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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이 마지막 기회, 민주당의 앞날은?

[주장] 안보와 쇄신 통한 변화로 국민 신뢰 회복해야

등록|2013.02.26 15:50 수정|2013.02.26 15:50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원로 인사가 뼈있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것은 벼랑 끝에 몰려 더 이상 설 곳 없는 대한민국 진보를 향한 혼이 담긴 외침이었다. 실제 지난 대선 이후 민주통합당과 진보 위기론은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됐다.

이대로라면 5월 4일로 확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당의 앞날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당대회에서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존폐의 위기로 이어질 만큼 미래는 어둡다. 그 정도로 민주당에게 여유란 없다.

민주당, 큰 변화 이뤄지지 않는다면 존폐 위기

▲ 민주통합당이 1일 오전 충남 보령 한화리조트에서 당무위원회 회의를 했다. 민주당은 보령에서 1박2일간 워크숍을 열어 대선 패배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위원, 박기춘 원내대표, 문 위원장, 설훈 위원. ⓒ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민주당은 지금이 최대 위기이자 마지막 기회일까. 정답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쥐고 있다. 이번 대선은 만약 야당이 승리를 거뒀어도 반쪽 승리였다. 제 1야당이라는 자부심은 어디로 가고 갑작스럽게 떠오른 안 전 교수에게 매달리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내어줄 판국인데도 당 안에서는 파벌에 따른 갈등만 더욱 커졌다. 야권 통합을 외치며 통합진보당을 끝까지 껴안으려 했지만 그것은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통합을 계속해 외칠수록 민주당의 색을 잃었고 종북이란 탈을 쓴 한 패거리로 낙인찍혀갔다. 냉철한 판단과 전략으로 철저히 대선을 준비하기 보다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떠올리며 문재인 전 대선후보와 안 전 교수는 막판까지 이상동몽(異床同夢) 하고 있었다.

결국 안 전 교수가 자진사퇴 후 미국행을 택했지만 그 영향력으로 봤을 때 다시 돌아와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한다면 매일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안철수 전 교수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직접적인 정치가 아닌 정책연구 활동만으로도 민주당에는 위협적이다. 이미 젊은 층 지지자들은 상당히 안 전 교수 쪽으로 넘어갔고 자칫하면 남은 지역의 지지기반 마저 무너질 수 있으니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상황이 이러한데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과 진보세력들은 문 전 후보가 얻은 48%의 지지를 야당의 큰 공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 48%의 표 상당수는 지난 정부를 질타하고 새로운 한국 정치를 원하는 의미였으며 그 중심에는 안 전 교수가 서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믿고 또 믿어 준 지역기반의 표가 컸다.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하자 기존 주류들은 마치 문 전 후보를 포함한 친노세력의 잘못인 것 마냥 공격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안 전 교수까지 끼워넣었다. 실제 사람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꽤 오랫동안 시간을 거치며 당의 지지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는데도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변화를 꾀하기 보다 구식 정치 그대로 회초리투어를 시작하고 엎드려 사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화-노무현의 기적'만 떠올려선 안돼

이렇게 민주당이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물도 고이면 썩기 마련인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민주당은 아직도 1970~80년대 민주화와 2000년대 노 전 대통령 당선의 기적만 떠올린다. 원로 인사의 말처럼 NL-PD 따지느라 정작 중요한 변화는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과거의 향수에 빠져있는 동안 새누리당은 보수들도 놀랄 만한 변화들을 시도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과 손수조 현 미래세대위원장 카드였다. 보수당이 당의 이름과 색을 바꾸고 젊은 정치인을 앞세우리라 누가 생각했었는가. 하지만 최대의 위기에서 나온 변화의 시작은 박근혜 정부 출범까지 연결됐다.

