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험 감독관은 아무나 하나

등록|2013.02.24 20:47 수정|2013.02.24 20:47
2월은 바쁜 달이다. 다른 달에 비해 워낙 일수가 적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겐 상반기 입사지원을 하기 위한 마지막 시험기회이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퍽 많다. 지난 16일에 한국어능력시험이 있었다.

이날 시험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번 시험은 잘 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는지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9시 30분까지 입실이 완료되고, 각 교실마다 감독관이 들어왔다. 필자가 있던 교실에 들어온 감독관은 말수가 적었다.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해서 그런가 싶어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곧 감독관의 그런 태도는 문제가 되었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감독관은 휴대전화에 이름을 써 붙일 작은 종이를 나눠준다. 필자가 있던 교실의 감독관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그 종이를 수험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종이의 용도를 몰랐던 필자는 그 종이를 한쪽에 치워두고 예상문제 정리본을 읽고 있었다.

감독관이 휴대전화를 걷기 위해 교실을 돌아다닐 즈음에야 그 종이의 사용법을 알게 된 필자는 당황하여 허둥지둥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종이를 붙였다. 왜 사전에 종이의 용도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감독관이 수험생 주의사항조차 설명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은 시작되었다.

시험 내내 감독관의 태도는 수험생인 필자를 불편하게 했다. 옆 사람과의 간격이 퍽 넓지도 않은 교실이었다. 혹시라도 본인의 시험지가 다른 사람의 눈길에 닿아 답을 보여줬다는 오해를 살까 고개를 들어 감독관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감독관의 시선은 수험생들이 아닌 교탁에 고정되어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교탁 위 자신의 휴대전화에 붙박이처럼 놓여있었다. 감독관이 혹시라도 시험지를 보여줬다 오해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필자의 오해였다. 감독관은 휴대전화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는 중이었고, 때문에 수험생들이 고개를 빼 서로의 답안을 확인한다 할지라도 알 리가 없었다.

시험의 감독관은 현행 공무원 혹은 관련 직원들이 한다. 일당이 주어지는 '일'이니만큼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춰서 감독을 해줬으면 좋겠다. 시험의 공정성은 감독관이 얼마나 철저하게 감독하느냐에 달려있다. 감독관이 귀찮다고 혹은 피곤하다고 감독에 소홀하면 그만큼 수험생들에겐 부담이 된다. 시험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시간에 부실한 감독까지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24일 토익 시험장24일 시험을 몇 분 앞둔 토익 시험장의 모습 ⓒ 정미란


모든 감독관이 허술하게 감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달 24일 토익시험이 있었다. 이날 필자의 교실에 들어온 감독관은 수험생 유의사항을 빠짐없이 전달했다. 휴대전화를 걷은 후 내지 않은 사람 수를 일일이 헤아려 가져오지 않았는지도 확인했다. 시험 내내 수험생들을 살폈고 본인의 휴대전화를 꺼내는 일도 없었다. 철저한 감독관 덕분에 혹시나 있을 사고를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감독관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일반인이 신청만하면 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자격을 필요로 한다. 기왕이면 그 자격은 책임감을 기본으로 하면 좋겠다. 현행 공무원이든 자격시험의 관계자든 감독관은 감독관이 갖춰야 할 기본을 잊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수험자는 돈 주고 본 시험 감독관 때문에 억울하단 소리 안 하고, 또 감독관은 감독부실 논란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