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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 취임식 선물을 보냅니다

몇 권의 책을 권하며, 꼭 성공한 대통령 돼 시민들 환영 속에 퇴임하시길

등록|2013.02.25 17:43 수정|2013.02.26 22:09
박근혜 대통령님.

축하합니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취임하셨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지난 1979년 11월21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로 말미암아 청와대를 떠난 지 33년 3개월 만에 대통령으로 다시 청와대에 돌아온 느낌은 그 어느 누구도 느끼지 못할 감회일 것입니다.

저는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 충격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박 대통령님이 5년 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욕 먹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시민들 환영 속에 퇴임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는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박 대통령님도 "나는 다른 대통령과는 달리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겠지요.

2013년판 '국민교육헌장'...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시민 준법교육'

▲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을 선포하는 박정희 국가기록원동영상 갈무리 ⓒ 국가기록원


그럼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과 언론 그리고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것입니다. 저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면서 책 몇 권을 소개하겠습니다. 책 한두 권으로 대한민국 5년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무리겠지만 책 가르침을 새겨 정책에 반영하면 최소한 실패한 대통령은 안 될 것입니다.

지난 21일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박근혜 정부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89번째 '법과질서 존중하는 문화구현' 부문은 제 귀와 눈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핵심은 '민주시민의식과 준법의식 함양'입니다. 구체적 방안으로 ▲ 헌법교육 등 법교육 강화 ▲ 체험형 법교육 테마파크 조성 ▲ 법체험 포털 활성화 따위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법질서확립 운동 및 공익캠페인을 전개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한 마디로 국민을 '교화'와 '훈육'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국민은 훈육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에선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12월 5일 반포한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얼마나 외웠는지 모릅니다. 암기 실력이 달려 선생님께 얻어 맞기도 참 많이 맞았습니다. 국민교육헌장은 민주공화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2013년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 국민교육헌장 부활을 시도하다니 있을 수 없습니다.

법치는 시민보다 박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부터...

▲ 정치와 법치 ⓒ 책세상

정태욱 인하대 교수는 <정치와 법치>에서 정치권력이 법치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하면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정태욱 교수가 우려한 일이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그리고 이명박 정권하에서 현실이 된 것을 우리 국민들은 경험했습니다. 이들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법과 질서를 강조했습니다.

"법치가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망각한 맹목적인 법치주의 주장은 결국 그 토대인 정치를 좌절하게 한다. 단지 우매한 것에 그치는 것일까? 오히려 나는 그러한 법치의 주장은 곧 교활한 정치공세라고 본다. 그 진의는 정치적 목적에 있으면서, 단지 법치의 이름만을 내세우는 것이다."(본문에서)

잊지 마십시오. 국민은 훈육과 교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정말 준법정신이 필요한 사람은 박 대통령이 내정한 '의혹덩어리'인 각료들입니다. 이들이야말로 헌법과 법률을 다시 배워야 할 자들입니다. 법치의 주장에 실린 위선적 언어와 정치적 오염을 씻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는 성공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논쟁과 논란을 통한 합의입니다

대통령은 박근혜, 장관은 이명박 정권 각료. 무언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님은 당분간 국무회의를 이명박 정부 각료들과 해야 합니다. 역사상 처음있는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님은 취임도 하기 전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임명한 이동흡 전 헌재소장 후보자도 낙마했습니다. 박 대통령님 인사가 '밀봉인사'라는 것 잘 알 것입니다. 대변인 조차 누가 임명된지 몰랐습니다.

'불통'이지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불통'이었는데 박 대통령님도 불통입니다. 박 대통령은 유난히 국민대통합을 강조합니다. '100%'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에선 대통합과 100%가 없습니다. 이는 전제국가와 독재국가에서만 가능합니다. 대통령이 "나를 따르라" 한마디하면 여당만 아니라 야당 심지어 시민들까지 일사분란하게 따라와야 할까요? 하지만 민주주의는 '혼란'입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치열한 논쟁이 필요합니다.

▲ 조선의 논객들 대한민국을 말하다 ⓒ 왕의서재

<조선의 논객들 대한민국을 말하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조선, 아니 조선을 무너뜨리고 또 다른 나라를 세우고자 했던 '변절자'로 찍혀버린 신죽주, 사림 거두로 개혁의 상징인 정암 조광조, 허난설헌과 허균, 서얼출신 실학자 박제가, 진주농민항쟁 주모자 유계춘, 연암 박지원, 기축옥사 때 희생당한 '공화주의자' 정여립, 서민 구제에 앞장선 토정 이지함, 중인 출신의 개화파 선구자 오경석을 현대 사회로 불러낸 책입니다.

이들 열한명은 모여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는 열띤 토론과 치열한 논쟁을 합니다. 이들 중 공화주의자 정여립이 생각납니다. 정여립은 "언론이 바로 서지 못 하면 억울하게 죽어갈 이들이 늘어날 것라"면서 "언론이란, 역사를 기록한 중요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즉 언론을 막지 말라는 말입니다.

박 대통령님과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한다고 해고시켜버리는 이명박 정권을 따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 망합니다. 조선말기 환곡(還穀), 포흠(逋欠) 따위 각종 폐단을 지적하며, 1862년 진주농민항쟁을 일으킨 유계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지막 당부는 투표를 하지 않고 욕하지 말란 것이오. 자신이 살아갈 세상에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잘못된 것만을 책하는 것은 바로 '누워 침 뱉기'라는 것을 알아야 하오. 뽑을 사람이 없어 뽑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뽑힌 자들이 나라를 재단하오. 그 재단하는 데 있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단 말이오. 그들의 행보는 우리의 삶과 직결돼 있음을 잊지 마시오. 그들이 세상을 망쳤다 탓하지 마오. 그런 자들을 뽑은 자신을 탓하시오."