이 가운데 정작 변화해야 할 민주당은 진보라는 이름만 내걸고 각자 자신의 몸 사리기에 바빴다. 국민의 편에 선 정치는 말 뿐이고 현실은 적당한 여당과의 타협만이 있었다. 소위 당의 간판이라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선거철만 되면 얼굴 비추기 바빴고 패배하면 지도부만 물갈이 된 채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정작 국민을 위한 국회는 없었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서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라 특권층을 위한 국회가 되는 데 동참했다. 민주당이 내리막을 타는 것은 서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과 정확히 비례한다. 권력에 타협한 기존 뉴스 대신 다른 매체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처럼 잘못된 권력을 비판하는 중심에 서야 할 민주당의 자리에는 어느새 나꼼수가 있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정치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그 변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지식수준 또한 상당히 높아졌다. 이제는 등 뒤에서 실시간으로 언론과 국민이 정치권을 감시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처럼 특권을 위한 불합리한 정책을 낸다거나 여당과 정부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는 등 야당의 제 기능을 못하면 순식간에 그 정보는 공유된다.

데이터가 남기 때문에 과거처럼 잘못을 지울 수도 없다. 그것들이 쌓이면 지금의 위기가 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원래 그랬으니 그렇다 쳐도 민주당은 그럼 뭐하고 있느냐"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더 빠르게 변화하여 행동하고 깨끗하게 국민 편에 서서 일하지 않으면 나꼼수보다 못한 야당이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민주당이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 '안보와 쇄신'

아직 민주당에게는 기회가 남아있다. 이것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영화 <레미제라블>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정치권의 대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열망을 민주당이 기회 삼아 채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전제조건은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정신이다. 이것은 어쩌면 안철수 전 교수에게 먼저 필요했다. 만약 안 전 교수가 대선 막판이 아닌 지난해 여름이 오기 전 5년의 시간을 국민과 함께 희생한다는 정신으로 미리 사퇴를 하고 잘못된 정책과 국가행정을 지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면 민주당은 이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미지근한 결단은 많은 지지자들과 평론가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민주당에게는 기회가 생겼다. 안 전 교수가 돌아와 다른 살림을 펴도 이번에 제대로 된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진짜 야권의 힘을 모으는 경쟁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전당대회에서 새 인물로 지금과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한다.

▲ 변화의 시작이 될 계류 중인 국회의원 연금법 ⓒ 국회-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일단 기본으로 국회의원의 특권을 모두 벗어 버려야 한다. 국회의 불신이 가득한 상태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관행' 정치의 대표적인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필수다. 이를 구체화시키고 당이 하나 되어 계속해 법 개정을 하려함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미 오랫동안 수많은 논란이 됐고 국민들의 분노가 가득한 국회의원 연금법(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폐지, 국회의원 겸직금지, 세비축소 등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특권을 모두 내려놓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직대통령에대한예우' 법률도 손을 대야 한다. 오점이 많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과다한 경호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로 범죄를 저지른 기존의 부당한 정치권력에 맞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권을 벗어던지면 자연스럽게 민생을 생각하고 집중하게 된다. 기본자세도 안 돼 있으면서 먹고살기 나아지게 해주겠다는 똑같은 이야기를 해봐야 지금 상황에서 신뢰는 얻을 수 없다.

또 하나 쇄신과 함께 민주당이 살 길은 안보에 대한 확고한 자세다. 여당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도 정작 표는 여당을 찍는 가장 큰 이유는 안보에 대해 적어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왜 보수는 애국보수이고 진보는 애국진보가 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됐는지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 종북의 탈을 쓴 민주당은 절대로 살아날 수 없다는 것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과거 밀었던 햇볕정책이 밑바탕이 되어 지금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이미 물건너간 상황임을 냉철히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연일 핵실험을 하고 적화통일을 외치는데도 확고한 안보관을 표명하지 않으면 국민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더 이상 햇볕정책은 선대의 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안보관을 확고히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계속해 햇볕정책을 고집하고 국민 누구나가 생각하는 안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신뢰회복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안보관을 보여주는 것도 말이 아닌 행동이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당 의원들의 자필 서약서까지 보여주는 노력이 있어야 그동안 안보 때문에 등을 돌린 수많은 지지자들을 다시 끌어 모을 수 있다.

민주당에겐 정말로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에도 말 뿐인 개혁이라면 새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들은 20대 총선에서 다른 야당에 표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안 전 교수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정치의 한쪽이 무너져 버린 지금, 민주당이 제 기능을 회복하여 정부 및 여당과 함께 한 단계 더 올라서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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