|2013.02.18 18:46

▲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긴급조치 무효화 법률 입법 토론회’ 현장. ⓒ 김경훈


2010년, 대법원은 긴급조치 1호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1979년 12월 8일,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되고 31년이 흐른 후 난 판결이었다. 2년 뒤에는 고 장준하 선생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이 무죄로 확정됐다.

그러나 피해자 배상과 명예회복을 비롯해 긴급조치를 둘러싼 여러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놓고 1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긴급조치 무효화 법률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전해철 민주통합당 의원과 긴급조치 관련 피해자 모임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김진영 변호사,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고 장준하 선생 장남인 장호권씨, 조영선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긴급조치 세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기여"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긴급조치 관련자에 대해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피해자로서의 접근이다. 신 논설위원은 "자기도 모르는 부모나 친척 일 때문에 해직당하고, 취업을 못 하고, 이런 게 끈질기게 반복돼서 평생을 헤매는 분들도 봤다. 유무형의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긴급조치로 손해를 입은 것은 국가의 잘못이기 때문에 배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재는 관련자의 명예회복과 배상 문제가 개인의 재심청구에 맡겨진 상태다. 신 논설위원은 이를 두고 "번거로운 재심절차와 검찰이 재판을 상급심으로 끌고 가는 것이 관련자들의 피해를 유발하고, 불필요한 송사를 만든다"면서 "판결 자체를 일괄 무효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긴급조치 무효화 법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두 번째는 긴급조치 관련자들을 피해자가 아닌 저항자로 보는 접근이다. 신 논설위원은 "한국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력 신장을 이룬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며 "긴급조치 세대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을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자로 본다면 보상이 아니라 포상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국민 공포정치... 보상 아니라 배상 해야"

조영선 변호사는 "긴급조치는 학생, 지식인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일상적인 발언을 유언비어 유포라는 명목으로 처벌한 대국민 공포정치였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입수한 긴급조치 사건 판결문 1412건 중 일반 국민들의 일상적 발언을 유언비어 유포라는 명목으로 처벌한 사례가 48%에 달한다"에 "일반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배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상은 적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피해를 보전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보상이라는 단어를 쓰면 긴급조치가 적법한 공권력 행사가 된다"는 것이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도 "지금 이런 방식의 보상에서 끝내려고 하는 것은 역사의 오욕을 덮고 가자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 피눈물을 흘린 분께 보상하는 것은 치욕이고, 그분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배상 문제와는 별도로 친일파 재산을 환수하듯 박정희 정권 편에서 기득권을 누린 자들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 공개 사과하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긴급조치 사건 피해자의 증언도 나왔다.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불법 구금됐던 안희옥씨는 30여 년 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국회에서 검증이 강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희는 사상검증, 행동검증뿐만 아니라 무의식까지 검증받아야 했다. 그것도 한두 시간이 아니라 30여 년에 걸쳐 세포까지 검증당했다."

불법구금 후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던 그는 "정신병원에서 저 같은 피해자를 무수히 봤다"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신과 긴급조치 반대 투쟁 관련자 일동' 명의로 작성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끝났다. 공동선언문은 "박근혜 당선자가 과거 유신독재 시절 민주파괴와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성찰과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본다"며 "이는 새로 박근혜 정권이 국민적 통합과 정통성을 획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선언문은 또한 ▲ '유신헌법하 긴급조치 위반 유죄판결의 일괄무효를 위한 법률안'의 조속한 심의, 통과 ▲ 박근혜 당선자와 새누리당의 긴급조치 관련 공개사과 ▲ 유신과 긴급조치를 포함한 군사정권 시대의 투쟁당사자의 명예회복과 피해구제를 위한 조치 강구 등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전해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가 법안의 추동력이 돼서 긴급조치 무효화 법률이 입법되고, 정부나 대법원, 헌재에서도 전향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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