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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은폐는 무죄' 법원 판결에 반발

시민단체 "사법부 시민 안전 외면"... 검찰 항소 검토

등록|2013.02.22 17:29 수정|2013.02.22 17:33

▲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고리1호기).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08년 1월에 10년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2년 2월부터 완전 정전사고와 비상발전기 가동 중단,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지며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정민규


의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정전사고를 은폐해 직위해제까지 된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 간부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한수원 간부들은 문 아무개 전 고리1호기 발전소장을 비롯한 5명으로 지난해 2월 발전소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2일 관련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논평을 내고 "사법부는 단순 법리 해석이 아닌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고려한 판단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무죄 선고는) 사법부가 시민의 안전과 생명문제를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걸려있었던 심각한 사고에 대해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린 사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앞서 부산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는 21일 전 고리1호기 발전소장 문씨 등을 비롯한 간부들에게 원자력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문씨 등은 지난해 2월 9일 오전에 발생한 정전사고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데다가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다음날 핵연료 다발 등을 인출한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보고 책임은 한수원이나 대표이사 등에게 있다고 보았다. 이들에 대한 처벌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문씨 등이 핵연료 다발을 인출하고 고장이 났던 비상발전기를 수리하지 않았던 점에는 유죄를 인정해 200만 원에서 300만 원 가량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에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은폐로 사고가 보고되지 못한 상황에 무죄 적용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도 논평에서 "(재판부가) 단지 보고의무의 유무를 따지는 단순한 법리해석으로 관련자들의 죄를 면책해 주는 어이없는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검찰도 이러한 여론을 받아들여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소 간부에 대한 책임 여부와 함께 국내 최장수 원전인 고리1호기에 대한 가동중지 여부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부산시민 97명을 대리해 2010년부터 한수원을 상대로 진행하던 가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그동안 법원은 부산지방변호사회의 신청을 1·2심에서 연달아 기각한 바 있어 대법원의 판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초 설계 수명 30년을 넘겨 2007년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었던 고리1호기는 현재 정부의 승인으로 10년간 더 연장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정전사고와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폐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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