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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터지는 김병관 후보자 의혹에 군 내부 '술렁'

이번엔 아파트 전세금 불법 증여 의혹... 아직 청문회 날도 못잡아

등록|2013.02.22 22:06 수정|2013.02.22 22:19

▲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22일 오전 서울 용산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방문해 복도를 걷고 있다. 그 뒤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관련된 의혹이 연일 꼬리를 무는 가운데 김 후보자가 장남 부부에게 아파트 전세금을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22일 "2010년 7월 김병관 후보자의 배우자인 배정희씨와 장남이 2002년부터 살고 있던 노량진 아파트 105동에서 107동으로 이사했다"면서 "107동 아파트는 장남 부부의 거주지로 사용됐으며 계약 당사자인 배씨는 실제로 거주하지 않았다, 배씨는 전입신고한 지 한 달 만에 아파트 세대주를 장남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 의원은 "배씨는 전세금 1억8000만 원을 장남에게 불법 증여하기 위해 107동 아파트의 전세권 설정에도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107동 아파트 등기부등본상 배씨가 아파트를 임대한 기간에는 전세권 설정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배우자의 명의로 계약한 집의 전세권 설정에 동의하지 않고, 이사한 지 한 달만에 세대주를 장남으로 바꾼 것은 아파트 전세금을 불법 증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 배씨가 노량진 아파트 전세계약을 해놓고, 전세금을 아들에게 넘기기 위해 일부러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

또 진 의원은 "장남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가양동 아파트 전세 시세가 노량진 아파트 전세 액수와 비슷해 불법 증여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남이 2012년 5월에 이사해 현재까지 살고 있는 가양동 아파트의 전세금은 1억7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진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김병관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의혹만으로도 김 후보자는 국방장관 직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쌓은 명예를 지키고 박근혜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도울 길은 용퇴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 한미연합사 방문에 김 후보자 대동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2일 김 후보자를 대동하고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를 두고 박 당선인이 야당의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있는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넘어야할 산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당장 민주당은 "몹시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 내정자는 증여세 탈루, 부대 위문금 개인 통장 관리 의혹, 무기중개업체 고문 논란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청문회 성사 자체가 불투명한 내정자"라며 "박 당선인이 김 내정자를 대동한 것은 단순한 힘 실어주기를 넘어서 그를 둘러싼 의혹과 문제제기를 무시하겠다는 독선과 아집의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국방장관으로 지명되자마자 증여세 미납 논란을 시작으로 10여 가지의 의혹에 휩싸였다.

그동안 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들은 ▲ 무기 수입중개업체 유비엠텍 비상근 고문 재직 ▲ 동양시멘트 사외이사 근무 ▲ 아파트 편법 증여 ▲ 임야 증여세 탈루 ▲ 수차례 위장전입 ▲ 2사단장 시절 부하 처벌 경감 조치 ▲ 건강보조식품 추천서 작성 ▲ 사이비 종교활동 논란 ▲ 배우자의 군납업체 주식 보유 등이다.

난감한 군 "이미 만신창이... 소임 다할 수 있을지..."

연일 김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군 관계자들도 난감해 하고 있다.

지난 20일 김관진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합동참모회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고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 회의를 재임 중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각 군 참모총장 등 참석자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었지만 급히 취소했다. 국방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회식을 하는 게 적당치 않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 장관은 김 후보자와 육군사관학교 동기로 과거 김 후보자가 비상근 고문으로 있던 무기중개상의 독일제 파워팩 수입 문제 때문에 처지가 난처하다. 김 후보자가 무기중개업체 고문 재직 기간인 지난 4월 독일제 엔진을 K2 전차에 장착하기로 의결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김 장관이기 때문이다.

조정환 육군참모총장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김 후보자는 2사단장 시절 부대위문금을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하고 부하 장교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받았다. 김 후보자는 부대 경비를 개인 통장에 넣어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통장을 당시 참모장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는데, 당시 참모장이 바로 조 총장이다.

김 후보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면 조 총장을 증인으로 불러내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의 최고 수장인 조 총장이 국회 증언대에 서서 과거 상관이었던 김 후보자에 대해 진술하는 모양새는 어떤 경우라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 군 내부의 분위기다.

국방부의 한 영관급 장교는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이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청문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만신창이가 된 김 후보자가 국방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선부대의 한 장교도 "군은 사기와 명예를 먹고 사는 집단"이라며 "국방장관 후보자가 이런 의혹들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군으로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아직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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