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살자 대한민국!"
권력자는 바뀌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현실은 바뀐게 없다
▲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취임식 며칠을 앞두고 집으로 날아 왔습니다. ⓒ 변창기
지난 2월 25일. 나는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취임식 참가 희망 접수' 신청했는데 당첨되었었다.
"박근혜 공주가 34년 만에 여왕이 되어 청와대에 입성하는 역사적인 날, 이렇게 취임식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어느 박사모 회원이라는 여성분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취임식장 안에서 들었다. 축하 공연 빼고 한 시간 남짓 취임식을 보기 위해 24일 밤 12시에 울산을 출발했으니, 11시간이 걸린 셈이다.
"선덕여왕 후 두 번째 여왕 탄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 등 산 사람에 대한 숭배와 찬양을 보면서, 북한의 김일성 가문 숭배도 이해 못하고 있지만, 남한의 박부녀 숭배도 이해 할수 없는 노릇이었다.
취임식 참석 후 나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박근혜 대통령 눈에 든 많은 사람들의 신분이 직상승 바뀌고 있는 것을 언론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대로다. 내 주변도 그대로이고 내 아는 사람들도 그대로다. 대통령이 바뀌니 그 대통령과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길이 바뀌고 있지만 내겐 아무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니만큼 희망 하나쯤 가져보고 싶다.
▲ 한가닥 희망박근혜 정부에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 한가닥 희망을 가져 봅니다. ⓒ 인터넷 화면 캡쳐
현대자동차는 13년째 불법파견을 하는 대기업이다. 나는 그중 10여 년을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다니다 3년 전 이유도 모른 채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다. 대법원에서 2010년 7월 22일과 2012년 2월 23일 두차례나 '현대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라고 판결 내렸으나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다. 2월 28일 이 글을 쓰는 날. 2월 마지막 날 이기도 한 이날.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2명이 철탑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한 지 135일이나 되는 날이기도 하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도 정규직 전환에 대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게,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사 도중 강조한 법치주의 나라에서 여전히 현실이다. 그나마 현자노조에서 불법파견 교섭하자고 할때는 교섭장에 회사 쪽 대표단이 나오더니 현자노조가 불법파견 교섭 중단을 선언하자 현대차 회사는 불법파견 피해자인 비정규직 노조 대표와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대법 판결의 권리로 정규직 전환 되어야 함에도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 안되고 있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어울리는 해결법은 '정규직 전환'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신규채용만 고집하며 노사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이미 진행시키고 있다. 세상 흐름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다. 신규채용은 선별 채용이다.
▲ "함께살자 대한민국!"3월 1일 오늘로 136일째 철탑농성 중이다. ⓒ 변창기
"현대차는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를 간접고용하고 사용해 왔으므로 2년 이상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미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라고 대법원 판결문은 말하고 있는데 왜 다시 현대차 관리진에 의해 선별채용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조는 그런 불합리한 현대차의 주장에 항의하고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고작해야 철탑 위에 올라가 시위를 하는 것, 철탑에 모여 항의나 규탄집회를 하는 것 뿐이고, 선전물을 발행해서 배포하는 것, 아침마다 정문 앞에 모여서 현수막 앞에놓고 시위를 진행하는 것, 아주 가끔 서울 현대차 본사 앞으로 가서 노숙농성을 진행하는게 고작이다.
지난해 언젠가 서울 현대차 본사 앞 노숙농성 날 잡는데도 비정규직 노조는 애를 먹었었다. 현대차가 용역을 줄세워 유령집회신고를 계속 진행시키는 바람에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도 몇날 며칠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노숙해서 겨우 4박 5일 집회신고를 할수 있었다. 그렇게 8년을 고생하면서 "현대차 불법파견 철폐"를 위해 싸워 왔는데도 해가 바뀌고 권력자가 교체 되어도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불법파견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안보인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가닥 희망이라도 품고 있는 것은 취임식을 다녀와서다. 취임식후 바로 울산으로 내려왔기에 그 이후 상황은 집에와서 방송을 보고 알게 되었다. 취임 식장에 있을땐 멀리 있어서 무대에 누가 있는지 알수 없었다. 방송을 보니 귀빈석에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과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앉아 있었다. 게다가 행사가 끝나고 이동에 투입된 차량이 현대차? 나는 그 방송을 보면서 50%의 권력이 현대에(?) 하는 의문점이 잠시 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고 광화문으로 가서 두번째 취임행사를 진행했다. 국민들이 희망 엽서를 복주머니에 넣어 공개하고 직접 읽는 행사였다. 박대통령이 세개를 뜯어 공개했다. 어느 집배원이 쓴 내용도 있었다.
"우체국에는 비정규직 집배원이 많습니다. 비정규직이라 차별이 심한데 해결해 주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답변을 했다.
"비정규직 문제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이어 사회자가 하는 말도 와닿았다.
"꿈을 이루어 주는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나는 취임식을 지켜본후 뇌리에 "함께살자 대한민국!" 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그것이 희망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가진자만 판치는 세상이 아니라 능력자, 대졸자 이상만 출세하고 멋진 인생 사는 세상이 아니라 청소 노동자, 식당 노동자, 운전 노동자, 걸설 노동자, 일용직, 비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알바...... 그렇게 단순 노동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사람으로 대우받는 세상 이었으면 싶다.
함께살자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님! 특혜말고,특전말고,특진말고,특급말고 낮은 곳에서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도 함께 살게 해주세요."
▲ 현대차와 박근혜 대통령취임식 마치고 다시 울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현대차 본사 빌딩이 보였습니다. 건물 벽에 대형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대법판결 이행하겠다"는 현수막도 나붙길 바랍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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