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한다고 쓰레기 양이 주나요?"
[청소년이 바라본 일본의 환경현장] 환경연수 셋째 날 만난 미야코에콜로지센터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환경창안대회에서 선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월 7일∼12일 '청소년일본환경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오사카와 교토 등에서 대기, 하천, 자연에너지,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연수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청소년이 바라본 일본의 환경현장>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5박6일간의 환경연수로 일본의 환경, 그리고 우리의 환경과 미래에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이 자랑하는 교토시 미야코에콜로지센터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미야코에콜로지센터, 일본이 자랑하는 환경교육센터를 만나다
▲ 미야코에콜로지센터센터 앞 표지판 ⓒ 대전충남녹색연합
연수 셋째날 아침, 연수단원들이 오사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교토시를 찾았다. 오사카와 더불어 일본 간사이지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중심도시 교토로 JR선을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교토역이 연수단원을 맞았다.
교토시는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로 유명하다. 환경연수단인 우리 연수단원이 이 도시를 찾은 이유도 이 때문. 미국 등 강대국들의 탈퇴로 인해 사실상 그 의미가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기후변화를 위한 인류전반의 노력이라는 강한 상징성으로 사회교과서 환경파트에는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조약이다. 이 조약이 바로 이곳,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 3차 당사국총회(the Conference of the Parties to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Ⅲ, 이하 COP3)에서 채택되었다. 이날 기자를 비롯한 연수단원들이 방문하려는 미야코에콜로지센터는 바로 이 COP3를 기념하여 건립된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대전청소년환경대상 대회 참여에서 '로컬푸드 환경교육센터' 설립에 관한 정책제안으로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터, 여행일정 안내를 받았을 때부터 이 환경교육센터에 관심이 갔다. 과연 일본이 자랑하는 환경교육센터는 어떤 곳일까 하는 기대에 들떠 미야코에콜로지센터와 첫 만남을 가졌다.
센터는 그 첫인상부터 강했다. 미야코에콜로지센터는 듣던 대로 주차장이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한국이었으면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종종 우스갯소리 하는 말이 "잘 되는 식당은 첫째가 맛, 둘째가 주차환경"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가용을 통한 접근성을 관광지, 견학지에 중요한 조건으로 생각하고, 또 기관들은 내세운다. 그런데 이곳은 정말로 '환경교육센터'답게 주차장을 없앴다. 놀라는 마음으로 건물에 들어섰다.
참여하고, 체험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살아있는 환경교육
▲ 지구온난화 교육같은 내용도 재미있는 수업의 학습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건물 내부 강의실에 들어서자 교육담당자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월한 키와 재치 넘치는 말솜씨로 연수단원의 집중을 확 이끌어낸 그는 우리에게 특유의 말솜씨로 지구온난화와 COP3, 미야코에콜로지센터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문과지만 1학년 때 지구과학을 이수한 기자는 수업시간보다 더 재밌게 복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강의가 끝나자 옥상으로 이동했다. 과연 건물 전체가 하나의 전시물이라는 평가가 과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는 수도 없이 봤던 태양전지판을 실제 만져보고, 돌려보며 각도에 따른 태양열을 실제 측정해볼 수도 있었다. 옥상의 빗물탱크로 모은 물은 옥상채소를 기르는 농업용수로 그 자리에서 쓰였다. 옥상에서 재배되는 채소들, 그리고 그 텃밭은 여름에는 태양열 흡수, 겨울에는 단열 효과가 있다.
▲ 미애코에콜로지센터 옥상 태양전지판옆에는 전압계와 전류계가 설치되어 있다. 자유자재로 회전 가능한 태양 전지판은 그림자로 가려도, 각도를 바꿔도 옆에 전류량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옥상에서 내려와 건물 2층 중앙으로 이동하자 웬 싱크대가 나타났다. 교육담당자가 잡다한 사설을 늘어놓으며 싱크대에서 손을 천천히 씻는다. 씻은 물을 수조에 받아봤더니 한바구니다. 우리 연수단원 중 한 명에게 나보다 물을 적게 쓰고 손을 씻어볼 수 있겠냐며 손씻기를 권유한다. 우리 연수단원이 배운대로 비누칠 할 때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절약해서 손을 씻는다. 손씻기가 끝나자 교육담당자가 기다렸다는 듯 수조 두 개를 마주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자 보세요, 여러분들이 조금만 신경써도 물을 이만큼이나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얼마 안되보인다구요? 생각해 보세요. 하루에 손을 세 번 씻으면 이 물의 세배만큼이 하루에 낭비됩니다. 이것이 일상에서의 물 절약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손씻기 교육씻기를 마친 이후의 수조를 비교해보자 교육 담당자와 연수단원이 손을 씻은 물의 양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싱크대 앞에 위치한 테이블로 위치하자, 장난감 자동차가 보였다. 뒤에는 바람개비가 달려 있다. 교육담당자가 우리 연수단원들보고 부채질을 해 보라고 했다. 연수단원들이 얼굴이 새빨개져가며 자동차에 붙은 바람개비에 연신 부채질을 한 지 60초. 담당자가 자동차의 스위치를 누르자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절로 움직이기는 하는데 영 비실비실 하다. 간신히 성인 남자 양팔 너비 정도 되는 테이블을 왕복하고 멈췄다.