유권자와 시민에게 한 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누워서 침뱉지 않도록 박 대통령님이 제대로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갈 때 저항하면 이를 막지 마십시오. 그럼 망합니다.

박 대통령님, 학교를 살리는 길... 여기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교육 정책을 보니 '학교교육 정상화'입니다. 그 중 하나가 중학교 '자유학기제'입니다. 중학교 한 학기 동안 필기시험 없이 토론과 실습, 체험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생명'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일류대학-수도권대학-지방대학-고등학교로 차별된 학벌사회는 사람답게 사는 것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내버려두어야 합니까? 아닙니다.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길이 있습니다.

경남 밀양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계삼 선생님이 쓴 <변방의 사색>이란 책입니다. '변방'이란 말부터 '주류'와 '일류'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이계삼 선생님은 우리 시대 아이들은 생각 없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무기력 권태 뒤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대하고 복잡하고 짜증나는 세계가'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 변방의 사색 ⓒ 꾸리에북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놀랍습니다. '인문학'과 '농업'을 통해 그 답을 찾습니다. 인문학과 농업은 '우리 시대에 전혀 도움 안 된다'고 여겨지며 찬밥 신세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계삼 선생님은 말합니다.

"나는 12세기 가톨릭 세계의 갱신을 꿈꾸었던 베네딕트 성인의 모토였던 '기도'와 '노동'이라는 말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것은 종교적 언술이지만, 이것을 오늘날의 교육적 맥락으로 번역하면 '인문학'과 '농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148쪽)

우리 시대 교육계가 진단하는 것과 너무 다릅니다. 다. 우리 시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이유도, '대학입시'를 위해서입니다. 거기에 무슨 생명이 있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인문학은 곧 생각하는 힘입니다. 생각하는 힘은 주체적인 사람으로 키웁니다. 전제사회, 기득권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인문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우리 아이들에게 길러줌으로써 교육 불가능 현상의 해소는 시작됩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거창한 옛말까지는 가지 않을지라도, FTA에서 확인했듯이 농업을 공산품을 위한 들러리쯤으로 여깁니다. 이계삼 선생님 대안이 틀리지 않았음은 농사를 지어보면 압니다. 농사를 처음 짓는 사람도 씨앗을 뿌리며 생명이 움트는 것을 경험합니다. 흙은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탁월한 농부라도 콘크리트에서는 생명을 싹 틔울 수 없습니다. 인문학과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우리 모두가 사는 길입니다.

북한 핵실험, 제재가 답이 아니라 대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1, 2차 핵실험과는 그 결이 다릅니다.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 성공과 더불어 미국 본토가 직접 사정권에 들어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북한만이 아니라 지구상 그 어떤 나라의 핵실험도 반대합니다. 그 참혹함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제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수준을 넘어 확산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은 연일 강경대응을 외치고 박 대통령 역시 강력한 대응을 제시했습니다. 그럼 강경 대응과 제재가 정답일까요? 물론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제재는 전쟁"이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헛말로 치부할 수 있지만 전쟁은 치밀한 작전과 전략보다는 아주 작은 실수가 부싯돌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피스메이커 ⓒ 중앙북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산파 역할을 수행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역을 거쳐 현재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쓴 <피스메이커>에서 작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회고록은 남북 화해협력의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데 있어서 국내외의 저항과 반발을 극복하기 위하여 얼마나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어야 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과 국내외의 냉전적 수구보수세력의 저항과 방해책동에 단호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과 고농축우라늄계획 의혹 등과 같은 미국 네오콘의 정보과장, 왜곡에 휘둘리지 않고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도 상세히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 관해 20년 동안 현장에서 지켜본 임동원 전 장관의 상세한 기록이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을 뛰어넘어 통일을 위한 바이블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 출판사 책소개

2000년 첫 정상회담 이후도 남북 관계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02년 6월 29일 일어난 '서해교전(연평해전)',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실재 여부를 두고 일어난 '제2차 북핵위기'는 미국 조지 부시 미국 정권과 맞물리면서 한반도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정부는 끝까지 평화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의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중요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핫라인' 개설을 위한 대화를 소개했는데 <피스 메이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기회에 두 정상 간 비상연락망(핫라인)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김대중 대통령)
"그거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렇게 합시다."(김정일 위원장)
이렇게 만들어진 양 정상 간 비상연락망은 '국민의 정부' 마지막 날까지 계속 유지하면서 남북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핫라인의 개설이야말로 정상회담 최대의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112쪽)

임 전 국정원장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핫라인 개설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한 것은 현실에서 드러났습니다. 2000년 8월 남쪽 언론사 사장단 방북을 비롯해 9월 김용순 비서의 남쪽 방문, 2002년 6월 서해교전, 10월의 2차 핵위기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 추진, 2002년 4월과 2003년 1월 임동원 특사 방북 등 주요 현안은 모두 이 핫라인을 거쳤습니다. 이명박 정권들어 모든 남북관계는 파탄났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남북정상 간 핫라인을 부활시켜보십시오. 그리고 김정은 제1비서와 전화정상회담을 가져보십시오.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하지 마시고.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가장 저렴한 비용이지만 가장 값비싼 평화가 한반도에 찾아올 것입니다.

박 대통령님 오늘은 네 권만 소개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책 몇 권이 더 있습니다. 시간이 나시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국정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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