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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인연... 더 짙어진 박정희 그림자

박근혜, 박정희 인맥 중용... 인혁당 사형집행 서종철 아들 국토부 장관에

등록|2013.02.19 15:52 수정|2013.02.19 16:02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DI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19일 마무리 된 박근혜 정부의 내각 및 청와대 주요 비서관 인선에선 '박정희 인맥'의 전진 배치가 눈에 띈다. 2세 정치인인 박근혜 당선인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인수위원 인선에서부터 아른거리던 '박정희 그림자'가 더 짙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한 실무자였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박근혜 당선인 밑에서는 '경제 사령탑'에 올랐다. 

행정고시 14회에 합격해 1974년 공직 생활을 시작한 현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 모델을 만든 경제기획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쳤다. 두 곳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기관이다. 1975년 경제기획국 소속이었던 현 후보자는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만든 '75기획포럼' 멤버였다.

인혁당 사형집행 책임자 아들,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의 인연은 더 특별하다. 서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육사 한 기수 선배인 고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1973년 12월~1977년 12월 재임)의 아들이다. 서 전 장관은 5.16쿠데타 당시 6관구 사령관 신분으로 군사반란에 참여한 후 1972년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청와대 안보특보로 기용됐다. 박 전 대통령 밑에서 군부 고위직을 거치면서 전두환·노태우 등 하나회 대표들과 인연을 맺고 이들을 적극 후원하기도 했다. 

서 전 장관은 특히 국방장관 재임 중인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당시 군법회의에서 도예종씨 등 8명이 사형판결을 받자 곧바로 사형집행명령서에 서명해 사형을 집행한 인물이다. 판결 후 18시간 만에 도씨 등 8명을 사형해 국제적으로도 사법사상 최악의 '암흑의 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서 전 장관은 지난 2006년 참여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박근혜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17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북한대학교대학원을 나서고 있다. (2013.2.17) ⓒ 연합뉴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박정희 인맥'으로 꼽힌다. 류 후보자의 아버지 고 류형진 박사는 5·16 쿠데타 이후 제 3공화국 수립까지 국가 최고 기관의 역할을 했던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박정희) 고문을 맡았다. 5·16 쿠데타의 주축 세력이었던 셈이다. 류 박사는 지난 1994년 사실상 폐기된 '국민교육헌장'의 초안을 작성했다.

이밖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사진이 담긴 고리를 달고 다녀 구설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선거 때 어떤 모임에 갔더니 누군가 그 휴대전화 고리를 돌리더라. 그때부터 달고 다녔다"고 밝힌 바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저서에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한 '충성파'에 속한다.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서도 박정희 그림자

▲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 (2012.3.26) ⓒ 남소연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다.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4년 대통령 비서실 정무1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박근혜 당선인은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맡고 있었다. 허 전 의원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는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 내정된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이름을 따서 세운 서울대 기숙사 '정영사'(正英舍) 1기 출신이다. 최 교수는 인수위에서 고용·복지분과 간사를 맡았다. 헌법재판소장에 지명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실상 낙마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도 정영사 출신(3기)이었다.

이번 인선에서는 빠졌지만 잠재적 인재풀이라고 할 수 있는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유신 헌법을 기초했던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안 교수는 현재 인수위에서 고용복지분과 위원을 맡고 있다. 이른바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김기춘 전 장관은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인 '삼청회'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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