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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성시경씨와 팬여러분, 죄송합니다

[인수위 키워드 결산] 성시경 내각, 타조백, 박정희 스타일, 이명박근혜

등록|2013.02.22 15:59 수정|2013.02.22 18:45

▲ 22일 서울 삼청동 금융원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본관 건물에 걸려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비전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출범한 이후 오는 22일까지 48일간 활동하는 인수위가 새 시대의 비전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헌정사상 처음으로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구 시대의 문도 제대로 닫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에서는 '잘 살아보세', '제2의 새마을운동'과 같은 철 지난 박정희 시대 구호가 난무했다. 인사에서 공언했던 '대탕평'은 사라지고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은 후퇴 논란에 휩싸였고,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잡기는 박 당선인에게 큰 부담이 됐다.

<오마이뉴스>는 인수위 활동을 4개의 열쇠말로 정리했다. '성시경 내각', '타조백', '박정희 스타일', '이명박근혜'가 그것이다.

[성시경 내각] 박근혜 내각 인선에 성시경 팬들이 화난 이유는?

박근혜 정부 내각 발표에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한 사람은 누굴까? 바로 가수 성시경씨의 팬들이다.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새 정부의 인사를 두고 '성시경 내각'이라는 조어가 등장한 탓이다. 성균관대의 '성', 고시의 '시', 경기고의 '경'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이 말은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과 비교되며 입길에 올랐다.

기자는 당초 '경고 내각'이라는 조어를 밀었지만 퇴짜를 맞았다. 또한 성시경씨와 그 팬들의 반발을 고려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인사 명단이 든 봉투를 밀봉한 것에 빗댄 '밀봉' 인사와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가 사퇴 직전 기자들에게 산 '떡볶이'에서 유출한 '떡볶이 인사'를 떠올렸다. 하지만 '성시경 내각'의 위력을 넘지 못했다.

'위성미' 내각이 경쟁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프로골퍼의 이름을 딴 조어가 등장한 이유는 위스콘신대·성균관대·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성미 선수의 이름이 성시경씨에 비해 덜 알려진 탓에 이 또한 크게 회자되지 못했다.

새 정부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 30명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단연 성균관대가 눈에 띈다. 30명 중 7명이 이 학교를 나왔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성대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대 출신의 약진은 '성균관 스캔들'이라 할 만하다.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의 수장을 포함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무수석 내정자도 이 학교 출신이다.

고시 출신이 많은 것도 새 정부 인선의 특징이다. 절반이 넘는 17명이 고시에 합격에 관료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행정고시가 9명으로 가장 많다. 사법고시(5명), 외무고시(2명), 기술고시(1명) 순이다. 이들의 출신 고교는 경기고가 7명으로 제일 많다. 이어 서울고(5명), 부산고(3명) 순이었다.

[타조백] 후퇴 논란 복지공약, '타조백' 신세 못 면해

2월 초 난데없는 '타조백'이 포털사이트를 뒤덮었다. 박근혜 당선인의 가방이 100만 원대 '타조백'이라는 언론 보도 탓이다. 논란이 커지자,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토요일인 2일 오후 취재진에게 "국산 고가 브랜드 제품이 아니며,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해명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논란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타조백' 신세를 면치 않은 것은 또 있다. 바로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이다. 타조백 소동 4일 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 후퇴 논란이 일었다. 인수위 내에서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쪽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에서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공약이 후퇴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대선 전날 오전 새누리당이 낸 서면 보도자료를 꼽았다. 이 보도자료에는 "(박근혜) 후보는 간병비가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서면 보도자료가 나온 지 1시간 뒤 박 당선인은 대선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통해 "4대 중증질환의 의료비를 국가가 책임져서…"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선을 3일 앞두고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간병비 등 비급여 항목도 국가가 책임지느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해명의 근거가 부족해, 복지공약은 타조백과 함께 논란에 섰다.

[박정희 스타일] 박정희식 인사에, 철 지난 유신 시대 구호 난무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김용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2012년의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2013년에는 '박정희 스타일'이 그 자리를 꿰찰 공산이 크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는 '강한 청와대'를 통해 관료로 구성된 실무형 내각을 이끄는 '박정희 스타일'을 빼닮았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을 중용하기도 했다.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의 아버지 고 서종철씨는 박 전 대통령의 육사 1년 선배로 5·16 쿠데타에 참여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아버지인 고 류형진씨 역시 5·16 쿠데타의 주축이었다. 유신체제의 교육 지표가 담긴 국민교육헌장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헌장은 1994년 폐지됐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1974년부터 5년 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1976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있으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서울대 재학 당시 엘리트기숙사 정영사(正英舍) 출신이다. 정영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이름에서 따온 기숙사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좇는 이들도 내각에 중용됐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들어간 휴대전화 고리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1972년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신의 책에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철 지난 유신 시대의 구호가 난무하는 것도 '박정희 스타일'의 그림자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전날과 이튿날 "'잘 살아보세' 신화를 또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위원은 지난 14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두 번째 새마을운동"이라고 지칭했고,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19일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명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잡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박근혜 새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에 나선 이가 있다. 대선 때는 그 때문에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했고, 당선 이후에도 발목잡기는 여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잡힌 발목이 쉽게 풀리지 않아 보인다. 야당 얘기가 아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민생의 어려움은 대선 때 박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인수위 출범 3일 전, 이명박 대통령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이동흡 전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고, 새누리당조차 등을 돌렸다. 청와대는 박 당선인과 협의를 했다며 인사 실패의 책임을 박 당선인에게 떠넘겼다. 박 당선인 쪽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아야 했다.

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도 박 당선인에게 상처를 줬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당선인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고 1월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박 당선인은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지만, 이미 체면을 구긴 뒤였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발목잡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 22조 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설계·시공·관리·유지보수 전 부문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공은 박근혜 새 정부로 넘겨졌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업을 되돌리기에도, 그렇다고 어설픈 봉합을 하기에도 부담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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