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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은 왜 사랑하는 MBC를 떠났나

MBC 떠난 프리랜서 오상진의 오늘과 내일

등록|2013.02.23 09:55 수정|2013.02.23 09:55

▲ MBC에 사표를 제출한 아나운서 오상진 ⓒ MBC


MBC 간판 아나운서 오상진이 정든 MBC를 떠난다. 그는 지난 22일 MBC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절정의 인기를 누릴 때도 MBC를 지켰던 그였다. 그는 왜 그토록 '사랑하는 MBC'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아울러, '프리랜서 오상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오상진과 MBC의 결별 배경은?

오상진의 프리선언에는 2012년 MBC 노조 파업 이후 별다른 이유 없이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오상진으로서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정 언론 사수를 위해 장장 6개월 동안 이어진 파업의 후유증이 2013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MBC 24기 공채 아나운서인 오상진은 <생방송 화제집중> <섹션TV 연예통신> <찾아라 맛있는 TV> <경제야 놀자> <네버 엔딩 스토리> <불만제로> <환상의 짝꿍> <댄싱 위드 더 스타> 등 다양한 교양·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며 MBC 간판 아나운서로 성장했다.

수려한 외모와 재치 있는 입담, 세련된 방송 센스를 무기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김용만, 김제동, 김구라, 박경림, 정선희, 최은경, 현영 등과 호흡을 맞췄고 2006년 MBC 방송연예대상 쇼버라이어티부문 남자 신인상을 비롯해 2007 방송연예대상 아나운서상, 2009 연기대상 아나운서상, 2011년 연예대상 시사교양 부문 특별상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2012년 MBC 노조 파업에 참여한 '원죄'로 작년 7월부터 진행을 맡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퇴출됐고, 이후에도 캐스팅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방송 복귀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012년 8월 20일에는 김철진 당시 교양제작국장이 파업 기간 중단됐던 <불만제로>의 방송 재개를 기획하며 "기존 MC인 오상진·문지애·허일후는 배제하는 것이 윗선의 방침"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대선에서 야당이 패배하고, 경찰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된 김재철 사장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밝히는 등 시국이 좋지 않게 흘러가면서 오상진의 방송 복귀는 더욱 요원해졌다. 게다가 평소 존경을 표하던 최일구 아나운서가 사표를 내고, 이상호 기자가 해고되는 등 일련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오상진 또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사랑하던' MBC에 사표를 내고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방송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로선 아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오상진은 "개인적으로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것이다. 그저 저만 바라보고 선택한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휴식기를 취하면서 몇몇 연예 기획사와 접촉할 것으로 보이는 그는 늦지 않은 시간 내에 방송에 복귀하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활동 중단 1년 만에 '프리랜서 오상진'으로 새롭게 대중 앞에 서게 되는 셈이다.

'프리랜서 오상진'은 성공할 수 있을까

▲ 향후 프리랜서 활동이 기대되는 아나운서 오상진 ⓒ MBC


그렇다면 프리랜서로 돌아올 오상진은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수 있을까.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소속사를 잘 만난다는 조건 하에 그의 방송 복귀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릴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MC 기근 현상에 허덕이고 있는 예능계는 오상진을 반길 확률이 높다.

오상진의 강점은 준수한 외모와 젠틀한 매너, 정갈한 방송태도다. 시사교양뿐만 아니라 예능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장르의 프로그램에도 융화되는 자연스러움 역시 돋보인다. 이는 시청자에게 호감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뢰를 주기에도 충분한 조건이다. 이만하면 방송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은 일단 갖춘 셈이다.

지난 6년간 MBC의 간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내로라하는 MC들과 호흡한 경험도 높이 살 만하다. 프로그램에서 게스트, 고정패널, 원톱 MC 등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건 그만큼 방송에 재능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차세대 MC로 뽑히는 인물 중 오상진만큼 검증된 방송인도 드물다. 차후 그가 보여 줄 방송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아나운서 출신인 만큼 MC로서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김성주, 전현무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리랜서 방송인을 살펴보면 저마다 잘하는 영역이 나눠져 있고 진행스타일도 뚜렷하다. 오상진 역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빨리 캐릭터를 잡고 트렌드를 좇아가야 '프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복귀 프로그램의 성격도 문제다. <불만제로>처럼 시사와 예능의 경계에 서 있는 프로그램이 좋을지, 아니면 <경제야 놀자>처럼 확실한 예능 프로그램이 좋을지는 심사숙고해 볼 만한 문제다. 차후의 활동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첫 선택'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어떤 포지션으로 복귀하느냐에 따라서 오상진의 복귀 성적표는 확연히 갈라질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오상진은 친정인 MBC를 떠나 대중에게 다시 한번 평가를 구하게 됐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하게 된 프리랜서 생활이지만 방송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하기를, 그리고 방송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모든 프로그램에 임하기를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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