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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믿어봐!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를 뭘로 보고"

[인터뷰②] 영화 '신세계' 최민식, "줏대와 감각 동시에 갖춘 영화인 나와야"

등록|2013.03.01 16:31 수정|2013.03.01 16:31

▲ 영화<신세계>에서 강과장 역의 배우 최민식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세 사나이들이 보여 주는 연기의 합은 느와르라는 장르 이전에 영화 <신세계>가 갖고 있는 본질적 매력이다.

최민식·이정재·황정민은 각각 다른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도 충분한 배우들이다. 그런데 시나리오에 반했던 황정민이 먼저 출연을 정했고,  다른 작품을 알아보던 이정재를 최민식이 설득했다. 서로의 출연은 좋은 자극이 됐고, 특히 최민식은 현재의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했다. 감독과 스태프가 그렸던 판이 무사히 벌려졌다는 것이었다.

최민식의 출연을 두고 더 깊은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최민식은 이미 박훈정 감독과 인연이 있었다. 박훈정 감독이 쓴 시나리오 <아열대의 밤>(<악마를 보았다>의 원작) 그리고 <부당거래>를 읽고 그 매력에 이미 빠져있었던 것.

"박훈정 감독이 얼떨결에 <혈투>로 연출을 시작했는데 시원하게 말아먹었잖아요. (웃음) 근데 영화 한 편으로 그의 재능이 사장되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나 시행착오는 있기에 마련이거든요. 물론 투자사들은 조급하지만, 문화 산업이란 건 당장에 뭐가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박훈정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특유의 '곤조'(고집)가 있어요. 메가폰을 잡기 전까지 자기가 갖고 있던 몇 개의 시나리오를 투자사에 보냈나 봐요. 그들이 그대로 읽었겠어요? 신인작가면 다들 임의대로 건드리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이 친구는 그냥 자기 시나리오를 뺏어 들고 나와요. 왜 고치려 하냐 이거죠."

최고 배우임에도 투자 난항..."끝까지 믿자 좀!"

▲ 강 과장(최민식 분)은 이자성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 골드문을 탐색하게 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조직원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경찰의 모습이기도 하다. ⓒ 사나이픽쳐스


창작물에 대한 박훈정 감독의 의지는 최민식을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최민식은 " 그렇게 자기 색깔을 내려는 친구를 지원사격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너무 일찍 현실과 타협해서 대형 투자사가 원하는대로 시나리오를 고쳐주는 친구들을 보면 허망한 마음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쳤지만, 영화 <신세계>의 투자가 수월했던 건 절대 아니었다.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을 경험한 한재덕 피디가 있었고, 박민정 피디가 든든하게 지원을 했음에도 투자사들은 박훈정 감독의 빈약함을 이유로 삼고 있었다.

"자꾸 '혈투'를 언급하더라고요. '아니 내가 있고, 정민이, 정재가 있는데 우리는 장님이냐? 피디도 베테랑인데!' 좀 믿고 하자고 했죠. 몇 곳이 그렇게 간을 보다 NEW가 결정한 거예요. 그 과정에서 정말 치사하단 생각도 들었죠. 이해는 돼요. 자체 제작도 아니고 투자를 하는 거니까 손해가 안 나는 영화를 해야겠죠. 하지만 제작사가 개발한 이런 작품들이 잘 돼서 투자 환경이 좀 부드러워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영화 정책 현실화가 돼야해! 같이 고민하자"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기로 했다. 평소 최민식은 영화 산업의 열악한 제작 환경, 미비한 시스템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 자리에선 "우리가 축하를 받을 때 누군가는 소주를 마시고 있다"며 뼈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터치>의 민병훈 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영화를 상영 중단 시킨 일 때문이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고, 나 역시 심각하게 생각을 안 했었어요. 그런데 한국 영화 두 편이 천만 관객을 넘으면서 연말에 난리가 났잖아요. 뭐 골탕 먹이려는 뜻은 아니었지만, 내가 한 마디라도 날려야 언론도 써주고 문제가 공론화 되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 영화<신세계>에서 강과장 역의 배우 최민식이 8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가장 이상적인 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거죠. 극장주, 투자·배급사, 창작자, 언론 등 이들이 경계 안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하는 게 최선이라고 봐요. 공청회도 좀 갖고 제도를 만들어야죠.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돈 지급 액수를 고민할 게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 판을 짜주고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누적 관객 1억 명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요. 관료 스스로도 산업적 효과만 얘기할 게 아니라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법안을 만들고 집행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나름 무거운 얘기, 진지한 얘기였를 나눴지만 대화 말미 "다음엔 멜로를 찍어보고 싶기도 하다"며 웃는 그다. 영락없는 '배우'다. 영화계의 '작은 형님' 격이면서도, 동시에 작품 출연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은 그가 앞으로 보일 인물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영화든 연기든 최고의 미덕은 진정성이에요. 하는 사람들이 진정성을 갖고, 진정성을 믿고 만드는 거죠. 영화 <도가니>가 어떻게 흥행했을까요.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풀어놓으니 공분을 일으킨 거죠. 영화 시작 전에 어떤 투자사에서 그 영화가 잘 나올지 예상했겠어요? 진정성은 곧 영화 연기의 가장 큰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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