"자, 여러분들이 부채질한 힘을 바람개비를 통해 전기로 바꿔보았습니다. 그 전기를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여보았습니다. 어때요. 얼마 못 가죠?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여러분들이 평소에 무심코 낭비하는 전기의 양은 이것보다 훨씬 많죠. 에너지는 이만큼 소중한 겁니다."
기자에게는 머리를 때리는 강력한 충격이었다. 보통의 전시관은 유리로 덮인 전시대 안에 들어있는 전시품, 그리고 옆에 붙은 손바닥만한 설명문. 혹은 벽면에 붙은 글씨 빽빽한 보드판이 전부이다. 그런데 여긴 아니었다. 직접 다니며 설명을 듣고, 해보고 나서 깨닫는다. 분명 알던 사실인 것 같았는데, 해보기 전후의 느낌이 다르다. 정말 살아있는 환경교육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것이 지금의 답답한 한국의 환경교육의 새 길이었다.
교육은 사소한 생각을 바꾸고, 바뀐 생각은 세상을 바꾼다
▲ 풍력발전 모의 실험수단원들이 팔이 떨어질 듯 부채질을 해댔지만, 생산된 에너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혁신적인 미야코에콜로지센터의 교육방식과 건물 자체의 설비에 거듭 감탄을 아끼지 않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우리 연수단원들이 쓰레기 배출에 관한 설명을 들을 때였다. 분리수거를 설명하던 교육담당자가 우리에게 말했다.
"초등학생들이 견학을 오면 제가 분리수거 활동을 시켜요. 여러 종류의 일회용품을 늘어놓고 분리수거를 시키는 거죠. 아이들은 열심히 분리를 마친 후 저한테 자랑스럽게 다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제가 되물어요. 그러면 이렇게 열심히 분리수거를 했으니 쓰레기의 양이 준 거냐고 말이죠. 아이들은 잠시 갸우뚱하다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분, 분리수거를 한다고 쓰레기의 양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분리수거를 잘 하기 전에 일상에서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합니다."
아마 기자더러 일본 연수과정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을 고르라고 아마 이 순간이었을 것이다. 정말 제대로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분리수거 제대로 못하는 학교 쓰레기통 보며 혀를 차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나는 분리수거를 잘 한다는 변명 아래에 쓰레기 배출을 정당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교육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바뀌는 작은 생각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이런 센터 하나 안 만들어주시나요?
고등학생으로 환경대상에 낸 정책제안이 어쨌든 이와 매우 유사한 환경교육센터 설립에 관한 내용이었다. 최근 대전발전연구원과 대전시의 전문가들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검토한 뒤, 실제 시행계획과 소요예산을 가산출한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계획에 대한 대전발전연구원의 보고서에 불과하다. 실제 이러한 형태의 환경교육센터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계획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미야코에콜로지센터를 보고 온 한국 고등학생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조속히(!) 이런 환경교육센터 하나 지어야겠다는 게 나의 강한 견해다.
환경, 환경 말로만 떠들 것도, 교과서에만 빼곡히 써 놓을 일이 아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환경교육 잘 안 되고 있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어요. 뉴스 보면 환경오염 자주 나오던데요? 배운 건 많은데 실제로는 많이 더러운 것 같아요."
정말 가까운 나라에 답이 있는데, 이렇게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기자가 교육담당자의 말에서 느낀 것처럼. 교육의 시작이 어쩌면 우리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 해결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 우리 사회는 간과하고 있었고, 저들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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