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선언한 유시민 "떠나는 날 용서해달라"
트위터 통해 입장 표명... 대선 패배 후 칩거
▲ 유시민 전 의원 ⓒ 남소연
[기사보강: 19일 오전 11시 17분]
유시민 진보정의당 전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19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u_simin)에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 동안 정치인 유시민을 성원해주셨던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라며 "열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글 말미에 하루 다음날인 '2013. 2. 20 유시민'이라고 적었다.
정계은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나 배경을 설명하지는 않은 유 전 의원은 대선 이후 칩거하며 집필 활동을 벌여 왔다.
유 전 의원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0일 트위터에 "모두들 애쓰셨습니다.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선택한 결과를 존중하며 받아들입니다"라며 "문재인 후보를 성원하셨던 모든 분들께 위로를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것입니다. 저는 당분간 '동안거'에 들어갑니다. 이 겨울도 지나갈 것입니다"라며 대선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월 25일 "동안거 풀고 나오니 날이 다시 추워졌네요. 그래도 봄은 오겠죠?"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았다. "집필은 끝나셨는지요?"라는 한 트위터 사용자(@jbs2jiw)의 질문에는 "예, 일단 마무리했는데...집필은 끝났지만 고민은 끝이 없네요"라는 답을 하기도 했다. 어떤 책을 썼고, 언제쯤 출간하느냐는 질문에는 "기냥...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그런 거랍니다. 쓰면서 약간 '뻘쭘함'을 느꼈죠"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집필 중인) 책은 3월에나 나오지만, 책이 나온들 정치부 기자들과 만날 일이 없다"고 말해, 정계은퇴를 암시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4일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안기부 X파일'을 통해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정의를 버리고 돈과 권력의 손을 잡았네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노회찬 대표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 '국회를 떠나며'를 리트윗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노회찬 의원이 옳은 일을 하였으니 언젠가 국민이 구해줄 것임을 믿습니다"라고 적었다.
유 전 의원은 1980년 5월 신군부 시절,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며 학생운동을 이끌었고,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는 사회 평론가, 언론인 등으로서 활동했다. 문화방송 '100분 토론' 사회자로 이름을 알린 뒤 정계에 입문했고, 2002년 문성근씨 등과 함께 개혁국민정당을 창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지원했다.
2003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16대 국회의원이 됐고, 개혁국민정당과 민주당 탈당파들을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2004년에는 노무현 탄핵 반대에 앞장섰고, 2006년 참여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12월 국민참여당 대표로 선출된 유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새진보통합연대 소속의 심상정, 노회찬 등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창당했다.
유 전 의원은 오는 4월 24일 치러질 재보궐선거에서 노회찬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결국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노회찬 대표의 의원직 상실에 이어 유 전 의원까지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진보정의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유 전 의원이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고 말한 것은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전 의원의 정계은퇴 선언에 대해 민주당은 "착잡하지만 그의 뜻을 존중한다"고 논평을 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그가 정치에 입문한 뒤 보인 행적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정치권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은 점은 평가한다"며 "기득권과 기성정치에 끊임없이 도전한 그의 비주류 정신은 높이 살 만 하지만 그가 서있던 곳에는 분열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이제 그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났지만 항상 촌철살인으로 모든 부조리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그답게 우리 사회의 소금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그는 1988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해 <거꾸로 읽는 세계사>,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읽기>,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등 수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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